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08.커피의 온도, 기억의 무게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08

by 한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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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08


커피의 온도, 기억의 무게


평범한 목요일 오후,

출근 이후로 지금까지 별다른 일 없이 조용히 시간이 흐른다. 언제나 그렇듯

그분은 근무 시간 중엔 거의 자리를 비우지 않는다. 누군가가 찾아오는 일은 있어도,

직접 나가는 일은 드물다. 그게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회장님의 일정은, 마치 정교하게 조율된 기계처럼 흐트러짐이 없다.

단 1분의 오차도 허용치 않으며,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에 정확히 도착하고,

정해진 말만을 한다. 권위는 말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침묵조차 명령처럼

무겁게 내려앉는다.”

슬며시 일어나, 바람이라도 쐬겠다는 듯 조용히 건물을 빠져나온다.

잠시, 나만의 오후가 시작된다.


건물 1층 작은 카페 구석자리.

뜨겁게 내린 아메리카노. 향은 진했지만, 혀 끝은 아무 맛도 느끼지 못했다.


오버랩[overlap]ㅡ

창밖을 바라보며, 문득 과거를 떠올린다.

스턴트맨 시절. 몸이 망가질 만큼 버텨가며 일했던 시간들.

그 고생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목돈을 만들 수 있었다.


주변에선 대단하다고 박수도 쳐줬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참에 확실히 더. 벌자,, 빨리 돈 많은 백수가 되자.”


그 욕심은 내 발목을 잡는 시작이었다.

처음엔 잘 되는 듯 보였다, 겉으로는.. 그러나 점. 점.

검증되지 않은 상가매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한 코인… 주식..


한순간에 아니. 서서히 … 냉동실 밖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그렇게. 그리고 줄줄 새는 신용.

아무도 탓할 수 없었다. 모든 선택은 내 몫이었으니까.


그렇게 다시 시작한 인생은 지금,

대기업 회장의 수행기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장을 입고

고요한 차 안에 멍하니.. 앉아 있는 삶으로 이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버티는 거지.”

커피잔을 내려놓은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린다.


성공하겠다는 마음 대신,

지금은 그저..

편하게 숨ㆍ쉬ㆍ고 싶다는 바람 하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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