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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사색 Mar 10. 2022

[영화 리뷰] 제8요일ㅣ순수+사랑+나무+풍뎅이=조지?!

옛날 영화 추천! 신은 8번째 날에 조지를 만들었다

제8요일 포스터

성공한 세일즈맨 강사 아리.


그는 좋은 집에 좋은 차에 안정적인 직장,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보다 깊이 그의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어느 날 그의 아내는 ‘자기를 찾고 싶다’며 떠나고 아이들 역시 데려간다. 차갑고 계산적인 아리의 태도 때문이었다.


아리 입장에선 너무나 바빴을 뿐이었기에 아내가 떠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한다.


아이들이 오던 날, 데려갈 시간이 없어 기차를 태워보네라고 해놓고 결국 아리는 마중을 늦게 나가 아이들과 어긋나게 된다. 이로 인해 아이들마저 아빠인 아리에게 실망하고 상처 입게 된다. 궁지에 몰린 아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 좌절에 휩싸인다.

그의 일상을 보자.


그는 매일 아침 정각 7시 30분, 라디오 소리에 잠을 깨고 토스트로 아침을 때운 뒤 출근길 교통체증에 분노하며 출근해서 사람들에게 영업인의 자세와 스킬을 강의한다. 반복되는 그의 일상은 다람쥐 체바퀴 돌 듯 답답하고 무미건조할 뿐이다. 


아리의 삶에서 승승장구하는 일에 밀려 소외된 아내와 아이들. 그들이 느낀 상실감과 소외감을 아리는 눈치조차 채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아리의 모습은 아마도 현대 아버지의 표본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터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아버지는 정작 자신을 절실히 필요하는 가족을 챙길 시간이 없다. 주객이 전도된 것.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투적으로 험난한 세상과 싸우다가 일에 치여 사람들에 치여 지친 채 집에 돌아온다. 당연히 가족과의 따뜻한 저녁시간도 포옹도 눈 맞춤도 가질 여유 따윈 포기한 지 오래다.


가족을 위한 행동이 결국 가족을 소외시키고 사랑과 관심을 표현할 시간조차 가질 수 없는, 일만 하는 바쁜 아버지가 돼버리는 것이다.


직장에서 잘 나가는 아리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가족이 떠나고 혼자가 되고서도 여전히 뭐가 잘못된 건지 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다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곰인형이라는 화해 선물을 들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결국 아무 시도도 못해보고 힘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오는 길에 문득 삶의 희망을 잃은 채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 비 속 운전 중 눈을 감고 핸들을 놓은 순간 무언가 부딪히고 운명처럼 길 위의 방황하는 천사를 만난다.

천사의 정체는 이러하다.


때로는 개미가 되기도 하고 나무와 동화되기도 하고 수영장 물 위를 걷기도 하는 정신지체장애인. 달콤한 초콜릿이 독약(초콜릿 알레르기)인 조지는 엄마 집을 찾아 떠난 길이었다. 솔직하고 감상적이며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기에 사랑과 관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전달하려 하지만 그것조차 거절당하기 일수다. 일반 사람들과 조금 다른 외모 때문에 겪어야 하는 거부와 거리감에 조지는 쉽게 상처 입는다.

아리가 좌절의 깊은 곳을 헤매다 우연히 만난 조지는 아리의 괴로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좌충우돌 마음껏 행동한다.


수영장 물 위를 걷는 조지를 목격한 아리는 어리둥절해 하지만 이 이상하고도 특별한 존재를 돌봐주게 된다.


계속된 엉뚱한 행동으로 아리를 곤란하게 만드는 조지. 견디다 못해 조지와 헤어지려 하지만 그를 통해 웃음을 다시 찾은 아리는 그와 동행하게 되고 결국 둘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친구가 된다.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누나와 함께 살 수 없는 조지, 아내와 아이들이 떠나버려 외롭고 허탈해진 아리. 둘은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음으로 위로하게 된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은 아래 글은 읽지 마시고 닫아주세요~^^




결국 아리는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가지만 답답한 마음에 다가갈 방법을 몰라 조지처럼 억지 부리듯 행동하다 쫓겨나고 만다. 아내와 아이들을 완전히 잃었다는 상실감에 빠진 아리는 조지를 시설에 데려다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손바닥에 적힌 14(생일)라는 숫자를 보고 조지는 시설 친구들과 함께 차를 훔쳐 아리를 데리러 온다.


엉뚱한 마중에 폭소하는 아리는 회사 폭죽을 훔치고, 조지와 나탈리까지 데리고 딸아이 생일파티를 하러 간다.


하늘을 수놓은 폭죽에 아이들과 아내는 감동을 받는다. 반면 조지는 나탈리와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아리와 함께 들어간 댄스장에서 온 몸으로 존재를 주장하듯 춤추는 조지. 그의 상실감을 아는 아리는 묵묵히 그의 곁에 있어주지만 날이 밝아 벤치에서 눈 뜬 아리 옆에 조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조지는 아리 회사 옥상에서 달콤한 초콜릿을 잔뜩 먹고 화단에 떨어져 죽는다. 그렇게 조지는 풀 옆에 풍뎅이가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아리는 달라진다. 수영장 물 위를 걸을 수 있게 된 아리는 조지가 된다.


더 이상 아침 교통체증에 합류하지 않게 된 아리는 웃음과 여유를 가지게 됐다. 또 아이들과 함께 나무에 기대어 나무가 되고 풀 위에 누워 하늘을 보게 되었다.


그는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말한다. 신은 8번째 날에 조지를 만들었다고.(기독교에서 8번째 날은 '안식일', '주일'인 '일요일'을 의미한다고 함)


아마도 조지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순수한 동심인 동시에, 자연과 인간의 타협이며 신의 선물, 축복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나와 우리에게도 조지와 같은 존재가 있을 것이다. 실체가 있든 없든.

<제8요일> 조지와 아리가 보내는 1분은 실제 러닝타임 속에서도 1분을 보냈다고 함, 영화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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