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9. 타이타닉[로맨스]과 정두홍[액션]

《퇴근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 간다》ㅡ29. 스턴트맨 비하인드 스토리

by 한자카


Chapter29.


타이타닉(TITANIC)과 정두홍의 만남“

〈그를 보고, 나는 꿈을 가졌다〉



Inner Monologue (내면 독백)ㅡ


1998년, 제대를 막 끝낸 나는 신촌 어느 호프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혼자 신촌 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극장 간판에 걸린 “TITANIC.”아무런 정보도, 기대도 없이 들어간 극장.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 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글썽였고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의자에 그렇게 앉아 있었다.


아, 영화라는 게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그날 이후였던 것 같다. 내 안의 무언가가, 아주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한 건. 하루는 가게에서 혼자 멍하니 있다 문득 생각했다. ‘앞으로 뭘 하지?’ 운동을 워낙 좋아했던 [합기도 3단, 해동검도 2단] 나는 합기도나 태권도 체육관 사범이 될까, 아니면 헬스 트레이너, 경호원 같은 길을 알아볼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늘,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게 숙소로 들어와 TV를 틀었을 때였다.

화면 속, 낯선 다큐멘터리,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있었던 인물은 잊을 수 없다.


"정두홍"

카메라 속 그 남자는 배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배우보다도 더 극적인 삶을 살고 있었고, 몸으로 모든 걸 증명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턴트맨이자, 무술감독이라는 직업으로,


몸 하나로 장면을 만들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걸 만들어내는 사람. “와… 저런 사람이 진짜 있구나.”

나도 모르게 TV 앞에 그대로 얼어붙은 채 끝까지 다큐를 봤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선명한 목표를 가졌다.


‘그래, 저거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배우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는 직업. 가짜 같지만 진짜인 세계. 그게 나한테는 너무 멋져 보였다.


결심이 선 나는 바로 다음 날부터 행동에 들어갔다. 일단 돈이 필요했다. 호프집 알바 시간을 늘리고, 쉬는 날엔 운전 알바도 뛰었다. 매일 밤, 맥주 통 들고, 안주접시 나르며 밤에는 노고산동을 뛰어다녔다. 속으로 되뇌었다.‘조금만 더 모으면 액션스쿨 갈 수 있어. 조금만 더.’. 약 1년여 동안 그렇게 살았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봉천동에 작은 원룸을 얻었다. 창문이 지하에 묻힌 방이었다. 햇빛은 거의 안 들어왔지만, 그 안에서 나는 매일 나만의 꿈, 비전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보라매공원에 위치한 액션스쿨을 찾아갔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누가 보장해 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정두홍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을 우연히 들여다본 그날부터, 나는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볍고 편했다 낮에는 구르다가 밤에는 쓰러져 잤고, 아침엔 또 훈련장으로 향했다.

물집 잡힌 손바닥, 까진 무릎, 타들어가는 허벅지.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고통이 기뻤다. 아, 이게 진짜 사는 거구나.


그렇게 시작된 나의 액션 인생.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은 결국, 신촌 호프집 숙소 TV 속 한 장면이었다.


그날, 그때, 그,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았다면, 정두홍 감독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뭘 할지 몰라 이 길 저 길 기웃거렸을지도 모른다. 그저 무난하고 익숙한 선택만 반복하며 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끝까지.. 그 길을 걷지는 못했다. 그처럼 최고가.. 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적어도 내 젊은 날은 누구보다 뜨겁고 진심으로 살 수 있었다. 그는 나를 스턴트맨으로 만든 사람이 아니라, 내 청춘을 진짜 ‘살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지금도, 정두홍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당신과 나, 서로의 이야기가

더 멀리, 깊이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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