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4일
10월 텍사스에서 나의 일상은 운동, 카페, 휴식, 그리고 무한 휴식의 반복이다.
올해의 절반이 훌쩍 지난 이 시점에서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깨닫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있다. 그건, 특정한 습관으로 굳어진 활동을 하는 것 이외의 활동에 있어서는 안타깝지만 꽤나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일을 쉬게 되면서 이런저런 것들에 관심이 갔고 하고 싶었다. 다행히 휴식 직후 처음 도전했던 요가 자격증은 땄지만, 여전히 미완성인 소설을 쓰고 있고, 명상 스크립트를 써보다가 최근에는 브이로그를 만드는 일에 빠져 있다.
내가 인생에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는 마음에서 일을 잠깐 쉬기로 결심했었는데, 되려 나의 열정은 무엇이든 꽤나 빠르게 사그라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나의 삶에서 어떤 것을 하며 살면 좋을지 방황하고 있다. 방황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가니 이제 슬슬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휴식을 하며 생긴 변화는,
몸이 자유롭기에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주 보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
타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났고 한국에서 고정된 일상을 보내며 하던 연애와는 색깔이 다른 연애를 경험했다는 것
소설 쓰기, 브이로깅 등 평소에 못해본 활동들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
스트레스가 적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 등인데
확실히 일적인 스트레스는 전혀 받지 않고 있지만, 연애로 인한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기니 결국 휴식을 하든 일을 하든 스트레스가 없는 삶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일 할 때를 떠올리니 시간을 조금 더 소중하게 써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회사를 다닐 때는 늦어도 아침 7시에 일어나던 삶이
지금은 오전 10시가 되어도 일어나는 것이 힘겹다.
운동을 하던 시간도 이전에는 출근하기 전의 시간을 쪼개어 쓰거나 저녁을 먹은 후의 여가 시간을 할애했었는데
지금은 하루의 황금 시간인 낮 시간이 되어서야 어슬렁어슬렁 헬스장으로 향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 쓰기는 꽤 모든 면에서 단거리 주자에 적합한 나에게는 정말 큰 도전이었다.
새롭게 만났던 사람이 나의 글쓰기를 너무나도 응원을 해주는 바람에 한 권의 분량을 거의 다 쓰기는 했지만, 그와의 관계가 허니문 시기를 지나버리면서 여전히 메꾸어야 할 챕터는 숙제처럼 남아있다.
휴식을 시작할 때 나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말 내 삶에서 원하는 것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했던 것 같다.
6개월이 지난 지금, 휴식을 할 수 있었던 이 기회를 더 소중하게 보내자며 다시 한번 더 마음을 고쳐 먹는다.
2021년의 남은 11월과 12월은 더 알차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기로 나 자신에게 약속해보는 게으른 일요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