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만으로 충분한 교육 롤모델
엄마표 영어, 엄마표 수학, 책육아, 교육 로드맵, 집에서 하는 과학실험, 역사 체험학습 외 기타 등등.
이렇게 방 안에 앉아서 다른 집 아이가 뭘 공부하고 무슨 책을 보고 체험학습은 어디로 가는지 다 알 수 있다니, 그리고 이걸 또 이렇게 다 공유하다니 참 친절하기도 하셔라.
처음 시작은 재미와 호기심이었다.
다들 얼마나 대단하신지.
뭐라도 좀 따라 해보고 싶어 진다.
저렇게 거실을 바꾸면 우리 애가 책을 읽을까 싶어서.
저 책을 보면 우리 애가 영어 말이 트일까 싶어서.
저런 체험학습을 보내면 우리 애도 논술을 한 바닥씩 쓸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를 살펴보면 종류도 내용도 다양한 각종 교육 인플루언서들이 즐비하다.
이 사람들은 엄마들을 대상으로 코칭도 하고 오픈 카톡방도 운영하고 멤버십을 만들어 유료 회원등록을 받기도 한다.
대단한 사람들.
그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뭔가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고 우리 아이는 이대로 영영 뒤처질 것만 같다.
이렇게 알게 된 세계를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속의 스파크가 일었다.
한동안 열심히 찾아봤다.
매일매일 인스타그램 피드와 블로그 내용들을 탐독하고, 그들이 쓴 책도 읽고, 강연도 찾아가며 들었다. 라이브 방송도 듣고, 유튜브도 찾아서 봤다.
이렇게 해서 내가 새로운 정보를 얻어야만 우리 애가 잘 자랄 거 같고, 내가 엄마 역할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미묘하게 불편하다.
마음대로 안 되는 우리 아이들이 문제인가, 아니면 결국 엄마인 내가 문제인가.
보면 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자괴감이 들어서 볼 수가 없다.
엄마가 행복한 게 제일이라더니 보면 볼수록 엄마가 불안해지는 이런 현실이라니.
그런데 무엇보다 불편한 것은 이 방법을 따라 하지 않으면, 이 로드맵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었다. 나는 저 방법이 맞는 건지, 무슨 근거로 저렇게 말하는지 머릿속에 질문이 가득한데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처음 시작은 그저 동네 아줌마 말이라고 생각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되었는데, 결국 그들은 조언을 핑계로 사업을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번 삐딱선을 탄 마음은 점차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안 들게 보였다.
어쩌면 우리 집 애는 못하는 그 영어가, 아니면 그 집 아이가 읽는다는 수준 높다는 책들, 그것도 아니면 매일매일 끈기 있게 이런저런 공부들을 해내는 그 아이들이 부러워서 심사가 뒤틀린 건지도 모른다.
결국 모두 다 언팔로우를 해버렸다.
매일매일 그 아이들이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는지, 수학문제를 얼마나 잘 풀고, 어떤 영재원을 가고, 어떤 대회에서 상을 타는지 별로 알고 싶지 않다.
세상의 지옥은 비교로부터 시작된다.
그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을 비교하고, 그 엄마들과 나를 비교하고.
이제 그만하기로 했다.
아이에게 몇 학년 위 수학문제를 푼다는 친구 이야기를 듣고 살짝 걱정을 내비쳤더니 아이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엄마, 너무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잖아요.
그래, 네가 나보다 낫다.
우리 내일을 준비한다는 핑계로 오늘을 괴롭게 살지 말자.
오늘을 그리고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겠니?
이렇게 잠깐의 스파크는 다시는 켜지지 않을 빛이 되어 사라졌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