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내장이 먹고 싶네
ㅡ여든여섯 할머니 마주이야기1
멀리 사는 엄마는 한동안 감기로 고생했다. 엄마에게 전복죽, 오리탕 등의 몇 가지 음식을 사드리겠다고 해도 입맛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던 여든여섯 살 엄마가 전화로 망설이며 말했다. 엄마는 자식들 걱정할까 봐 얘기를 잘 안 하시는 편이다.
ㅡ순대와 그 뭐더라, 같이 들어있는 간 같은 거. 아. 맞다. 내장이 먹고 싶은데 어디 살데 없을까?
나는 입맛 없던 엄마가 뭔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해서 반가웠다. 더 비싸고 좋은 음식도 많은데 엄마는 나에게 순대와 내장만 부탁했다. 딴 거는 절대 사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며.
ㅡ엄마, 바로 주문시켜 줄게. 기다려.
엄마가 원하는 순대내장세트를 인터넷으로 샀고 저녁에 먹을 수 있도록 배달해 드렸다. 배달문자가 오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ㅡ엄마, 현관문 열어봐. 배달되었대.
엄마는 오냐~ 하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배달 한 시간 뒤, 엄마에게 전화를 드렸다. 나는 엄마가 맛있게 드셨는지 궁금했다. 사실 맛있게 드신 뒤의 밝은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막내 덕분에 잘 먹었다고, 맛있다고 했다. 나는 혼자 배시시 웃었다. 그러곤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ㅡ엄마, 뭐든 먹고 싶으면 배달해줄 테니 언제든 말해. 알았지?
엄마는 한번더 웃었다.
ㅡ세상 참 좋다. 네가 내 손발이다. 고맙다. 내일까지 실컷 먹겠다. 덕분에 감기도 싹 낫는 것 같다.
올해 여든여섯 엄마가 웃으면 나도 기분이 좋다. 엄마의 기침도 멎었고 입맛도 돌아왔다니 감사하다.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