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AI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살상 무기인 원자폭탄은 현재 엄청난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고 있는 발전소로 활용되기도 하고 연쇄살인범의 허리춤에 차여 있는 식칼은 본래 사람을 살리는 요리사의 손에 들려 있기도 하다. 인간을 대규모로 공포로 몰아넣는 '균'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몸속에서 소화를 돕는 유산균의 존재도 있고 남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총은 경찰의 허리춤에서 시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초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사람들은 자동차는 인간의 안녕을 위협할 존재의 탄생이라고 여겼다.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의 입지를 설명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러다이트 운동'은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우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역사 중 하나다.
기계들이 노동자의 일을 대신해버린다. 이는 인간 노동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이고 사회의 악이 될 것이다. 그래야만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된다. 기계를 부숴버리던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오래전 이야기 같지만 불과 19세기에 일어났던 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기계로부터 일자리를 빼앗기지도 않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보장되었다. 우리는 가끔 기계를 때려 부수던 러다이트 운동의 노동자들처럼 혹은 처음 자동으로 움직이는 '수레'(자동차)를 만났을 때처럼, 새로운 문명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 불안감은 또다시 '인간의 안녕과 존엄'을 위협할 존재들로 규정된다. 이런 불안감은 그저 그런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제일의 부자라고 일컬어지는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호킹'을 포함해 다수의 지식인과 자본가들에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문명의 과도기에 했던 불안감을 항상 극복하고 이를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 '법적 제도'를 이용하여 그것들을 사회의 제도권 안에서 현명하게 다스리기 시작했다.
AI에 대한 불안감은 그간 다른 위협들과는 차원이 다른 불안일지도 모른다. 지금 것 인간의 '물리적 노동력'과 에너지 정도를 대체하던 것들을 넘어서 '지적 능력'까지 대체했을 때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역시나 인간이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 책은 '인간'이라는 포유류에서의 사람 속인 '호모 사피엔스'가 맞이하게 된 다음 문명의 세계를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배경지식과 상식을 소개하며 독자가 AI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고 과거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의 어느 부분에서는 중국의 '선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굉장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맞이하는 대중 매체는 대부분 미국과 같은 시각으로 맞이 하는 편이지만, 실제 4차 산업에서 미국을 위협하고도 남을 정도의 국가는 '중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의 부정적인 내용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이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가령 포화상태에 이른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나 기업부채를 이야기하며 중국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의 저력을 과소평가할 수만은 없다. 빅데이터란 PC와 인터넷, 모바일 기기 이용 중 사람들이 남긴 발자국인 데이터를 이용하는 일이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는 2020년 12월 기준 9억 8천만 명이다. 또한 인터넷 보급률은 70.4%에 이르고 이 중 대다수는 모바일을 이용한다. 중국은 길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QR코드를 사용하여 결제를 할 만큼 모바일의 일반화가 이루어졌다. '통제'를 명분으로 이루어진 '얼굴인식'과 '데이터 분석' 능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중국 내륙에서의 기준뿐만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은 '화교'와 중국 외 중국인들에게서도 볼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중국인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의 인구는 3억 2천만, 유럽의 인구가 7억 4천만, 일본과 한국의 인구가 1억 8천만 정도가 되니, 이를 합치면 중국 단일 국가에서의 인터넷 이용자 수 9억 8천만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 유럽, 한국, 일본의 모든 인구가 12억 4천이 고작이니, 그들 모두가 인터넷 이용자라고 하더라도 중국과 비교하기 힘들다.
물론 구매력이 다른 인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빅데이터의 효용은 단순하게 즉각적인 '실용성'보다는 '인간 내부에 대한 탐구'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앞으로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라는 강대강 국력 기싸움이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일어난 것에 기인할 수 있다. AI가 인간을 닮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이다. AI의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결국 '인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물리적 노동력'의 잠재력으로만 봤던 무자비한 인구수가 결국 '현대의 원유'라고 부르는 빅데이터의 기반이 된 샘이다. 사실상 '빅데이터'는 정보의 수집이다. 이에는 '규제'와 '인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민주주의보다는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얼핏 기본소득에 관해 유럽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는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도 이슈가 될 만큼의 이슈이다. AI와 기계에 의해 생산성을 잃게 된 인류를 위한 사회는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지금껏 그에 대한 대응으로 '기본소득제'의 대안이 될 만한 아이디어가 없다.
생산력을 잃은 인간이 구매력까지 잃지 않기 위해 국가에서 일정 소득을 채워 넣는다는 개념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책은 '중국과 인공지능'에 대해 그 '주'는 아니지만, 내가 읽어 본 바에 의하여 이 책이 제시하는 여러 근거 중 몇 가지가 다른 책들과 적절하게 융합하여 앞으로 중국과 AI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시대와 AI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이한 점으로는 저자의 소개가 뒤편에 있다는 것이다. 책을 처음 집었을 때 당연히 저자 소개가 책의 앞 쪽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앞 쪽에는 들어가는 말이 있었을 뿐이라 저자의 소개를 한참이나 뒤적거렸다. 책은 자신이 인터뷰한 내용들을 근본으로 여러 가지 앞으로의 미래 인간과 AI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인이다. 일본 최고 부자인 손정의 회장은 최근 비전 펀드를 통해 240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모두 AI와 같은 미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투자이다. 이처럼 인류 역사상 유래 없는 규모의 투자를 진행함에 있어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손정의는 일론 머스크와 더불어 괴짜 자산가로 유명하다. 그들의 횡보는 자칫 많은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욕을 먹었지만 보기 좋게 성공해 내기도 했다. 일본은 최근 4차 산업혁명 중 가장 도태되고 있는 주요국 중 하나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이처럼 제3의 눈에서 미래에 대한 관심을 꾸준하게 갖고 있는 국가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별 연관은 없지만 불현듯 비전 펀드와 일본인 작가가 어딘가 공통사가 있어 떠오른 대목이기도 했다.
얼마 전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에이트'는 흥미를 위한 가볍고 재밌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은 그 이야기에 이어 여러 가지 근거와 논리를 시각을 다양하게 해 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