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
내가 평소 다니는 수영장엔 4개의 레인이 있다. 왕복 50m의 보통 크기의 수영장으로 맨 오른쪽부터 초급, 중급, 상급, 고급 이렇게 나눠져 있다. 자유수영 시간에는 자신의 등급에 맞는 레인에서 자유롭게 수영을 하면 된다.
수영인이 느끼는 레인별 특징들이 있는데 상급에서 수영하는 수영인으로서 설명을 하면 다음과 같다.
수영을 배우고 싶어서 등록을 하신 분들이나 수영 경험은 있는데 중급에서 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우신 분들이 초급 레인에서 수영을 하신다. 그래서 다른 레인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서인지 북적북적 사람이 많다. 수영보단 걷는 게 많은 레인이다. 수영과 걷기를 하다 보면 중급 레인의 한산한 모습에 옆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실력이 되지 않아 입맛만 다시고 언젠간 나도 상위 레인으로 간다! 다짐하며 다시 수영과 걷기를 열심히 하는 곳이다.
중급 레인은 초급 레인보단 덜 북적이지만 만만치 않은 레인이다. 우선 초급에서 호기롭게 넘어오신 분들. 처음엔 발로 차고 나가 속도가 빠르겠지만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뒤에 쫓아 오는 베테랑 중급자에게 발 터치(재촉의 의미는 아니겠지만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가 들어온다. 자신의 페이스(느린 속도)에 맞게 수영하고 싶지만 상향등을 켜고 뒤에서 바짝 쫓아 올 것만 같아 손발의 리듬은 엉키고 속도는 더 느려지고 힘은 더 들고 물도 더 많이 마시게 된다. 중급 실력을 갖춘 수영인들은 고급자처럼 앞으로 쭈욱 쭈욱 뻗어나가고 싶지만 갓 올라온 초급 분들로 앞으로 나가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는 곳이다.
상급은 모든 레인에 있는 수영인의 목표인 곳이다. 우선 수영인이 적어 한산해서 좋고 막힘없이 수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다. 위에서 상급자분들 수영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 과장하여 표현하면 마치 기계처럼 쉼 없이 돌고 계신것 같다.
여느때와 같이 수영을 마치고 서둘러 레인을 빠져나오려는 찰나에 초급 쪽으로 진행원이 다가가는게 눈에 뛰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손자랑 같이 온 할머니가 초급자 레인에서 손자를 안고 걷는게 문제가 된 거였다. 잘 들리진 않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였을 것 같다.
"할머니 수영에 방해가 되시니 손자분은 어린이 수영장에서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초급 실력자가 초급 레인에서 수영을 하는데 문제가 있나요?"
"같이 수영하시는 다른 분들이 방해받고 있어서요. 손자분은 어린이 수영장을 이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몇 분간의 실랑이를 하는 동안 할머니 뒤편엔 앞으로 가지 못한 초급자분들로 정체를 겪었고 할머니 옆을 지나가시는 일부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눈을 찌뿌린다든지 한소리씩 하는 것 같았다. 결국 할머니는 손자와 함께 어린이 수영장으로 이동해 수영을 하였다.
그 이후 초급 레인을 이용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이전처럼 자신의 수영 실력을 쌓기 위해 수영을 하였을 테고 할머니는 원하는 곳이 아닌 곳에서 손자와 함께 시간을 보냈겠지만 분명 억울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손자와 즐겁게 수영하는 상상을 하고 왔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으니 말이다. 자신도 초급레인에 수영하는 분들과 똑같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원하는 곳에서 수영을 하지 못하고 진행요원과 길게 다투게 된 것도 그런 아쉬움 또는 억울함을 풀어보고자 했던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행동이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수의 행동 이유를 헤아리고 조금 더 긴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그런 시간과 노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보통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를 다수결로 결정하고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수의 행복이 소수의 행복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다수결에 의한 결정은 결론을 빨리 내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다수가 아닌 소수에 속해있을 때 원하지 않는 결정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옳지 않음을 알고도 다수의 의견을 쫓아 결정을 해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항상 다수의 편이 있을거라 확신하지 말고 남을 배려하고 이해할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