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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n 30. 2024

[육아] 전문가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하는가_아이는 무

 아침에 눈을 떴더니 목이 따끔 거렸다. '타이레놀' 두 정을 물과 삼켰다. 예전 읽었던 백승만 작가의 '분자 조각가들'이 떠올랐다.

 약을 먹으면 아픈 곳만 집중 치료되는 것이 아니다. 몸은 전체가 하나의 화학덩어리다. 투약에 의해 몸이 가진 화학적 농도는 달라진다. 약물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할지, 어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타이레놀, 즉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을 완화하고 열을 낮춘다. 두통이 있어도, 치통이 있어도 복용할 수 있다. 통증을 완화한다. 그렇다면 이 약품은 어떤 애니메이션처럼 우리몸에 들어와 아픈 곳의 세균에 다가가 싸우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약물은 혈류를 타고 몸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다양한 세포와 조직에 영향을 끼친다. 다시 말해서 부대찌개의 햄 너무 짜기 때문에 찌개 자체에 물을 붓는 행위와 비슷하다. 두통을 완화하기 위해서 약물은 두통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를 차단하고 체온 중추에 작용하여 열을 낮춘다. 다만 우리가 필요한 역할만 골라서 하는 것은 아니다. 몸은 이 과정에서 화학적 균형이 깨진다. 이것은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바로 '졸음'이다. 현대 화학약물의 역사는 '졸음'을 어떻게 조절하는가로 발전해 왔다. 졸음을 유발하는 두통약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체약품이 개발됐고 어떤 약품은 치료제로 시작했다가 수면제로 역할을 바꾸기도 했다.

 갑자기 왜 '약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우리를 이루는 자아가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형성하는 여덟가지 지체는 몸, 생각, 감정, 감각, 관계, 환경, 영양, 영혼이다. 즉 우리는 여러 조건이 하나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반대로 하나의 정체성은 여러 조건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약물과 같이 하나의 투약으로 이것 전체의 농도는 달라진다. 우리가 어떤 말을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늬앙스의 경험을 하는가, 그것은 철저하게 계산 불가능한 '사이드 이펙트'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의도대로 전달되는가. 알 수 없다. 여덟가지 지체가 복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자아'가 되나. 고로 사람이 자아를 형성하는 것은 단순한 몇가지 요령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육아 전문가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합니다. 칭찬하세요'라고 말한다. 다른 어떤 육아 전문가는 '칭찬은 되려 독이 됩니다. 칭찬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전문가 의견의 반대편에 전문가가 서 있는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예를 들어보자. '커피의 효능'을 예로 들어보자. 인터넷에 '커피와 숙면'을 검색하면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님'의 영상이 나온다. 아침이나 낮에 마시는 커피는 밤에 숙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영상이다. 뇌와 신체가 카페인 효과로 인해 활동성이 높아지고 이로인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반대로 숙면을 위해서는 커피를 무조건 절제하라는 조언의 영상도 있다.

 '고구마의 다이어트 효능'을 검색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고구마는 당과 칼로리가 높고 탄수화물이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해롭다는 의견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GI지수가 낮은 음식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전문가는 전체 중 일부를 들여다보는 '스페셜리스트'이기 때문에 세분화한 내용에 대해 특화적으로 연구한다. 고로 전반적인 균형은 독자가 판단해야 한다.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물질이 있다. 뛰어난 각성효과는 문학이나 예술, 음악, 과학계 거장들에게도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하고 식욕을 억제하며 불안감과 긴장감을 급속도로 해소 시키는이 물질은 세로토닌을 분비하여 기분조절에 도움이 된다. 심지어 빠르게 인지력과 학습능력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 이 물질의 일반적 이름은 '담배'다. 좋은 부분만 취합적으로 보게되면 마약이나 담배에게서도 충분히 좋은 부분을 찾아 낼 수 있다.

 전문가가 연구를 진행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가설 설정'이다. 전문가는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가설'을 먼저 설정하고 실험을 설계한다. 이후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한다. 고로 '실험과정'에 주관성은 개입할 수 없으나 실험 단계수립 단계에서 이미 주관성이 개입되어 있다.

 논문을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 주제나 접근 방식이 기존 연구와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거나 기존 연구에 대해 철저한 분석을 통해 오류를 검증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성은 논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즉 다시 말해서 누군가가 '마늘의 효능'을 이야기하면 '마늘의 부작용'이 확실한 차별성이 된다. 현대 과학은 이런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고로 끊임없는 창과 방패가 서로가 서로를 찌르고 막는 모순을 쌓아가며 발전해 간다.

 고로 어느 한쪽의 절대성이 생기지 않는다. 과학에는 100%는 없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생각해보건데 아이를 기르는 것은 '부모의 말과 행동'이 아닐 수 있다. 데이터 전문가에 의하면 아이를 길러내는 것은 '부모'보다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또 어떤 전문가에 의하면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고로 '맹신'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을 취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며 자신의 철학에 맞도록 선택 취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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