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90년생이 온다.

by 오인환

나는 도서 구매를 할 때, 예스 24에 사 자주 구매를 하는 편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구매를 하기는 하는데, 보통 귀찮거나, 시간이 없을 때 예스 24를 이용한다.

예스 24를 이용하는 이유는 책을 살 때, 함께 따라오는 소소한 선물들 때문인데, 와이프 말로는 그냥 1000원짜리 할인을 해주는 것보다, 조그마한 인형이라도 함께 오면 기쁘다나.

어찌 됐건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북클럽 사용권도 종종 받게 되는데, 이게 받을 때마다 한 달 두 달씩 모와뒀더니, 올해는 거의 북클럽을 내내 사용 가능하게 되었다.

북클럽은 이북을 무제한으로 읽을 수 있는 회원권인데, 사실 나는 77 요금제를 사용하지만, 이렇게 공짜로 받게 된 회원권 때문에 한 번도 요금을 납부한 적이 없다.

덕분에 소장하고 싶지 않거나, 왠지 트렌디 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들은 북클럽으로 읽는다. 그리하여, 전자책으로 읽는 책들은 사기에는 돈이 아까울 것 같고, 읽어보고 싶기는 한 책들을 지른다. 그런데, 그렇게 별 기대감 없이 전자책으로 읽은 책들은 사실 거의 대부분이 마음에 들어 실물 책으로 구매할걸 하는 후회를 준다.

대표적으로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을 내가 전자책으로 구매한 이유는 제목에 있는 '90년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렇듯 명확하게 그 타깃을 지니고 있는 '트렌디'함 때문에 이 책은 소장할수록 가치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언급한 90년생들은 10년 뒤에는 다른 위치에 오를 것이고 20년 뒤에는 또 다른 입지를 가질 것이다.

내가 책을 소장하는 이유는, 마치 피겨를 모으는 수집가처럼 수집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목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가치를 잃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제목'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유익하다. 사실 책의 일부분을 제외하고 나면, 반드시 '90년생'이라는 표현을 썼어야 할까? 아쉽기도 하다.

이 책은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나, 여러 세대와 공동체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사람은 자기가 서있는 위치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시선에 무뎌지게 되어있다. 나 또한 그렇다. 나의 관점에서 힘든 점과, 나의 관점의 고뇌에 파묻혀, 옆 사람과, 앞사람의 고통이나 사정에는 무뎌진다.

나는 타인에 관점에 무뎌지는 현상이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진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 또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이렇게 타인의 관점에 무뎌지고 나면,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생기기도 한다. 그 철학의 믿음이 강해질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게 되는 듯하다.

우리는 흔히 '꼰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꼰대는 항상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관점을 지니고 세상을 바라본다. 특히나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 철학을 고수한다.

'내가 해보니~ 이렇더라.' 혹은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렇더라.' 혹은 '나 때는 ~ 이렇더라' 식으로 타인의 상황에 되려 자신의 경험이 정답이라는 식으로 말한다.

물론 인간은 자신이 경험인 경험과 지식을 빼고는 다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을 정답으로 믿고, 타인에게도 그것을 강조한다.

나 또한 여러 꼰대들을 만났다. 내가 25~6살이 되었을 때, 나는 해외에서 좋은 직장에 취업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직으로 승직했다.

그러다 보니, 내 또래 친구들보다 꽤나 좋은 조건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당시 나는 무급휴가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 방문에서 여러 경험을 해보고자, 취업을 준비했었다. 홍대에 있는 작은 소기업이었는데, 나의 기억으로 연봉 2200만 원에 주 5일짜리 근무였다.

당시 나는 한국 돈에 대해 감각도 없거니와, 그냥 여러 한국의 경험을 쌓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 면점을 보러 갔다.

면접 자리에는 나보다 기껏 해봐야 4~5살 정도 많아 보이는, 젊은 여자분 한 분과, 남자분 두 분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상하관계가 확실해서, 속된 말로 '까라면 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있어요."

"주말 근무나, 특근이 있는데 괜찮으셔야 돼요. 추가 수당은 없고요. 모르셔서 그러는데, 우리나라에서 이것저것 다 챙겨주는데 많지 않아요"

"한 달을 먼저와도 선배인데, 나이 어린 선배가 하는 싫은 말에도 '넵 알겠습니다'라고 해주셔야 돼요."

면접관은 나의 이야기보다 자신들의 이야기만 주구 장장 늘어놨다.

나에게는 마지막에 '가능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이 다 였다.

그 외에도, 취직하는데 전혀 상관없는 부모님의 직업과, 여동생의 직업을 묻기도 했고, 부모님의 최종학력과, 결혼할 여자 친구의 유무를 물었다.

"지금 여자 친구랑 결혼까지 하실 건가요? 저희는 신입사원이 결혼하시는 거 별로 안 좋게 보는데..."

어차피 면접 시간만 지나면 보지 않을 사이라는 것에 확신이 있었지만, 거들먹거리면서 사람을 평가하는데 재미를 붙인 젊은 꼰대들의 모습은 상당히 보기 흉했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 돈은 얼마나 모으셨어요?"

황당한 질문이었지만, 나보다 겨우 5살 정도 많아 보이는(그들도 급여를 받는) 사람들에게서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뭐.. 어린 나이에 일찍 해외에서 좋은 직업에 취업해서요. 한 8천500 정도밖에 못 모왔어요."

그렇게 말하자, 상대방은 '아.. 많이 모으셨네'라고 말하고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나는 생각했다. '한국에서 취업한다는 게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멋있고 환상적인 일은 아니겠구나. 이곳에 취업했다면 큰일 날 뻔했다.'

그들은 내가 돌아갈 때, 결과는 다음 주 중에 나올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하지만 면접을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면접을 마친 지 10분도 안돼서, 문자가 왔다.

'축하합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열심히 하신다면, 합격으로 결정할게요.'

보통 면접관이 되면,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인 듯 착각하는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저랑 맞지 않네요.'

나는 단호한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상대는 전화통화를 걸었다. 나는 전화를 무음으로 변경하고, 가방에 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우리 세상에는 꼰대가 너무 많다. 사실, 그 회사라는 작은 테두리에서 만들어준 '직급'이라는 타이틀만 떼면 사실상 40이 넘은 과장, 부장님이나, 신입 사원이나, 서로 다른 경험을 축척하고 산다. 때문에 서로에게 배울 점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옆에 있는 누군가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경험을 가진 훌륭한 선생님이다. 그런 선생님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오히려 나의 배움의 기회를 스스로 앗아가는 일일 지도 모른다.

나 또한, 내가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가졌다고 스스로 자부하고 산다. 가끔은, 나에게 고민 상담을 하러 오는 친구들에게, '그것은 ~ 하도록 해~', '~하는 게 어때?' 등의 완곡한 조언을 했었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들이 나에게 원했던 것은 조언이 아니라 공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서'라는 습관이 무엇이 좋은가?라는 질문은 자주 하게 되었다. 사실 '독서'는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음을 벗어나 타인을 공감하는 마음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타인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그 시작을 하는 사람들이자 시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읽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열린 마음을 갖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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