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19
평소처럼 낮에는 카페, 공원, 산책 같은 특별할 것 없는 루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어느덧ㅡ.
저녁 5시 50분,
오늘의 저녁 일정이 시작되었다. 목적지는 강 건너 한남동.
네비에선 20분이라 했지만, 퇴근 시간의 도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도심의 한가운데, 차창 너머로 보이는 저녁 햇살이.. 섹시하다.
어.. 어.. 갑자기 종아리에 쥐가 찌릿 올라온다,
근데 마침 그분이 내리려는 타이밍.
나는 자연스러운 척,“오토바이! 제가 문 열어드리겠습니다.”하며 후다닥'
사실은 쥐 난 거 풀려고 움직인 겁니다"
잠깐 스트레칭 후 근처 공영주차장으로.
이태원의 주차는 언제나 전쟁이다. 맛집은 많고, 골목은 좁다. 차를 겨우 구겨 넣고,
나는 또 어슬렁어슬렁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골목,
그 풍경 앞에서 발이 멈췄다. 재개발 예정지, 어둡고 조용한 건물들. 벽엔 지저분한
테이프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홍콩 영화의 세트장 같았다.
무심히 제멋대로 박힌 벽돌들, 녹슨 철문, 어둠 속의 정적… 바로 이런 풍경,
나는 좋아한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레 그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오래된 빌라 주차장 입구
어두웠다 폰으로 비추려는데, 그러다 ‘물컹’—
깜짝 놀라 순간, Backstep으로 후진"
어떤 사람이 술 취한 건지 누워 있었다.
어둠 속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하얀 이와 큰 눈이 희미하게.. 흑인?
웃음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I’m sorry…아 유 OK.."?
어둠 속, 그는 화를 내는 건지, 웃는 건지 좀 헷갈렸다
그저 , 어서 꺼져주세요 “하는 제스처를 취한다,
나는 괜히 미안해지며 생각했다.‘먼 곳에서 참 고생하는구나…’
골목을 빠져나오자 다시 익숙한 번화가의 소음이 들려왔다.
네온사인, 웃음소리, 음식 냄새.. 문득 배가 고팠다.
순천향병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김밥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단순했다. 돈가스 하나, 콜라 하나.
대충 허기를 채우고 나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전화기를 꺼내 들고 번호를 눌렀다.
“어, 배영! 형이다, 너 어디야?”
“어, 형! 저 지금 와이프랑 잠깐 나와 있어요.
” 나 너네 동네 왔는데, 그냥 전화해 봤다"
"에이 형"미리 연락 좀 하고 오시지"
“야, 내가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웃음 섞인 말에, 전화기 너머로도 반가운 기운이 전해졌다.
통화를 마치고 나니 이 골목에 있을 이유도 사라졌다.
나는 천천히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퇴근이 가까워졌음을 실감하며 발끝을 느리게 움직인다.
길목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간판부터 조명, 문손잡이까지 어딘가 과하게 정갈했다.
손님은 드문 드문 보였고, 안쪽은 조용했다. 잠깐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운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화장실 비밀번호를 스캔 후 몸을 틀었다.
주문은 하지 않았다. 그저 볼일 ~만"
고요한 공간에 물 흐르는 소리만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길, 괜히 주변을 둘러보며 스쳐가는 생각. 나는 참
많은 공간에 잠깐씩 흔적을 남긴다. [번외 편 예정]
주차장으로 돌아와 조용히 차량에 탑승했다. 운전석에 앉아 잠깐의 명상,
주변의 도시 소음만이 귓가를 맴돈다.
그리고, 10시를 5분 앞둔 시각.
폰 화면에 진동이 울렸다. [5분 후 차량 탑승 예정]
그 짧은 문자 한 줄이 오늘의 마지막 준비를 알린다.
나는 시동을 걸고 뒷좌석을 확인한다.
시트는 단정한지, 온도는 적절한지, 불빛은 너무 밝지 않은지. 이 모든 작은 것들이
하나의 예의이고, 배려다.
오늘은 두 사람. 회장님과 여사님.
부부 동반 모임이었다는 걸 그제야 기억해 낸다.
뒤에서 날 기다리는 두 개의 그림자를 위해
다시 한번 자세를 고쳐 앉는다.
도심의 밤은 여전히 붐비고, 차량 사이로 흘러가는 불빛들 틈에서 나는
누군가를 태우고, 내려주며 하루를 마감해 간다.
오늘도 별일 없이, 무사히.
이 일을 시작하고 처음 느꼈던 긴장도, 두려움도, 지금은 …
조용한 익숙함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