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1980년대 중반 이래 제임스 왁슨이 주축이 되어 인간의 게놈지도를 완성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었다. 이는 1990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 연구팀이 참여했다. 이는 2000년 6월 26일, 밑그림을 완성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유전자들이 구성하는 30억 쌍의 화학 염기 중 97%를 해독했다. 이 프로젝트는 2006년 공식 종료가 되었다.
민족문화 추진회와 세종대왕 기념사업회가 1968년부터 착수한 '조선왕조실록'의 1차 번역은 26년이 걸린 1993년이 되어 끝이 났다. 30살인 학자가 56살이 되는 나이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이 번역 작업은 어쩐지 1980년 대에 미국에서 이루어진 인간 게놈 프로젝트와 어딘가 닮아 있다.
우리는 유전공학과 같은 최첨단 용어가 사용되는 과학을 받아들일 때,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공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염기 서열을 하나하나 살피고 기록하는 일은 무언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냥 사람이 '하나 둘 셋...' 하고 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왕조실록 번역 일 또한, 실로 엄청나게 의미 있는 프로젝트임에도 사실상 그냥 페이지 한 장 한장일 누군가 읽고 연필로 꾹. 꾹. 눌러 적는 일에 불과하다.
모든 건, 속된 말로 '막일'이다. 신약을 개발하거나 식품에서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는 것 또한, 이것 저것을 여러 번 시도하며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일이다. A라는 물질을 투여했을 때, 암세포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확인하는 일일이 끝나면, B라는 물질을 넣어보고, C라는 물질을 넣어볼 뿐이다. 그 엄청나게 고귀한 실험실에서 누군가는 현미경에 눈을 꼬라박고 엄지손가락에 채워진 카운팅 기계를 '하나, 둘. 셋...' 하고 누르는 단순함이 반복일 뿐이다.
인공지능은 단순하다. 기본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그다음에 대한 예측을 하는 일이다. 쉽게 말해, A라는 사람이 어제와 오늘 담배를 피웠으면 내일도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내일 담배를 피울 것이라는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늘과 어제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고 사실성 그 데이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예측력이 높아진다.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들의 총합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이런 빅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혹은 SNS를 통해 공급되고 사용한다. 그런 이유로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구글'이라는 검색 기관을 통해 나온 것이다.
책의 50쪽에는 인공지능과 러닝머신 그리고 딥러닝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그림이 나와있다. 우리가 이러한 용어를 부담 없이 듣고 말하는 시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용어에 대해 자세하게는 모른다. 이 책은 시작 기점에 인공지능에 대해 여러 가지 기본적인 상실을 알려주고 마지막으로 가면서 그 활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와 같은 초보들은 뒷부분보다 앞부분이 훨씬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하다. 인공지능의 한계에 대한 설명 또한 나도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만능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우리 인간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산물일 뿐, 사실상 인공지능은 인간의 보조자의 역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친구의 부탁으로 인공지능(?) 관련 어플을 개발하는 일에 대한 간단한 소일거리를 도와준 적이 있다. 내가 한 일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인공지능에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은 간단했다. 보이는 사진 중 '차'를 '클릭'하는 일이었다. 사진은 수 십장 수 백장이 됐다. 잘은 모르지만, 내가 찾은 차는 아마 데이터 베이스로 활용되지 않을까 추측하기는 한다.
사실 모든 건 막일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수백, 수만 가지의 경우를 단순하게 돌려보면서 대입해보는 것이다. 단순한 대만의 GPU 파운드리 공장인 TSMC는 인공지능이 화두가 된 이후 갑작스럽게 성장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시가 총액 면에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사가 되었다. 시가총액이 무려 3063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26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미 시가총액 면에서는 세계 10위로 올라섰다는 기사를 지난주에 접했다.
세상이 인공지능이라는 최첨단 세계로 인도하기 위해서, 단순작업을 해야 할 GPU의 엄청난 수요가 필요했다. 비트코인 신드롬이라는 말을 유행하면서, 누군가는 100만 원이 1억이 됐다거나 1000만 원이 10억 100억이 됐다는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비트코인'은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세상에 대한 첫 신호탄이었을 뿐이다.
비트코인이며, 인공지능이며, 알파고며 모든 건 사실은 단순 막일을 얼마나 가능하는지를 따지는 문제이고, 이런 단순 막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인 GPU의 수요는 꾸준하게 늘어난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슈퍼컴퓨터는 IBM의 '서밋'이다. 이는 1초에 33경 번의 연산능력이 있다. 또한 77만 5000개의 CPU와 3만 4000개의 GPU를 갖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개가 할 일을 1만 개가 하면 더 빨라지는 건 단순한 이치다.
이세돌 9단을 이긴 건 알파고이지만, 실제 알파고 대신 바둑알을 올렸던 건 알파고 엔지니어로 아마 6단이었다. 누구나 인공지능을 등에 엎으면 세계 최고를 쓰러뜨릴 수 있다는 걸 전 세계가 관찰했다. 우리의 역할은 단순하게 인공지능이 내린 지시에 정확하게 따르는 일이 세계 최고가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인공지능의 완벽함은 세상을 대체할 수 없다. 우리는 아무도 100만 단위 수를 제곱해주는 '엑셀' 프로그램에게 감탄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같은 일을 인간이 해냈을 때 감탄해 낸다. 아무도 시속 100km로 달리는 자동차에 감탄하지 않지만 시속 36.8km로 달렸던 몽고메리의 단거리 기록에 대해 놀라워한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인간이기 때문에 기적을 바란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해 주길 바라면서 한편으로 그들의 한계를 느끼게 해주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