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오리랑 닭 키워봤니

알에서 태어난 아가들 - 가금류 농장인 줄

by 트윈플레임

'삐약삐약'

어릴 때 학교 앞에서 팔던 노란색 병아리들을 기억한다.

사 본 적은 없지만 그 귀여운 모습에 항상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코로나 기간 중 아이들과 집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 왜 갑자기 이 병아리가 떠올랐을까.

인터넷 쇼핑은 빠른 실행을 도울 뿐.

정말 인터넷 세상에는 팔지 않는 것이 없다.

부화기와 유정란까지 한 번에 구매 완료.



병아리 부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21일.

요즘 부화기는 성능이 좋아서 온도와 습도도 맞춰주고 전란(알 굴리기)도 자동으로 해 준다.

그냥 조용히 21일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유정란 세 알.

알이 달이 콩이.

21일을 기다려본다.


드디어 D-day! 아직 파각 전인데도 병아리 소리가 들린다!

이럴 수가! 알 속에 있는데도 삐약 소리가 들리는 줄은 몰랐다.

두근두근 언제 나오려나 기다렸다.

회사에 나와있는데 등교중지 기간이라 집에 있던 아이들에게 연락이 왔다. 드디어 알에서 나왔다고.

친척 아이가 태어난 것인 마냥 서둘러 집으로 갔다.


아이들도 신기해했지만 나 또한 이런 것은 처음 보는지라 무척 신기했다.

인터넷을 참고하여 박스로 육추기를 만들고 온도 유지를 위해 스탠드도 켜주고 핫팩을 넣고 온도계를 설치했다. 병아리 먹이도 인터넷으로 사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알도 낳는 거 아닐까 하며 섣부른 김칫국도 마셨다.


병아리는 키워보니 너무 예쁘고 귀여운데 정말 냄새가 많이 난다.

그리고 털이 얼마나 날리는지. 도무지 집 안에서는 키울 수가 없다.

공기청정기 필터 갈러 오신 코디 아주머니가 기겁을 하고 가셨다.

노란 병아리 기간은 겨우 5일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갈색 깃털이 나서 처음의 귀여운 모습은 바로 사라졌다.

두 달 정도 키우고는 미리 얘기해 둔 농장으로 고이 보내줬다. 이때 이미 병아리는 닭이 된 상태였고 우리 애들(?) 바로 잡아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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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명의 신비 프로젝트는 끝이 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부화에 재미가 들렸는지 아이들이 오리도 키워보고 싶단다.

오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뭐 부화기도 있는데 한번 해보자 싶었다.

부화율 100%를 자랑했던 부화기 성능 덕분에 병아리 세 마리 키우느라 꽤 힘이 들었기에 이번에는 유정란을 두 알만 샀다. 오리는 크기도 더 크니 두 마리면 충분할 듯했다.


오리의 부화기간은 28일.

한 달 정도를 기다리니 이번에도 오리가 알을 깨고 태어났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알 하나는 부화가 안되고 한 마리만 태어났다.

우리 집 오리의 이름은 오리자베스.

오 씨 남매들이 자기들 동생이라며 너무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것이 오리의 매력인가. 너무 귀엽다.

일주일 만에 노란색이 없어졌던 병아리와는 달리 오리의 노란색 털 기간은 꽤 길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폭풍성장을 해서 쑥쑥 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색깔이 노란색이니 계속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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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키우고 싶었으나 새 생명 하나를 키우는 데는 얼마나 많은 뒤치다꺼리가 필요한지.

또 오리는 먹는 것도 얼마나 잘 먹는지.

눈 뜨면 오리 먹이고 씻기고 집 치워주고 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아쉽지만 오리도 곧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보냈다.

특히 오리는 물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고 해서 새 가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닭을 서로 데리고 가겠다던 것과는 좀 비교가 되었다.




부화기를 잘 닦아서 중고로 팔아야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던 어느 날 아이들이 이야기했다.

'엄마 우리 오리자베스 2세는 언제 키워요?'

뭣이라? 오리를 또 키운다고?


오리 집은 엄마랑 아빠만 치워서 더 이상은 키우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는 한다. 매몰차게 거절하기에는 오리가 너무 귀여워서.


하지만 다시금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본다.

안돼. 흔들리면 안 돼.

그런데 아직 부화기는 판매에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언젠가 오리자베스 2세와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 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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