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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Oct 24. 2021

쓰기 학습

4-2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의 심화, 받아쓰기, 베껴 쓰기부터

지금까지 JLPT 수험 준비에 쓰기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쓰기에 대해서 많이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쓰기 학습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언어 학습은 크게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듣기와 읽기가 수용영역이라면 말하기와 쓰기는 좀 더 창조 영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듣기와 읽기는 말하기와 쓰기보다는 선행 학습이 되어야지 오류가 적은 창조가 가능합니다.


이 네 영역중 하나에 해당하는 쓰기, 그중에서 창조 영역이 아닌 받아쓰기 즉, 소리를 문자로 표현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에도 시간과 노력이 따로 필요합니다. 말하기와 듣기만으로 언어영역이 완성되면 세상에 문맹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읽기와 쓰기는 분명히 학습이 필요한 영역이며 다만 이 영역의 공부가 듣기와 말하기와 완전히 분리되어서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어떤 언어이든 새로운 문자를 익혀야하며 그 문자와 연결된 소리를 익혀야합니다. 그리고 어떤 단어의 철자나 쓰는 방법, 획순 등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직접 손 근육이 연필을 쥐고 획순을 지키면서 써보는 훈련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필체도 찾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의 핵심은 어떤 필체든 어떤 내가 쓴 글자가 문자인지 알아볼 수 있게 적을 수 있는 훈련입니다.


다만 “소리 언어”를 잘 모르거나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읽기나 쓰기를 연습하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그림 그리기를 연습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을 수 있습니다. 내 안의 문자가 소리와 연결이 덜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쓰기, 즉 글자를 익히는 연습도 소리 언어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단어장을 보고 철자를 보면서 옮겨 적어보면서 단어의 스펠링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나 문장의 정확한 소리, 발음을 먼저 익히고 그 소리가 어떤 철자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익혀야합니다. 이는 어떤 언어든지 마찬가지입니다. 라틴어처럼 아예 사용이 사라져서 소리 언어가 어느 정도 죽어버린 언어 학습은 예외로 하더라도 실제 사용되고 있는 언어의 경우에는 이 방향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언어’로서 외국어를 익힐 수 있습니다. “이 의미를 지닌 단어가 이 모양의 이런 철자들을 가진 문자이다.”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발음되는 이 소리가 이런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 소리를 글로 적으면 이렇게 표현된다.”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일본어 쓰기의 경우에는 대화문 교재의 통 암기를 통한 초급 학습을 할 때에는 그날 학습한 내용을 나중에 적어보는 것을 숙제로 하곤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내가 암기해서 말을 해볼 수 있을 정도가 된 문장들을 쓰기 연습과 복습 차원에서 노트에 적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이미 소리 언어가 내 안에 형성이 되어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소리언어가 어떻게 글자로 적히는지를 내 안에서 연결하며 문자를 적을 수 있습니다. 즉 소리 언어의 학습이 먼저 확실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적어보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었습니다. 단지 처음 책을 보고 글자를 베껴 적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외워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소리 언어로 익힌 후에 문자언어와 쓰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반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이야기했듯이 언어의 출발은 소리이고, 문자 언어는 이미 많은 정보를 잃은 기록이기 때문에 문자만을 보고 바른 소리를 재생해내는 것이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표음문자가 아니고 표의문자에 가까울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문자는 소리를 한 번 더 어떻게 글로 적는지를 학습하는 도구입니다. 처음부터 작문을 연습하지 않아도 됩니다. 초급 학습자가 생성하는 발화는 오류가 많거나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것은 작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발화를 문자로 옮겨 적는 것이 글, 작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재의 오류가 적은 그대로의 언어를 학습하고 그것을 적어보는 훈련을 하는 것이 초급 언어 학습에는 더 유리합니다. 학습을 통해 조금씩 언어 운용능력이 늘면, 자연스럽게 발화할 수 있는 재료도 늘어나고 그만큼 작문도 더 가능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창조’의 영역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는 응용의 영역입니다. 처음에는 올바른 재료를 갖추어야 합니다. 재료가 없는데 조리를 해서 음식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일본어 쓰기 학습의 경우에는, 히라가나, 가타카나의 획순과 쓰는 방법을 익힌 후에는 한자도 일본어 식 한자의 획순과 쓰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리고 초급 학습 시에 문장을 적을 때는 한자가 등장하는 경우에는 그 한자 위에 요미가나를 적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이 그 한자 읽기를 학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일본어는 각각의 한자에 대응되게 요미가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어나 문맥에 따라서 같은 한자라도 읽는 방법, 즉 요미가나가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은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어의 경우에는 한국어의 마침표나 쉼표, 따옴표에 해당하는 것의 모양이나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일본어 고유의 문장부호도 따로 학습해야 합니다. 일본어는 문자에 한자를 쓰기 때문도 있지만, 한국어와 같은 띄어쓰기가 없이 모든 문자를 붙여 쓰기 때문에 띄어쓰기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급 교재의 경우는 학습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띄어쓰기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은 서적도 있지만 실제 일본어 서적은 세로쓰기가 많이 사용됩니다. 책을 읽는 방향도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이며 위에서 아래 방향입니다. 그래서 책 표지 방향이 한국의 책과 반대 방향으로 출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세로 읽기는 실제로 책을 접하면서 익숙해지다 보면 쉽게 숙련이 되기 때문에 초급 학습 과정에서 세로쓰기나 세로읽기를 따로 학습하지 않아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특히 세로쓰기의 경우에는 내가 미래에 일본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실제 언어생활에서 크게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초급 때는 그냥 가로쓰기를 해도 충분합니다.


영어나 다른 언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소리 언어의 학습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영어 쓰기를 공부할 때 많이 사용되는 방식이 듣고 받아쓰는 딕테이션입니다. 그야말로 들리는 소리가 영어로 어떻게 써지는지를 학습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일본어를 학습했듯이 이미 암기해서 발화가 가능해 질 정도가 된 본문을 한번 적어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꼭 어학 테이프를 들으면서 딕테이션 훈련을 하지 않아도 어떤 방식으로든 내 안의 소리 언어를 문자로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연결하는 학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영어의 경우에는 기본 학습을 못하고 발화를 해야 하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에 실제 문자나 이메일을 쓰면서 쓰기를 많이 학습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소리나 발화를 문자로 적어보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내가 생성하는 글이기 때문에 오류가 생성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급일수록 자신이 언어를 생산해서 발화하거나 작문하는 것 보다 완성된 문장을 통 암기해서 학습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 안에 언어의 틀이 잡히는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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