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하 Oct 24. 2021

말하기 학습

4-3 살아있는 외국어 공부의 심화, 바벨탑 이후 신에 대한 도전

말하기는 창조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외국어 학습자는 완전히 그 외국어의 틀에 익숙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네이티브 발화자보다 말하기 과정에서 많은 오류를 생산하기 쉽습니다. 


언어는 결국에는 자신의 안에 있는 무엇,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어떤 내용, 느낌, 감각, 주장, 설명, 호소 등을 발화하거나 글로 적는 행위를 포함하기 때문에 자신의 안에 있는 것을 표현해나가는 과정에서 창작이 들어갑니다.


물론 이런 느낌을 이런 단어와 틀을 사용해서 전달한다는 언어의 재료를 많이 익히고 거기에 익숙해질수록 생산하는 오류는 적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급 학습자일수록 자신이 문장을 만들어 내기보다는 교재에 있는 기존의 완성된 대화문을 학습하면서 그 틀이나 방식 자체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발음도 내가 그냥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라, 네이티브 발화자의 소리를 듣고 내가 어떻게 내 조음기관을 사용해서 비슷한 소리를 생산해 낼 수 있을까를 훈련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단계들이 언어 학습의 기본 단계라고 할 수 있고 이 단계를 건너뛴 채 내가 문장을 만들어내기 시작할수록 발음이나 문장 구조 등의 오류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 내 오류를 스스로 교정하거나 오류를 덜 생산하며 발화할 수 있는 내 안의 언어 틀 자체가 아직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어 학습이 초중급에서 중고급단계로 올라갈수록 이 창조적인 발화 연습도 중요합니다. 직접적으로 내가 발화를 시도해보고 오류를 알고 교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발화도 많이 해 봐야 익숙해지고 더 자연스러워 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 내 경험이 쌓일수록 좀 더 그 언어가 자신의 것이 됩니다. 자신이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꼭 수려한 표현을 써서가 아니고 쉬운 단어들을 조합해서라도 상대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외국어학습에서 중요한 일이자, 하나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지식 차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차원에서 비로소 더 의미를 가지고 살아있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언어로서의 외국어 학습은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나의 표현, 발화, 혹은 작문 영역을 포함합니다. 이는 토익 시험에서 정답을 찾아내서 점수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혀 다른 문화권의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말하고 그를 통해 소통할 수 있게 되는 방법을 익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 자체는 그것만으로도 큰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언어라는 장벽으로 둘러싸인 소통의 불가능성을 넘어서 서로에게 닿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가톨릭 성서로 치자면 바벨탑 이후의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언어 학습을 통한 소통의 가능성의 재발견, 지구상에 내가 함께 더 쉽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인구가 늘어가는 그 가능성은 내 안의 세계를 확 넓혀주기도 합니다. 특히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성의 이해에 대한 감각이 좀 더 열리기도 합니다. 외국어 학습은 내가 이 문화권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하는 무엇이 다른 문화권의 이에게는 아니라는 것을 학습해가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언어 학습은 어떻게든 스펙을 위해 점수를 만들어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로 감동적이고, 두근두근한 모험이기도 합니다.


저는 대화문 통 암기와 발화를 통한 기본 언어 학습 과정과, JLPT 구2급 준비 과정, 그리고 초중급 때 좀 더 지문 중심의 교재 학습과 JLPT 구1급 준비과정을 거친 이후에는 지문 교재 학습과 더불어 프리토킹 시간을 가졌습니다. 즉, 언어 학습이 중고급 단계에 오게 된다면 이 프리토킹 시간은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내 안에는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많은 재료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 외국어의 문맥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는 많은 단어를 알고 있고 표현들이나 말투, 말하는 방식, 그 느낌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료가 갖춰졌다면, 창조적인 말하기 단계의 훈련은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 창조적인 말하기 훈련 단계에서 말하기 자체에 대한 익숙함이 생기고, 또한 계속 생산해 내게 되는 오류를 알고 바로잡을 수 있으며, 나의 말하기 방식과 스타일이 생기기도 하며, 실제 의사소통을 통해서 계속 수정되고 보완되고 발전하기도 합니다.  


