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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떠나야 해...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by Lena Cho

2021년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보자~

라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요즘 같은 때 하루에 한 번 문밖 나가는

것도 쉽지 않고, 더욱이 나란 사람은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집 밖을 나갈 의지가 1도 없는

사람이라 이러다 휴직기간을 전부다 집에서만

보낼 거 같아 일부러라도 바깥 활동을 하기 위해

전라도 쪽으로 템플스테이 계획을 하며,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총 세 군데 절을 가기로

했다.


나는 원래 여행을 즉흥적으로 떠나는 편이라

추천해 준 곳의 위치만 내비게이션에 저장을

하고 거리만 대충 알아둔 뒤, 출발 날짜와,

시간만 정해 떠나기로 했는데 결국 혼자 떠나는

여행이니, 아무 때나 떠나기만 하면 된다.

이게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게 또 혼자

여행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이전에 혼자 여러 번 여행을 한 경험이

있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이렇게

혼자 훌쩍 떠나는 게 크게 어색하거나, 나에게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닌 것이다.


이제 목적지를 정했으니 언제 떠날지 모를

나를 위해 짐을 쌓기 시작한다, 내가 쌓다라고

표현한 것은 한꺼번에 갑자기 짐을 싸게 되면

빠트리는 것도 있고 해서 생각날 때마다 틈틈이

짐을 하나씩 거실 한편에 모아두는 편이다.

그러고 나서 떠나기전 짐을 정리해서

여행가방을 꾸려 떠나는 것이다.


템플 스테인 데다, 혼자 떠나는 여행인데도

이번엔 짐이 좀 많다. 이유 인즉은 템플스테이

중간에 캠핑을 할 수 있으면, 혼자서 해본 적은

없지만 도전하고 싶어서 간단히 캠핑용품도

준비해 가기로 했다.


떠나기 전 여러모로 알찬 여행이 되길 다짐하며

이것저것 짐을 싸기 시작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니고, 프라이팬 하나, 작은 버너

하나 그 외 필요한 건 다니면서 구매하기로 했다.

원래 먹는 거엔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어서

음식은 라면 몇 봉과 비상 생수, 군것질 거리

몇 개를 준비했다.


짐은 한 짐 쌓아놓고, 이제 언제든 출발만 하면

되는데 친구가 주말에 비가 온다고 주말은

지나서 출발을 하라고 하는데, 이미 거실 한편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짐이 계속 신경 쓰인다.


결국 주말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금요일에

출발을 하기로 했다. 당일은 템플스테이는

예약이 안 된다 하여 근처에 숙소를 잡아 1박을

하기로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니 이런

리스크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 훌쩍 떠났을 때 진짜 방이 없어서

난감한 적도 있었다, 그때가 주말인 데다 바닷가

근처다 보니 보이는 곳마다 이미 만실이어서

주변을 몇 바퀴를 돌다 돌다 어둠이 내릴 때쯤

바닷가를 벗어난 곳의 어느 한 민박집에서 하루

밤을 묵었던 적도 있다.


이왕 온 거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자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니 잘 수 있는

곳이 있는 거 만으로도 감사하다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이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선택은 좀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는 건 여행도 하기 전에 모든 걸 준비하다

보면 내가 여행을 가려고 하는 건지 공부를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고, 그것은 나에게 여행을

가기도 전에 진을 빼놓는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여행은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스트레스 없는 막무가내

즉흥 여행길에 오르기로 했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집 앞 큰길에 들어서게

되면 그때부터 진짜 나의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즉,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후진은 없는 것이다.


운전은 서울 목동에서, 도심 광화문과

종각으로의 출, 퇴근을 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지만, 또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운전을 하고

싶지 않다. 3km를 앞두고 한 곳에서 신호를 3번

이상 받는 건 기본이고, 진심 3km 가는데 40분

이상이 걸리는 건 흔한 일이다 보니 운전에 약간

트라우마는 있다.


아무튼 집을 나서며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갑자기 지금 떠난다고 하니 친구가 오히려 더

걱정이다, 친구의 ‘숙소는?’라는 질문에 내가

‘아직이라며...’ 답변을 하자, 전화를 끊고 위치를

검색해 김제는 숙소가 많지 않으니, 전주로 가서

전주 한옥마을도 둘러보고, 전주에서 1박을

하라며, 도착 전 휴게소에 들러 예약은 꼭 하고

가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휴게소는 두 번이나

들렸지만 예약은 결국 도착해서 했다는 얘기를

조심스레 꺼내어 본다;


또 떠나기 전에 친구 몇 명에게 여행 얘기를

했더니 관광지도 실시간으로 검색해서 휴대폰

메시지로 링크도 걸어 보내주기도 해서 갑자기

떠난 거치고, 마음이 크게 불안하진 않았다. 혼자

갔는데 친구와 함께하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추천해준 곳이 꽤 괜찮아서

준비 없는 여행은 나의 빈약한 정보에 비해

풍요로웠다.


