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06
오후 2시 쯔음,
식당에서 나와 조용히 대기 중인 차량으로 향했다. 짙은 유리를 통과해 들어오는 오후 햇살이
무릎 위에 살짝 내려앉는다. 익숙한 조수석, 익숙한 정적. 핸드폰을 꺼내 들고,
몇 번 화면을 탭하자 작은 앱 아이콘이 반짝였다. CCTV. 터치.
작은 오피스텔 테라스가 화면 위로 펼쳐졌다. 나른한 햇살이 따뜻하게 바닥을 덮는다.
그 가운데, 멀뚱이 서있는 두 마리.
아톰과 꼬미. 마치 주인 없는 집을 지키는 단짝 순찰대처럼, 간헐적으로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한 입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살짝 말아 웃는다. “아톰… 꼬미…”
내가 부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둘은 그대로 거기 있다.
아톰은 나를 닮았다. 조용하고 낯가림이 심하지만 한 번 마음을 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꼬미는 다르다. 성격이 급하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면서도 늘 먼저 다가온다. 집에 들어서면 인기척 소리에 다가오는 쪽은 늘 꼬미였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둘의 실루엣은, 마치 나의 오늘 하루를 그대로 재현하는 듯했다.
낮은 자세로, 조용히, 방해받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들.
손가락으로 화면을 줌인하자 꼬미가 문득 고개를 들더니 허공을 향해 살짝 짖는다.
마치, “거기 누구야?”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되뇐다.
‘괜찮아, 아무 일 없어. 그냥.. 바람이야.’
화면 속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곳엔 분명한 위로가 있다.
“얘들이나 나나… 낮엔 그냥 조용히 버티는 거지.”
소리 내지 않아도 좋다. 저 작은 존재들이 살아 숨 쉰다는 것만으로,
오늘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나란히 붙은 그들의 등을 보고 있으니, 차 안의 시간도 조금은 부드러워진다.
창밖에선 누군가 전화를 받고,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지나간다. 시간은 흘러가고,
사람들은 흐른다. 나는 그 사이에서, 오늘 하루의 호흡을 잠시 낮춘다.
그리고 화면을 닫는다.
핸드폰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눈을 감는다.
차 안의 정적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그저, 조금 조용한 오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