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28
그날도 무난한 하루였다. 비서실은 늘 그렇듯 조용했고, 수행팀 역시 적당한
긴장 속에 평온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어정쩡한 소란이 느껴졌다.
낯선 공기. 아, 새로운 인물이 들어온 거구나.
이쪽 바닥이 그렇다. 1년, 2년 단위 계약직도 많고, 임원이 물러나면 수행팀도
덩달아 교체되는 일이 잦다.
그날 들어온 사람은 부사장님의 수행기사, 기존 계셨던 분이 2년 계약 만료되어
새로 오게 된 거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였다.
수행 경력도 10년도 훌쩍 넘었단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내쪽으로 다가온다.
“오늘부터 근무하게 된 ㅇㅇㅇ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아..”네, 나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별 감정? 없다. 그냥 근무 모드다.
그런데, 이 양반. 나를 유독 물끄러미 본다. why? 왜.. 뭐, 뭐..!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조용히 쉬어야 하는데, 이미 마음은 거기 가 있는데.
그런데 또 계속 묻는다.
“원래 이런 일 하시던 분이세요?”
아.. 네, 그렇죠, 그런데.. 이런 일? 난 속으로 되묻는다.
그러다 묻지도 않은 자기소개 뒤엔, 전형적인 서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국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대기업 회장님만 모셨다는 둥,
연봉은 거의 1억 가까이 됐고, 정직원 제안도 받았지만,“제가 거절했어요.
시간 안 맞아서요.”이런다.
잠깐 쉬다 헤드헌터 추천으로 들어왔고 , 운전은 뭐 기본이요, 1종 대형 면허까지,
서울 지리는 내비 없이도 눈 감고 다닌다고,
난 슬쩍 웃고 넘기지만, 어쩐지 말보다 허세가 먼저 도착한 느낌이다.
속으로 생각한다. “1종 대형 트럭을 네비 없이 눈감고 다니는 사람이, 왜 여기 왔을까?”
카 체이스를 밥 먹듯이 하는, 우리 스턴트 동료들도, 절대 눈 감고는 운전 못 한다. “
언제 끝나지.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나는 그냥 빨리 나가고 싶을 뿐인데. 속으론 웃었지만, 겉으론 맞장구를 쳤다.
그러다 결국 듣다 지쳤다.
대화가 끝나고, 그 후유증..? 진이 빠진 몸을 애써 달래 가며 회사 근처에서,
제일 빠르게 나오는 메뉴인 돈가스를 먹었다. 에너지 충전"귀 소독“
그리고, 대략 일주일 정도 지난 오늘ㅡ
어라? 그가 안 보였다. 당당한 웃음도,
지나치게 뻗은 어깨도, 자랑 가득한 말버릇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슬며시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분 요즘 안 보이시네요?”
그 직원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아, 부사장님이 며칠 같이 다니다가.. 나오지 말라고 하셨대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많던 자랑쟁이의 짧은 출연(난 순간 배우 유해진“선배님이 떠 올랐다.)
그렇게 사라졌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서 계약서에 "3개월 수습기간"이 있는 거구나.”
말은 많지만, 실속 없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겉으론 반질반질하지만, 본질은
금세 벗겨진다. 자랑이 많다는 건,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는 뜻.
결국 세상은, 가장 시끄러운 목소리보다
가장 오래 들리는 침묵을 더.. 기억한다는 사실.
운전은 기술로, 수행은 태도로 한다.
기어보다 중요한 건, 에티켓과 매너다.
수행기사는 태도를 움직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