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의 심화, 일본어 한자와 한국어 한자의 차이
일본어 학습의 장벽 중 하나는 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언어들은 특정수의 자음이나 모음, 문자를 외우면 문자 학습이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어나 한자어권의 경우는 한자라는 무서운 복병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언어도 단어의 철자 등을 익히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부가 필요하지만, 한자는 그 이상을 요구합니다.
한자는 일단 많은 문자에 비해서 획순이 복잡하고 글자가 많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자는 중국어 등 한자 문화권의 언어를 공부할 때의 장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어는 한자는 간략화 된 면도 있지만 중국의 한자보다는 복잡하게 유지되고 있는 편입니다.
일본어 한자는 한국에서 배우는 한자인 번체자가 아니라 일본에서 쓰이는 신자체가 쓰이기 때문에 기존에 한국에서 한자를 공부했다 하더라도 일부 한자를 일본어식 한자로 새로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언어권 내에서도 일부 한자 사용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자는 일본어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어를 익히려면 히라가나, 가타카나, 그리고 한자의 세 종류의 문자를 익혀야하며 특히 한자의 경우는 일반 다른 문자에 비해 수가 많습니다. 이것은 한자가 음소의 발음을 기록하는 문자가 아니라 의미를 기록하는 문자이기 때문입니다. 즉 한자 한 글자가 하나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가 되고 그 단어를 연결해서 새로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다행히 한국어 모국어 사용자의 경우에는 한자를 교육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배우기 때문에 한자 자체에 타 문화권 학습자 보다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일본어는 한국어 한자어와 많은 단어가 겹치기도하기 때문에 학습에 있어서 나중에 시너지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일본어의 한자 사용은 한국어와 크게 다른데, 그것은 한국에서 한자가 표기될 때 우리는 언제나 속으로 의미를 이해하면서 한자 자체는 그 한자의 음으로 읽습니다. 그러나 일본어는 한자를 표기하고 한자의 발음인 음이 아니라 뜻을 읽기도 합니다. 이것이 일본어 한자의 음독, 훈독이고 특히 동사나 형용사가 한자와 히라가나가 병기해서 사용이 되며 훈독을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어의 경우 순우리말 동사나 형용사는 그 안에 한자를 적지 않기 때문에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어는 우리나라보다 한자를 읽는 방법이 더 다양해서 그 다양한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下처럼 같은 한자가 훨씬 여러 발음으로 소리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여러 발음은 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서 이럴 때는 이렇게 이 한자를 발음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하나하나 익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저는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따로 한국의 한자능력시험 2급을 준비해서 합격했는데 이 한자 공부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2급 수준의 2000자 정도의 한자를 알고 있다면 한자에 어느 정도 이해와 감각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어 학습 과정에서 한자를 따로 공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일본어는 한자가 실제 언어에 쓰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한자 공부는 한국어 속에 든 한자도 돌아보게 되면서 한국어 이해를 돕게 되기도 합니다.
한자는 학습은 어렵지만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글자 하나가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한자를 통해 의미를 느끼기가 쉽다는 것 입니다. 그래서 일본어 한자어도 한국어와 동일하지 않더라도 한자를 알고 있다면 알고 있는 한자의 의미를 통해 뜻을 유추해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한자를 읽는 방식은 다르지만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어로는 이렇게 읽히는 한자가 일본어로는 이렇게 읽히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학습이 되면, 내가 일본어 단어를 잘 모르고 한국어 한자어만 알고 있는 단어도 한국어 한자 발음에서 유추해서 대강 일본어 한자 발음을 유추해서 맞출 수 있는 마법을 쓸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일본인 친구들과 대화할 때 “종종 이런 발음의 단어일거 같은데”하고 몇 가지 추측을 이야기하면 문맥상 상대 일본인 친구가 “아~ 이 단어.”하면서 올바른 발음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는 똑같이 한자어를 쓰는 한국인이 일본어를 학습할 때 유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테면 ‘contemplation’ 같이 철자는 같은데 발음이 다른 영어와 프랑스어 단어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자를 공유하듯이 그쪽 언어도 어원인 라틴어 등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언어의 뿌리가 유사한 유사 문화권의 언어를 하나 배우면 하나의 새로운 큰 틀을 내 안에 새로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뿌리가 유사한 다른 언어를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