제가 가졌던 프리토킹 시간은 원어민 한명과 3-4명의 초급부터 함께 학습했던 학습자들과 함께 그룹을 이뤄서 특정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그 대화에서 나왔던 표현이나 어휘, 대화를 정리해서 그 다음 시간에 한 번 더 같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표현을 쓸 수 있는 다른 예시나 경험에서 나온 일화를 이야기해주기도 했으며 오류를 수정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서 대화를 나누게 되면 실전으로 외국어를 사용하는 감각을 키우게 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외국어를 공부한 하나의 목적 달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언어’로서의 외국어의 활용 단계에 이미 나아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친구와의 교류 과정에서 그 외국인 친구가 내가 생산하는 모든 오류를 잡아주거나 알려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번 지적하는 것을 실례라고 여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화의 초점은 지금 서로가 나누고 있는 대화 자체이지 외국어 자체의 교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생산하는 발화를 주의 깊게 듣고 나의 발화와의 차이점이나 어휘의 사용 등을 참고하여 내 발화를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인 친구의 표현과 발화는 그렇게 간접적으로 자신의 외국어 학습을 크게 도울 수 있습니다. 그 친구가 사용했던 표현을 나도 외워서 사용해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점점 내가 쓰는 표현과 어휘를 네이티브의 그것과 맞춰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떤 언어권일지라도 구어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어휘, 표현 등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는 살아있는 언어로서 변화하기도 하고 발전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기본 대화문을 통해서 언어 자체의 기본을 다지는 교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수 있습니다. 즉 경험을 통해서 부딪치면서 알아가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저 역시 실제로 일본에 거주하면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를  お袋라고 부르는 친구를 만난다거나 자신을 うち로 칭하는 사람을 만난다거나 하면서 새로운 어휘에 대한 감각을 계속 익혀가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런 어휘를 스스로 내 발화에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런 실제로 사용되는 감각적 어휘들을 계속 만나가는 것은 실제로 그 문화권에 거주하거나 네이티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 네이티브 언어권 안에도 방언도 있고 성격에 따른 말투나 표현 방법도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겪어볼수록 이런 감각은 계속 쌓이고 달라지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교재를 통해 익혔던 언어의 틀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의 살아있는 언어를 계속 접해가면서 그 언어의 다이내믹한 부분들을 직접 체험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국어 화자로서 제가 사용하던 한국어 어휘나 유행어도 계속 변했고 새로운 말이나 표현이 계속 생기거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완소’ 같은 표현은 초급 학습자의 한국어 교재에 실려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 학습자가 한국에 와서 거주를 하거나 한국인과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는 들어보게 될 가능성이 생기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원어민끼리의 대화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원어민끼리는 좀 더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거의 보지 않지만 버라이어티 쇼 등을 보는 것도 좀 더 자연스러운 실제 환경에서의 언어를 접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버라이어티 쇼 보다,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 등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잘 보지는 않습니다. 즉 이러한 부분은 단순히 어학 학습을 위해서 자신이 흥미 없는 매체를 일부러 찾아보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접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외국어 사용이 더 이상 ‘공부’가 아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수업 환경처럼 닫힌 환경에서 외국인과 실제 프리토킹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단순히 대화의 화제나 주제 자체가 아니라 어학 학습 자체에도 초점이 맞춰져있기 때문에 어학 학습에 조금 더 유리합니다. 여기서는 좀 더 쉽게 자신이 생산하는 오류를 교정 받을 수 있고, 언어와 관련된 궁금증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의 외국인 친구들이 언어 관련 질문이나 궁금증을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던 경험도 있지만 외국어 학습 수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더 유리한 면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처럼 제3자의 선생님이 따로 표현을 정리해주거나 복습을 도와주는 환경이라면 더욱 유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JLPT N1급 합격이라거나 토익 고득점 달성 같은 것으로 어학 공부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닌 ‘언어’자체를 위한 공부, 소리 언어에도 초점을 맞춰서 내 안에서 그 외국어로 할 수 있는 표현을 늘려가는 공부를 한 다음에는 이렇게 실제로 그 외국어를 사용해보는 경험을 늘려가는 것은 중요한 과정입니다.


JLPT N1급 합격이나 다른 어학시험 고득점은 언어학습의 끝이 아니라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제 소리 언어와 표현에 맞춰 공부를 해서 목표 점수를 달성했다면 고득점과 동시에 내 안의 외국어도 ‘언어’로서 자리를 잡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그저 점수나 시험 합격 만에 초점을 맞춰 정답 찾기나 글의 해석, 번역 식으로 학습을 해서는 도달하지 못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내가 만약 그렇게 외국어 고득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종잇조각으로서의 증명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 외국어를 활용하는 능력이 낮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소리 언어로 외국어를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저는 실제로 수능 영어를 대학에 합격할 만큼 성취했었지만 ‘언어’로서의 영어공부는 일본어를 학습한 이후에, ‘언어’로서 외국어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가 자신 안에 자리를 잡은 후에야 소리 언어로서 영어를 다시 시작하고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영어를 그렇게 공부했다면 수능 공부에 투자한 시간만큼 ‘언어’로서의 영어를 익힐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속에서 ‘언어’로서 영어를 접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전 22화 쓰기 학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