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코데믹, 끝나지 않는 전염병

by 오인환

이런 류의 책은 전문용어도 너무 많이 나오고 딱딱하여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첫 문장만 읽고도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며 들던 생각이 있다. '과학을 문학으로 표현한 명작'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그랬다. 딱딱한 과학용어부터 '나 잘났소'하고 던지고 보는 다른 서적들과는 다르게 이 책은 참 문학적이다.

'마크 제롬 월터스(Mark Jerome Walters)는 대학에서 언론학과 수의학을 전공했다. 문과와 이과를 넘나드는 그의 이력 때문에 이 책은 문학적이기도 하고 과학적이기도 했다. 책은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제목 그대로 '에코데믹'이다. 이름이 낯설기도 하고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이해하고 보자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말이 있다. 정보라고 하는 information과 전염병인 epidemic의 합성어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팬데믹(pandemic)은 모두를 뜻하는 pan과 epidemic의 합성어이다. 또한 endemic은 고질적인 혹은 풍토적인이라는 이다.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demic'이라는 접미사에 주목이 된다.

demic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단어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어의 domos에서 유래했다. 데모스(demos)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Democracy(민주주의)나 Domon(악마)에도 들어 있는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빠질 수 없는 전염병에 '생태'라고 하는 Eco-라는 접두사를 사용한다.

즉, 사람이 지구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서 생기는 병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 서울을 중심으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명분은 '광우병'.

정치적인 이슈로 변해갔던 이 시위의 정치적 입장을 재하고, 우리는 광우병이라는 병을 알게 되었다. 머릿속 두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난 소들은 치명적인 병을 앓고 있는데 그 병의 이름이 광우병이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미국산 소를 먹든지 말든지,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영국에서 시작한다. 때문에 영국이 나쁜 나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미국인인 저자 또한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던, 미국이던 우리는 불리한 상황이 돼서야 너와 나를 가른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류가 저지른 실수이다. 1954년 출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사죄하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 지은 죄에 대해서만 사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범인류적으로 혹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소속원으로의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광우병은 제품단가를 1센트라도 아껴보려는 인간의 아둔한 욕심에서 시작한다.

'빨리 크고 가격이 낮아진다면, 뭘 먹으면 어떤가.' 초식동물에게 죽은 동물의 사체를 분쇄해 먹이는 일로 인간은 죽은 사체 처리 비용과 사육비를 아끼는 '비즈니스의 성공'을 거뒀다. 낮은 단가로 더 많은 인간을 부양할 수 있다는 하찮은 마케팅을 통해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 없어야 할 광우병을 초래했다.

책은 읽다 보면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매우 문학적인 필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특히 광우병의 들어가는 부분과 에이즈의 마무리되는 부분을 읽을 때는 이게 과연 생물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맞나 싶을 만큼 문학적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에코 데믹'이라는 키워드이지만, 이에 관한 이야기만 서평 하기에는 문체가 좋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필력을 이용해야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될 테니 그런 면에서는 아마 성공적인 책이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 장에서 살모넬라의 이야기를 하며 저자가 서술한 부분은 인간의 단 하나의 실수가 얼마나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확장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농장에서 쓰이는 항생제를 이야기하며, 이 것들이 가축에게만 쓰인다 하더라도 가축 몸속을 통화해 나온 뒤에도 여전히 활성을 띠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물이 세균이 우글거리는 오수로 흘러들고, 약물이 든 폐수 찌꺼기는 비료로 밭에 뿌려지며 이 약물 내성 세균들은 지하수나 지표수로 유입되었다가 다시 토양으로 스며든다고 했다. 이는 냇물과 강, 지하수, 호수와 연안을 오염시키고 농토도 오염시킨다. 그리고 자연 순환의 원리에 따라 다시 우리의 입속으로 유입된다.

우리는 단 하나의 실수를 행하지만 결과적으로 여러 형태의 영향을 자연과 인간에 주고 있는 셈이다.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면서 진드기의 수가 늘어나고 도시의 평균 기온이 2도 정도 상승하며 강수량이 증가했다. 이런 서식환경은 진드기 개체 군 수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이로서 라임병이 활발해진다. 특히나 도톨이가 풍작일수록 라임병이 활발해진다며 인간의 건강은 도토리에 달려 있다는 작가의 비약이 재밌기도 하다.

한 타 바이러스 장에서는 책에서는 나와 있지 않지만 최초로 질병이 발병한 한국의 한탄강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한 타 바이러스 폐증후군은 희생자가 자신의 체액에 익사당하게 되는 치명적인 감염질환이라라는 저자의 표현이 재밌다.

책은 인간이 걸리는 여러 가지 전염병들이 원인이 결국은 생태와 환경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런 생태와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인간이라고 말한다. 책은 17년 전 쓰인 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창궐하는 지금을 예견이라도 한 듯 책은 바라본다.

책에 담겨 있는 6가지 종 모두에 사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같은 원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현재 우리는 '닫힌 세계'를 이야기한다. 이 모든 것은 '전염병'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인류는 스페인 독감을 포함한 여러 차례의 전염병을 앓고도 다시 세계화의 문을 두드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적 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이다. 인간 사회는 현재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자본주의는 아무리 선해진다 하더라도 환경과 건강을 위해 세계질서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통해 닫힌 세계, 플랫폼 산업과 바이오산업의 대두 등도 따지고 보자면 자본에 의한 논리로만 설명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이 소비하며, 생산해낸다. 이런 반성 없는 인간의 욕구의 끝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를 휩쓰는 바이러스에 대해, '우한 바이러스'이다라는 둥, '중국 바이러스'라는 둥, ', '바이오, 플랫폼 기업 주가 폭등'이라는 둥. '과일박쥐 때문이라는 둥' 모든 상황을 경제와 정치로만 판단한다. 하지만 틀렸다. 모든 건 우리 인간들 때문이다. 더 이상 잘못을 외부에서 찾아서는 안된다. 결국 모든 인간이 병에 걸려 멸종하고 '돈'만 남는 상황이 되지 않길 바란다면, 이 세상을 이어 살아갈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줘야 할 노력과 반성을 꾸준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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