전라도 지역은 내장산 간다고 1박으로 짧게

다녀간 거 말고는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다,

그만큼 좁은 한국에서도 나에겐 아는 이 한 명

없는 낯선 지역인 셈이다. 그래서 이렇게

휴직기간에 큰 맘먹고 떠나게 되었다.


전주까지 가는 데는 두 번의 휴게소에서의 쉼을

합쳐 약 3시간 반 정도 소요됐고, 도착하니

4시가 좀 넘은 어정쩡한 시간이기에 한옥마을만

급히 둘러보고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향했다.


급하게 예약한 숙소는 전주 시내랑 가까운 3성급

관광호텔이었는데, 가격 대비 깨끗하고 프런트

직원분이 친절해서 무작정 떠난 여행의 첫날은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출발 다음날 전주에서 김제 금산사로 떠나기로

했으나, 그냥 가기엔 좀 아쉬운 거 같아 태조

이성계 경기전을 둘러본 뒤, 전주 하면 생각나는

비빔밥을 먹은 뒤 출발하기로 했는데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 묘목시장을 가게 되어 아직

여행이 5일이나 더 남았는데도, 난 거기서,

체리나무 두 그루와 장미 화분을 사서 뜻하지

않게 반려식물 여행 친구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다닐 땐 최대한 차 창문을 열고 다니고,

틈틈이 물도 챙겨 주었더니 차 안에서 싹도

틔우고, 일주일간 차에 있었던 거 치고는 아직도

집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다.


아무튼 잠잘 곳도 당일 예약하는 내가 미리

맛집을 알아봤을 일 만무하다 보니, 한옥마을

근처에서 먹기로 하고 몇 군데를 둘러보니 보통

비빔밥은 만원이었고, 관광지에 있는 식당이어서

그런지 서울에서 먹는 것과 맛은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사실 어제도 도착해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너무

부실해서 좀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그나마 맛도 좋고, 밑반찬도 많았으니

떠나기 전, 짧은 전주여행은 만족할만한

여행으로 마음속에 저장하기로 했다.


두 번째 여행지인 김제 금산사는 집 떠난 지

하루밖에 안됐지만,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에

대한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기 딱 좋은 곳이었다.


절이 워낙 크고 유명한 데다가 절 뒤로 둘레길과

모악산 등산길이 있어서인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사람들로 붐볐지만 템플스테이 하는 곳은

절과 따로 외부인이 통제되는 곳에 분리되어

있었고, 더욱이 코로나 때문에 신청자가 많지

않아 혼자 조용히 휴식을 취하기엔 좋았다.


내게 특히 좋았던 것은 마당 한 편에 나무그네가

있었는데 점심, 저녁 공양을 한 뒤 1~20분

그네에 앉아 소화도 식힐 겸 따뜻한 봄 햇살을

맞으며 마치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거 같은

기분이 좋았다.


템플스테이 하면서 좋았던 것은 저녁 공양을

하고 나오면 관광객들이 대부분 떠난 고요한

절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어 좋았고, 아침

공양은 하지 않았지만 이른 시간에 절을 오롯이

혼자서 느껴 볼 수 있는 것도 템플스테이의 가장

큰 장점인 거 같다.


내가 한 템플스테이는 ‘자유 휴식형’으로

공양시간만 지키면 되고,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스님과 차담 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하는데

코비드 19로 인해 그것마저 잠시 중단된 상태라,

남는 시간은 혼자서 둘레길도 걷고, 가져간 책도

읽으면서 혼자 조용히 자연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거기다 3월 초인데도 서울보단 밑에 지방이라

그런지 벚꽃과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해서

내가 사는 곳보다 좀 더 이른 봄을 맞이 할 수

있어 좋았다. 더불어 절 옆으로 흐르는

계곡 물소리는 플러스 알파로 나의 귀 정화에

봄기운을 더하는 한결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계곡물은 산 어디에서 내려오는지, 깨끗한

물이 잠시 쉼도 없이 흐르는 것이 정말

신기해서 여름에 오면 훨씬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여름 여행지 리스트에

슬쩍 적어 놓는다.


여행을 참 많이 다니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한 번 더 오고 싶다, 어떤 계절엔 한 번 더

와야겠다, 그러다 정말 좋은 곳을 가게 되면

사계절을 모두 느껴보고 싶은 곳도 있다.


가끔은 여러 블로그에 많이 업로드되어

있는 곳을 찾아보고 국, 내외 여행을 한적도

있지만, 이미 블로그에서 너무 많은 환상을

갖게 되어 그런지 막상 가게 되면 별로다 싶은

곳도 많아서 이젠 그냥 많은 생각 없이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 익숙해진 거 같다.


