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대한민국 농사는 이렇습니다

by 오인환

지금은 황금향 수확 및 출하 시기다. 황금향은 만감류 중에 가장 이른 시기에 출하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석선물로 많이들 사용하기도 한다. 크게 동글랑 농원에서는 두 번의 수확 시기가 있는데 한 번이 황금향 수확 철이고, 다른 한 번이,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수확철이다. 한라봉, 레드향, 천혜향은 12월 말에서 1월 정도 시작함으로 보통 설 선물로 많이 찾는다.

황금향은 한라봉과 천혜향이 합쳐진 과일로 보면 되는데 과즙이 많고 표면이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과즙이 많기 때문에 택배로 나갈 경우, 쉽게 터지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터진다고 보긴 어렵지만, 택배사에 물량이 밀려 있는 경우는 터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년 전 색도 이쁘고 크기도 큰 황금향을 인터넷 택배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깨지거나 터진 상품에 대해 환불 요청이 너무나도 많이 왔던 기억이 난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보냈는데 받는 사람도 기분 나쁘고 보내는 사람도 황당한 이런 경험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황금향 택배를 별로 선호 하시진 않는다.

반면 아무리 집어던져도 잘 터지지 않는 만감류가 있다. 바로 한라봉이다. 한라봉은 택배 하기 매우 좋다. 그렇다고 함부로 대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택배 하시는 분들이 과격하게 대해도 한라봉이 터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만약 한라봉이 터졌다고 한다면, 정말 과격하게 대했을 가능성이 조금 높다. 한라봉은 과피가 두꺼운 것이 특징이다. 황금향은 과피가 앏고 즙이 많아 껍질을 까기 쉽지 않은 반면, 한라봉은 과피가 두껍고 비교적 껍질과 과일 사이에 즙이 많지 않아 까기가 수월한 특징이 있다.

동글랑 농원에서 레드향과 더불어 한라봉은 규모가 가장 적은 상품이다. 항상 찾아주시는 일부 고객 님들이 있으신데, 취향이 그러신 지 한라봉만 드신다. 한라봉이 상태가 좋지 않거나 무르익지 않았을 때는 다른 과일로 유도를 하기도 하는데, 한라봉이 아니면 안 드시는 분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동글랑 농원의 주력은 천혜향이다. 천혜향은 오렌지와 한라봉이 합쳐진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색이 붉으스름하다. 농장이 서귀포 남원에 위치하고 있어 그런지 당도가 높은 편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입장에서 과일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른데, 가령 크기가 왜 균일하지 않느냐, 색깔이 균일하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색이나 크기는 농장에서 선과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보통 선과 공장에서 크기를 선별해낸다. 이렇게 선별해 내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물품을 구매하는데 알게 모르게 '과일 선과비'를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과일이 이런 선과 공정을 거치는데 큰 비용 차이는 발생하지 않지만 택배와 같이 소규모로 작업하기 위해 선과 공장을 돌리는 일은 있지 않기 때문에 농장에서는 일일이 무게를 통해 선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에서 보듯 과일 하나하나를 끈으로 묶는 작업이 있다. 그냥 나무에 물을 주면 무럭무럭 자라서, 수확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사과나 배도 마찬가지지만 과일 하나하나를 종이로 싸거나 이렇게 묶거나 하는 작업을 과수원에서는 해야 한다. 물론 이 작은 어머니가 하나하나 하셨다. 이렇게 묶는 이유는 과일이 너무 커질 경우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무가 부러지거나 과일이 다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다. 묶는 일도 묶는 일이지만 나중에는 끈을 자르는 일도 '한 작업'이기도 하다.


