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O교육지원청입니다.
농촌유학 맛보기캠프 참여가정으로 선정되셨습니다.
관심 가져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던 나는 슬쩍 눈썹을 위로 추켜올리곤 금방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사실 나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늘 그렇게 운이 좋았다고 답할 수밖에.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모르지만 확언을 하면 그대로 된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그 확언은 무언가가 될 것이다가 아닌 되었다로 생각을 해야 한다. 진짜로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그렇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믿었기 때문에 된 것인지, 될 것 같아서 믿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내게는 가끔 아무 근거 없이 그냥 될 것이다라는 마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캠프 지원도 비슷한 경우다.
20 가정을 뽑는다고 했는데 사실 왠지 모르게 될 것 같았다. 심지어 그날에 맞춰 휴가를 내려고 일정도 은근슬쩍 조정해 둔 터였다. 그런데 웬걸 선정에서 떨어졌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 문자를 받았을 때도 내 마음은 안타깝다가 아니라 이게 왜 안된다는 거지, 이럴 리가 없을 텐데였다.
그저 내 느낌이 틀렸으려니 생각하려던 찰나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온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다시 전화하지 않을 내가 굳이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OO군의 교육지원청 캠프 담당자였다. 지원한 학교 말고 다른 학교에 자리가 있는데 혹시 갈 수 있다면 다시 한번 추첨을 해보겠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생각했다. 역시 내가 갈 곳이 맞았구나.
아니나 다를까 오늘 최종으로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는 당연히 올 문자를 이제 받았다는 생각뿐이었다.
경품 뽑기를 할 때가 간간히 있다.
그럴 때도 느낌이 온다. 저건 내 상품.
굳이 아들이 나간 대회에서 학부모 경품이 당첨된다.
회사에서도 소소하게 당첨이 잘 되는 편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뽑기 운이 좀 좋은 사람.
그 운은 아이들도 물려받았나 보다.
별 것 아니지만 행운권 추첨을 하면 꼭 당첨이 된다. 그것도 1등으로.
애 둘 다 한 번씩 당첨이 되었고, 아이들과 같이 뭘 해보고자 신청을 하면 여지없이 당첨이다. 심지어 남들은 몇 년을 신청해도 안된다는 구청 텃밭도 내리 2년 연속 당첨이다.
이젠 아이들도 우린 신청하면 무조건 될 테니 신청 자체를 신중하게 하라고 한다.
사실 운이 좋고 나쁜 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약간은 좋은 편에 속한다는 생각은 그것 또한 그냥 나의 근거 없는 믿음이다. 분명 운이 없었던 적도 많았지만 그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남겨두어서 치우친 방향으로 생각을 더 강화해 온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무렴 어떠리.
소소한 행운에 즐거우면 그걸로 된 거지.
앞으로도 잘 되면 그건 내가 운이 좋아서, 잘 안되면 그건 안 되는 편이 더 좋은 일이라서라고 생각하고 살아야지.
이렇게 생각하니 행운이 넘쳐나는 느낌이다.
"남은 행운 필요하신 분, 좀 나눠 드릴까요?"
(하지만 번호 6개는 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