그냥 발길 닿는 프라하의 해 질 녘의 어떤 작은

골목의 노점 과일가게가 널려있는 곳의 거리가

좋았고, 시칠리아 시라쿠스의 해변가 어느

카페가 정말 좋아서 짧은 일정에 몇 시간을

맥주와 주스를 번갈아 마시면서 2시간 정도 지는

해를 넋 놓고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실 이번 나의 국내 여행은 Covid19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나는 그 후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는 12년 차 항공사 직원이고, 그런 이유들로

나는 국내는 회사 관두고 다니자 라는 생각에

시간만 나면 해외로 다녔다.

직장인의 삶이란 게 내가 가고 싶다 해서

언제든 시간적 여유를 갖고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나는 가보고 싶은 곳은 많고

해서 뉴욕 3박 5일, 런던 3박 4일 등의 짧은

일정으로 주말을 끼어 일 년에 세, 네 번은

다닌 거 같다. 이런 나를 가족들은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여행 일정을 좀 더 늘리기 위해 새벽에 도착해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고,

그런 날은 일하다 코피를 쏟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가끔은 너무 이른 새벽에 도착해서

'집에 가서 몇 시간만 자고 출근해야지'

했던 게 푹 자고 10시가 넘어갈 즈음에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를 듣고 출근한 적도 있다.

그땐 너무 아찔한 사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


그러던 중 작년 2020년 3월부터 항공사는

Covid 19의 직격탄을 맞았고, 그래서 나는

작년 3월부터 15일 출근, 15일 무급휴가를

하게 되면서부터 월급은 기존의 2/1도 안 되는

급여로 살아오고 있다. 다행히도 딸린 자식이

없기에 쉴 때 조금씩 국내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국내 여행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작년에 나는 인제, 고성을 두 번 갔고, 한 번은

혼자서 두 번째는 친구와 갔다. 그리고 그렇게

가고 싶었던 해인사를 다녀왔고, 간 김에 대구에

있는 친구를 만나 경주까지 같이 다녀왔다.


아무튼 Covid 19는 우리가 생각한 거보다 훨씬

강했고, 항공사는 그 위기를 오랫동안, 아니

지금도 그 위기에 놓여 있다.


일을 못하니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고용에

대한 불안감은 그동안 나의 삶에 대한 2차 플랜

없이 일과 함께 반복적인 일상만 되풀이해오며

살아온 나와, 나의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갖게 되었다.

더욱이 아무도 처음엔 Covid 19가 이렇게

오래갈 거라곤 몰랐기 때문에 처음 한 두 달

쉴 때는 좋았지만, 무급휴직이 장기화되면서

불안은 가끔씩 나를 위기로 내모는 거 같고, 그런

압박 속에서 나는 불면증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더 갑자기 템플스테이를 찾게

되었고, 인제 금산사 2박, 구례 천은사 3박, 하동

쌍계사에서 1박 총 6일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다행히 여행은 나름 만족스러웠고, 그동안

지나온 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되어 더욱 좋았다.


그중에 하동은 정말 마치 유럽의 작은 소도시에

거처럼 평화롭고, 사랑스러웠다. 3월 초에

그리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산수유와

매화가 개화기에 있어서 정말 좋았고, 이것은

마치 멀리서 나를 위한 선물 같았다.

나는 서울에서 살면서 그동안 나의 국내 여행지

1위는 언제나 강원도였는데, 전라도는 강원도와

다르게 푸근함을 주는 거처럼 눈과 귀가

호강하는 여행이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템플스테이만 하고 가기엔 좀 아쉬워, 캠핑은 하지

못했지만 김제로 가기 전에 전주 한옥마을에

들렸고, 그 뒤로 구례로 가기 전에 담양 죽녹원도

둘러봤는데, 예상외로 취향저격이라 둘러 간

시간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좋았다.


담양에서 구례로 가서 나는 지리산 노고단

고개까지 가고, 산수유마을도 갔다. 그다음에는

하동에서 이름 모를 꼬불꼬불하면서 매우 경사진

길을 올라 드 넓은 차밭을 눈에 담았고,

박경리 작가의 문학관과 최참판댁을 둘러보았다.

하동을 둘러보니 토지의 배경이 하동일 수밖에

없겠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길고 넓게 펼쳐진 섬진강은 내가 가본 유럽 어느

강과 견주어도 아쉽지 않을 만큼 매우 아름다웠다.


하동 쌍계사에선 1박밖에 하지 않았기 때문에,

꼭 한 번 다시 들러 섬진강을 따라 곱게 폈을

벚꽃길을 늘어지게 걸어보고 싶고, 지리산

둘레길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동은

나에게 사계절이 궁금한 곳이 되었다.


인생이란 게 무엇을 선택하든 모든 게 나쁠

수만도 없고, 다 좋을 수도 없는 게 인생이라면

언제쯤 회사가 정상화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

삶을 준비하며 현재를 인생에 좋은 추억

거리를 하나 더 만드는 기회로 삼아 행복하게

살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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