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부모됨 시리즈] 책임감과 부담감. 편
아이가 나에게 왔다.
내가 드디어 엄마, 아빠가 된다.
내 인생에 나와 그 혹은 그녀를 반반 닮은, 그런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책임지고 돌볼 대상이 생겼다는 것? 나와 그 혹은 그녀를 이어줄 또 하나의 존재가 '우리'에게 생겼다는 것?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존재가 생긴 것?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내가 엄마 혹은 아빠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아빠, 엄마 말고 나에게 새로운 이름이 하나 더 주어진다.
바로 '부모'이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한 쌍으로 부를 때 '부모'라는 호칭을 쓴다.
부모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세트'로 '아이의 보호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엄마, 아빠라는 호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한데 내포하는 '부모'라는 말이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가 태어나 안정적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나는 이 '부모'라는 단어가 아이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존재로 느껴진다.
엄마와 아빠는 물리적으로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역할의 모습이 다르다.
아이의 처음, 아이를 잉태해 임신, 출산, 수유기 육아를 담당하는 사람은 엄마이다. 아빠는 사실, 이 시기에는 힘든 아내의 기분을 살피고 보필할 일 말고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그러나 아이가 3살이 넘으면 엄마보다 힘이 쎈 아빠가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고 놀이를 통해 사회성을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아빠의 역할과 존재가 두드러지게 된다.
엄마가 안아주고, 아빠가 놀아주는 아이는 아빠와 엄마 둘 다 소중하다. 아이에게 아빠, 엄마는 한 팀이고 한 쌍이다.
(그래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는 질문은 참 바보같다. 아이를 세상에서 제일 곤란하게 하는 질문이다.)
한 팀으로 움직이는 부모는 단순히 물리적인 보호자의 역할보다 더 큰 정서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엄마 혹은 아빠가 한 팀이 되어 아이에게 해주는 보호자 역할 그 이상의 것은 무엇일까?
부모가 서로 사랑하면서 아이에게 그 사랑을 나누어주고, 서로의 힘듦을 이해하고 보완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는 것이 아닐까?
부부가 한 팀으로 움직이려면 상대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를 수용하려면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것,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상대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
서로 자신을 파악하는 작업이 되어 '성숙'해져야, 상대를 수용하고 상대의 힘든 것들까지 함께 나누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니 부모가 되는 것은 나 하나만 잘 해서 될 일이 아니고 함께 잘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다.
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사랑하는 나의 아이에게 안정적인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를 알아가고, 나의 배우자를 알아가고,
이 앎을 바탕으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 깜싸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힘든 작업이기에,
엄마되는 것, 혹은 아빠되는 것보다 부모가 되는 것이 더 큰 무게가 느껴지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 화이팅!!
* 본 '부모됨은 ____이다.' 시리즈는 2020년 12월 발행된 학술지 『 영아기 첫아이를 양육하는 어머니의 부모됨 인식에 대한 개념도 연구_열린부모교육연구 14-4-7(심위현,주영아) 』 를 모티브로 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도출된 참여자들과의 인터뷰로 다듬어진 '부모됨에 대한 88개의 새로운 정의들(최종진술문)'을 인용해, 심리상담과 부모교육 현장에서 느낀 나의 인사이트들을 정리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