우리 농장은 처음에는 소셜커머스에 입점하기도 하고 활동을 했었는데 지금은 크게 하고 있진 않다. 거의 항상 찾아주시는 분들이 찾아주시기도 하고 홍보를 통해 다양한 고객을 접하다 보니, '컴플레인' 전화나 택배 상황에 관한 문의 같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편안하고 안전한 거래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비해 농촌에 있는 농민들은 그런 일까지 모두 처리하기 부족한 부분이 있다. 고객의 니즈는 상당히 까다로운 분들이 많은데, 상품은 최고의 상품을 원하고 가격은 최저가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한라봉을 어떤 농장에서는 얼마에 샀는데, 여기는 왜 더 많이 받느냐 혹은 작년에는 얼마였는데 올해는 왜 가격이 올랐느냐 식으로 가격을 내려달라는 전화도 꽤나 받는다. 심지어는 자기네 동네 이마트에서는 얼마에 파는데 여기는 왜 이렇게 파느냐의 식으로 항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유로 농산품의 가격차이가 있는지를 일장 연설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도 종종 생겨난다. 그런 이유로 부모님은 웬만해서는 상인에게 일괄로 판매한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상인에게 판매하는 가격과 큰 차이 업는 가격에 택배를 보내면서 일일이 포장하고 고객 상대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몇 푼 더 받기 위해 택배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다만, 이렇게 찾는 고객분들의 규모가 커진 경우에는 택배만으로 물량을 모두 소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농사 이외의 수익도 꽤나 많아지기도 한다. 다만 그 과정까지 가기에 번거로운 일이 많아 크게 일을 벌이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문제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유리하지 않은 결말이기도 하다.

사실 소비자의 성향에 문제를 찾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 것이 공급자의 역할이기도 하다. 농장은 나이 많은 어른들이 택배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택배 송장을 컴퓨터로 출력할 경우 5분이면 되는 일을 1시간, 2시간씩 돋보기안경을 쓰고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이유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긴 다소 어려운 것도 있다. 나도 그러기 때문에 절대다수를 탓할 이유는 아니다. 가끔 우리는 공산품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의 상품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M 사이즈 과일인데, 왜 지난주에 받은 과일과 다르냐고 묻는 분들도 존재한다. 사실 제대로 된 선과과정에 따르면 과일의 크기와 가격은 정확한 원칙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의 생산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과일은 '자연'의 산물이다. 사실 반들거리는 표피를 좋아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생물에 왁스를 펴 바르기도 하고, 푸르뎅뎅한 표피를 가스로 익혀 노랗게 만들기도 한다. 모두 인공의 산물인데, 이렇게 반짝거리고 화려한 과일이 상품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가격이 불필요하게 올라가기도 하고 표피에 조그만 상쳐가 있거나, 흑점병(표피에 검은색 점이 생기는 병)이 있는 과일은 그 역할(맛)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비상품으로 분류되어 폐기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뉴질랜드나 싱가포르 등의 선진국에서는 '과일'은 대형마트에서 그 비중이 높다. '이 많은 과일이 소비될까?' 싶을 정도로 쌓여 있는 과일 들은 빠른 속도로 소비된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처럼 두꺼운 종이 박스에 포장되어 보기만 좋게 상품회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과일' 소비가 크지 않은 나라인 것 같다. 과일은 빨리빨리 문화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인 것만은 맞다. 없는 시간에 후딱 하고 병을 여러 음료를 마시고 쓰레기통에 병을 '휙'하고 버리는 일에 비하면, 과일은 껍질을 벗겨야 하고 칼로 조각을 내어 접시에 담고 치우는 전체적인 삶의 여유가 없다면 이런 과정은 있기 쉽지 않다. 1인 가정이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 일은 생략하기도 쉽다.

그런 이유로 과일 자체의 소비보다 과일을 토대로 한 2차 생산물들이 우리나라에 꽤나 많다. 이쁜 상품들이 선물용으로 소비되고 나면, 비상품들은 저렴 간 가격으로 농축공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는 거의 처리비용에 해당되는 금액 정도만 겨우 받고 물품을 수매받는다.

이런 악순환이 끊어지는 일은 누군가의 노력으로 불가능하다.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이 변화돼야 우리 농산물들이 소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우리에게는 '추석'과 '설'이라는 큰 대목에 선물로 과일을 주는 문화가 오고 가며 이때 가장 많은 소비가 일어난다. 나는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겨우 맞춰나가는 대한민국 농가들이 결국은 세계시장에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공업 생산물을 해외로 뻗어나가 국위선양을 했듯,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우리의 농산물이 해외에서 좋은 대접을 받고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1600923191336.jpg?type=w773


1600923190760.jpg?type=w773


1600923190077.jpg?type=w773
1600923188674.jpg?type=w773
1600923189369.jpg?type=w773
1600923188040.jpg?type=w773


이전 08화[농사] 적과작업 중 세계정세에 대해 생각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