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노는기록 #26, 셀프타로점보기
어? 내 밥카드가 어디갔지?"
점심시간마다 다급하게 찾는 내 밥카드는 몇 해 전 백수인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회사의 사원증이다.
밥카드.. 아니 사원증을 만지작거리며 간절했던 과거의 마음을 짚어보며 생각했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수많은 선택지가 앞에 놓여있는덧같아 불안정했던 지난날에서 이젠 수많은 선택지를 뒤로하며 얻은 얼마간의 안정감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동반한다.
충고말고 용기가 필요해서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엔 타로카드를 집었다.
나는 유약한 정신상태와 고집불통이 공존하는 고약한 성격으로 타인의 이런저런 말은 한귀로 흘려듣기 일쑤인지라 진심어린 이야기는 어쩌면 스스로에게 듣는 것이 가장 와닿을 거라 생각했다.
어설프게나마 셀프타로를 시작하는 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았다.
유니버설 웨이트 타로카드덱(78장)과 타로해석을 도와줄 내 취향의 리딩북만 있으면 끝이다.
타로카드덱은 여러 버전이 있지만 시중의 초보자용 타로해설집이 '유니버설 웨이트타로카드'를 기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카드덱을 사야한다고 다수의 네이버 지식인이 말해줬고 실제로 그랬다.
리딩북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e북인 이주형 작가의 <타로 기초 이론> 과 종이책인 루아 작가의 <가장 친절한 타로 리딩북>에 정착했는데 이유는 어둠의 기운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카드여도 단정적인 해설을 하지 않아서 였다.
정착하기 전 잠시 품었던 한 리딩북이 데빌카드를 뽑은 나에게 피할 수 없는 재난도 있다고 송곳같이 단언해서 용기는 커녕 더 큰 데미지만 입었더랬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리딩북을 고르자.
이렇게 셀프타로 준비를 마친 나는 타로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원오라클이라는 한질문에 하나의 카드를 뽑는 제일 간단한 방식을 사용해 그날그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어떤 카드를 뽑았고 그리고 어떻게 해석했는지 적었다.
그 일지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는데 픽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런 사소한 일에도 절절매왔구나..
지나간 무수한 걱정들이 어떻게 나를 지나쳐갔는지 새삼스레 다시 돌아 볼 수 있었다.
여러 질문을 하고 카드를 뽑아 봤지만 제일 기억에 남는 카드는 ace of wands 다.
그때 카드를 섞으며 '지금 나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고
뽑힌 카드를 보고 나는 뚝심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카드의 정통해석은 순수한 잠재력이었는데 나는 내 잠재력을 믿고 굳세게 실행에 옮긴다면 좋은 일이 일어날거라고 스스로에게 답을 내려줬었다.
마침 이것 저것 도전했던 일들이 다른 이들에게 응답을 받기 시작한 즈음이어서 그 시도에 엑셀을 밟을 수 있는 격려를 받은 듯 했다.
그 격려로 나는 오늘도 꾸준히 그림을 그린다.
그때보다 아주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으면서 말이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주저할때...
하기 싫은 일 앞에 놓여있거나, 너무 기대되는 일앞에 놓여있어 오히려 어그러질까 불안할때.. 난 카드를 섞고 질문을 던진다.
내려놓은 질문들과 타로로 얻은 답들이 차곡차곡 쌓여 앞으로 더 나아갈 힘이 되주고 뒤를 차분히 돌아볼 여유도 주는 것 같다.
오늘은 가볍게 일요일 점심메뉴로 초밥은 어떨지 질문을 던져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