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롱면허 탈출기
운전면허증. 신분증의 또 다른 이름.
나에게는 운전면허증이 딱 이 정도의 의미였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운전면허를 딴 후
운전대는 잡은 적도, 잡으려고 시도한 적도 없다.
유지비를 생각하니 가성비도 떨어지는 거 같고, 걱정이 많은 우리 엄마는 나 같이 덤벙대는 사람은 위험해서 절대 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만류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겁이 났다.
그 속도가 겁나고 내가 주변 교통에 방해가 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평생 운전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애 둘 엄마는 차가 가끔 필요함을 점점 느껴가던 나날이었다.
어느 고요한 일요일 아침.
갑자기 스파크가 일었다.
교회를 가야 하는데 그날따라 남편은 일이 있어 같이 갈 수가 없었고 우리 집에는 친정 엄마가 아주 가끔 타는 오래된 차가 있었다.
조수석 생활 몇 년 차인데 운전 그거 못하겠나 하는 용기가 갑자기 생겨났다.
도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날 아침은 달랐다.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만 30분이 걸린 것 같다.
차 옆을 살짝 긁은 것도 같고.
일요일 아침 한산한 거리를 차를 몰고 갔다.
좀 겁나지만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내가 느리면 뒤차가 비켜가겠지.
어쩌면 그동안 내가 운전을 못한 건 내 차가 없어서가 아닐까?
그럼 차를 사야지.
단순한 사고의 전환이었다.
내가 그동안 운전을 못한 건 내 차가 없어서였을 뿐이야.
하지만 말은 똑바로 하자.
운전을 하고자 한 마음은 스파크가 맞다.
하지만 차를 사는 건 그것과는 다르다.
그런 건 충.동.구.매. 라고 하는 것이다.
며칠 뒤 자동차 대리점에 갔고, 들어가자마자 10분 만에 계약서를 작성했다.
‘할부는 제일 긴 기간으로 해주세요.’
그 이후 한참 동안 나는 나를 원망했다.
매일 아침 차를 몰며 등에 식은땀이 흐를 때마다 내가 왜 이 짓을 했을까 후회했다.
그렇게 20년 장롱면허를 끝내고 어느 날 갑자기 운전을 시작했다.
내 나이 40살, 운전하기 딱 좋은 나이.
아직도 나는 자동차 할부금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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