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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Aug 15. 2022

[영화 리뷰] 헌트(2022)ㅣ사냥꾼이냐 사냥감이냐

심리전과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흥미진진한 첩보영화

한국영화 부흥기를 온몸으로 겪은 두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청춘의 아이콘이던 시절의 영화 <태양은 없다>(1999) 이후로 23년 만에 동반 출연한 첩보 액션 영화, <헌트>를 봤다. 특히 미얀 아웅산 테러사건과 관련된 사실 기반 영화라 더 흥미로웠다.

영화 <헌트> 포스터 속 대립하는 두 인물의 눈빛만으로 서사는 충분해 보인다.

배우 이정재는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지질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기훈'역을 맡아, 죽음의 게임에서 살아남고자 인간성마저 해체되는 사람들 속에서 처절하게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로 열연했기에 일약 세계적 스타 배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해외 유수의 시상식서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에 대해 대중뿐 아니라 많은 영화 관계자들도 주목하고 있다.


<헌트>는 “액션으로 가득 찬 매력적인 심리 첩보전”(DEADLINE), “세련되고 진지하며 빛나는 영화”(THE WRAP),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끝내고 싶지 않을 수 있다”(SCREEN DAILY) 등 국내외 유력 매체의 호평을 얻었고 지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작품들을 선정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진출했다.


<헌트>는 실제 사건인 아웅산 테러사건을 배경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이다.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은 1983년 10월 9일에 버마(미얀마)의 수도 랑군(양곤)에 위치한 아웅산 묘소 묘역에서 북한이 미리 설치한 테러 폭탄이 터져 한국인 17명과 미얀마인 4명 등 21명이 사망하고 수십 여명이 부상을 입은 초토화 폭탄 테러 사건이다. - 위키피디아 참고-

이에 이정재 감독은 “장르적으로 첩보 액션 드라마이며, 믿음과 신념에 갈등하는 사람들의 내용이 담겨있다.”며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두 주인공이 대립하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1980년대가 적합하다고 판단. 실제 사건을 <헌트>만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라고 전하며 팽팽한 심리전과 탄탄한 스토리,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만들어 냈다.


최근 열린 VIP시사회에서 정우성의 초대로 참석한 방탄소년단(BTS) 멤버 진 덕분에 아미들에게까지 관심을 끌었기에 세계적(?) 흥행은 보장된 거나 매한가지. 게다가 우정 출연한 배우들도 빠짐없이 주연급 이상의 존재감과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호화로운 인물들로 짧은 등장만으로 화제성과 신뢰까지 담보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영화관 나들이를 가게 된 건 전 날 우연히 TV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 주연 배우인 정우성, 이정재와 제작자가 함께 초대되어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았기 때문.


두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서 제일 화제가 된 건, 그들이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대표 절친이 되어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는 계기가 된, 영화 <태양은 없다>였다.


밀레니엄을 앞둔 불안과 기대가 뒤섞인 세기말 1999년, 20대 청춘을 대변하듯 영화 <태양은 없다>에 함께 출연한 정우성과 이정재는 이후 청춘의 아이콘이 되어 그 시절 젊은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였고 한국 사람이라면 전설이 된 두 배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두 배우가 출연하고 감독 및 제작자로 참여했던 작품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걸어온 길 자체가 한국 영화의 부흥과 맞물려 함께 성장하였다는 어느 패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그러하기도 했고. 긴 시간 변함없이 매 영화마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에 무수히 많은 스타들이 반짝거리다 사라지는 영화판에서 여전히 건재하고 있는 것이리라.


함께 이야기 나누는 패널들의 입을 통해 찬사와 존경의 반응이 계속됐다. 이미 이룬 것들에 안주하지 않고 변주와 도전을 거듭하며 나아가는 그들이 배우로서 성장하고 숙성되어가는 연대기를 지켜본 한 명의 관객으로서, 나도 덩달아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이 때문에 영화에 대한 흥미가 커져서 오랜만에 엄마랑 둘이 영화를 보러 가게 된 것.  


영화 시작 전에 어느 정도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이정재 배우가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감독으로서 연출은 처음이기에 흥미로운 한편, 보고 나서 실망할까 봐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부러 낮추었다. 물론 정우성, 이정재 두 배우의 존재감만으로 이미 중박 이상일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결론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영화를 보고 나왔다. 일말의 의구심조차 날려버릴 만큼 배우의 연기뿐 아니라 스토리, 액션, 연출까지 기대 이상의 완성도에 추천할만한 영화였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헌터>에서 안기부 소속의 두 주인공은 국내팀(정우성), 해외팀(이정재)으로 팀이 나눠져 있었는데 '동림'이라는 이름으로 안기부 수뇌부에 스며든 스파이(북한 첩자)가 매번 대통령 이동 동선 등 중요 기밀 정보를 빼돌려 암암리에 활동하면서 조직 내 갈등과 위기를 불러온다.


이에 두 차장은 기밀 정보 접근 권한을 가진 서로를 첩자로 의심하며 엎치락뒤치락 서로의 뒤를 쫓고 부딪히며 숨 막히는 심리전과 실감 나는 맨몸 액션, 대규모 로케이션 씬이 눈 뗄 수 없게 몰아친다.


물론 중후반부에 극적으로 스파이의 정체가 밝혀지나 결국 각자의 이유로 잠시 적과의 동행(?)을 선택하지만.. 최후는 역사가 증명하듯 상상이 덧입혀진 뒷이야기만이 긴 여운을 남기며 영화가 끝난다.


사실 기반 영화인 만큼 결말에 대해 충분히 예상 가고 납득이 되면서도 묘한 서글픔과 안타까움이 마음을 흔들었다.


남북관계와 주변국, 동맹국 등 복잡한 국제관계 때문에 국민을 탄압한 독재자조차 처단할 수 없는 약한 국력과 암울한 시대 상황, 그로 인해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한 두 주인공을 포함해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무고한 희생자들까지 많은 것들에 대한 회환과 지난 과거사들까지 복잡하게 얽혀 많은 소회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때와 지금,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전히 분단국가라는 상황, 강대국들 사이에서 외줄 타기 하듯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중립외교로 균형을 지키며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고 선진국이 되었으나 여전히 수많은 변수들로 위기와 위협들 속에 처해있는 현재를 조망하게 만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광복절이어서 더 그런 걸까. 바라는 게 있다면 부디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근현대사를 통해 언제든 정치와 경제,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피 흘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며 그들이 제물이 되어 이룩한 현재의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 제대로 작동하는 평화로운 시스템, 세계인들이 칭찬하고 자랑스러운 시민 의식 등이 후퇴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줄거리]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자 날 선 대립과 경쟁 속, 해외팀과 국내팀은 상대를 용의 선상에 올려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찾아내지 못하면 스파이로 지목이 될 위기의 상황, 서로를 향해 맹렬한 추적을 펼치던 `박평호`와 `김정도`는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되고, 마침내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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