Chapter09. "자카르타에서 온 럭셔리녀"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09

by 한자카



Chapter09.


"자카르타에서 온 럭셔리녀"


[Real-Time]ㅡ

05:30AM 오피스텔ㅡ

“나 한국 들어가,오늘 시간 돼?” 카톡 알림“


그녀는 자카르타-도쿄-서울을 오가며 지낸다.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럭셔리했다. 명품처럼 반짝이는 삶,

그리고 간간이 우리 강아지 간식까지 보내주는 섬세함.

이런 친구, 흔치 않다.


07:05AM, 출근 후 회사 주차장 ㅡ

오버랩 (Overlap)ㅡ

기억은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와의 첫 인연은 아톰이었다.

당시 나는 촬영도 하고, 위스키 바도 운영하고 있었고.

자신감이 뿜뿜 넘치던 시절. 그리고,

아톰은 내 남자 후배가 키우던 강아지였다.


그녀와 그 후배, 눈 맞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휘리릭~

갑자기. 신혼집 구하랴, 이사하랴, 아톰은 애매해졌고, 결국 나한테 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톰은 내 강아지, 그리고 그녀와 나 사이를 이어주는 가교,


07:55AM 회사 근처 공원ㅡ

“곧 인천 도착해. 일산으로 갈게."


그녀는 오늘, 현 남자친구와 함께 아톰을 보러 온다 했다.

그 남자? 일본계 ㅇㅇ금융사, 아시아 총괄 지부장. 와… 무슨 드라마냐.


08:05AM 문자 전송ㅡ

[오피스텔 도어록 번호 0000*]

“난 회사라 못 나가. 알지? 대신 아톰이랑 산책도 좀 부탁해.”


지금 생각하니, 이게 진짜 영화다.나 없이 내 강아지를 데리고,

내 집에 들어가 있는, 그녀와 그녀의 글로벌급 남자친구라니.


09:10AM 회사 근처 주유소ㅡ

그녀가 보내온 사진들 ㅎ 아톰은 세상 행복한 표정이고,

그 옆에 남자는… 음. 말쑥하다. 잘 어울린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질투가 아니라, 반가움. 진짜 반가운 사람을 다시 만난 느낌.


09:30AM 회사 휴게실

“오늘 저녁 호텔로 와. 우리 둘 다 너 보고 싶어.” 올거지?


회사에서 바로 가면 간단하게 얼굴은 볼 수 있겠다. 고민된다,그녀는

여전히 나에게 특별하다. 우정이라 하기엔 너무 애틋하고,사랑이라 하기엔

선을 넘지 않는 오래된 익숙함으로 맺어진 인연,


생각해 보면,

사람보다 강아지가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톰 덕에 이어진 인연. 그리고 그 인연이, 오늘 하루를 반짝이게 했다.


가끔 삶은, 의외의 순간에 선물을 숨겨두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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