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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먼히 Nov 05. 2021

외로운 아침의 챠크라 명상

2021년 11월 5일

여전히 시차에 적응 중인 나는 오늘도 새벽 4시경에 눈을 뜬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 그다. 

미국 시간으로는 이미 일어났을 텐데 내 폰에는 아직 소식이 없다. 

사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한 그와는 어제도 페이스타임으로 유미의 세포들 드라마를 함께 봤다.

그와 정말 이별할 수 있으려나 싶다가도 연락 빈도가 줄어들면 언젠가는 할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그렇다가도 또 정말 이별한다면 참으로 슬프겠다 싶다. 


다시 회사로 돌아갈 시간은 이제 6개월이 남았고 시간은 불안하게도 빠르게 흘러간다. 

11월이 다 가면 그때는 5개월이다. 시간이 시한폭탄과도 같다. 




이번 달에도 뭔가를 하기는 해야 한다는 강박에 어릴 때 못 이룬 꿈인 연기를 떠올린다. 

연기학원에 다니면 발성도 좋아지고 다시 회사에 돌아가더라도 유튜버를 하더라도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회사를 쉬다 보니 더 쉬고 싶은 욕심이 들어 대학원을 지원해볼까 잠깐 생각한다. 

그러다 흥미로워 보이는 영재 육성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 되고 언니가 보내준 결혼할 인연에 대한 스님의 유튜브까지 보게 된다. 영재 육성 유튜브를 보면서는 '나도 저렇게 태어났더라면 삶이 참 편했겠다', '저런 아이를 낳으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스님의 영상에서는 '궁합이 좋지 않더라도 많이 다툼이 있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인연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이네', '선행을 많이 베풀면서 살아야 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새벽 네시에 잠에서 깨어 두 시간 가량을 잡다한 생각들로 보내던 중 그에게서 아이메시지가 왔다. 

명상의 효과에 대한 유튜브 동영상 링크다. 얼른 재생한다. 

다른 이점들은 제쳐두고 명상의 효과 중 하나가 욕심을 키우는 뇌의 영역의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올해 내 물욕이 좀 줄어들었나 봐. 오늘도 명상으로 시작해야겠다." 


빠른 배속으로 얼른 영상을 보고 난 나는 그에게 후기를 전한다. 

그가 나에게 시차가 좀 적응되었는지를 묻는다. 


그제만 해도 우리는 눈을 뜨자마자 전화기를 붙들고 통화를 하던 사이였는데 오늘은 겨우 문자 몇 번 정도이니 소통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연락을 줄이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 우리의 취지인데, 왠지 그가 없는 나의 생활에 이렇게 점점 적응을 해가다 결국은 헤어질 것이라는 슬픈 마음이 들어 연약한 마음을 다독인다. 




명상의 이점에 대한 영상을 본 김에 침실의 불이 여전히 꺼져 있는 채로 챠크라 명상을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고 앉아본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1번 챠크라로 호흡을 하여 크라운 챠크라로 호흡을 내쉬고, 이것을 각 챠크라 순서대로 반복한다. 


새벽에 챠크라 명상을 하니 챠크라들을 통해 호흡을 할 때마다 챠크라들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눈뜨자마자 하는 명상은 또 다르구나'를 생각하고 몸이 느끼는 즉각적인 반응에 다소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다가 내가 명상 스크립트를 쓰고 그가 명상 음악을 만들어 콜라보하는 유튭 채널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나의 아침을 명상으로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 그에게 고마워하며 시작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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