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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갈래, 하와이

바람마저도 좋았다...

by Lena Cho

하와이...

설레~


옛날엔 이 단어 하나만 들어도 막 설레고,

결혼이나 해야 신혼여행으로 갈 수 있을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하와이를 두 번이나

갔다 왔다, 그것도 혼자서...


두 번째 갔을 땐 크리스마스 연휴를 연결해서

간 적이 있고, 그때 한국인이 운영하는

데이투어를 이용했었는데 나 빼고 거의 다

신혼부부여서 살짝 당황한 적이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짝이

없던 나는 한국인 가이드분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워낙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닌 터라 여행이 혼자여서 크게

불편하진 않다, 남 피해 주지 않고 내 시간

들여, 내 돈으로 여기까지 와서 남들 의식하며

다니려고 온 건 아닐 테니 말이다.


투어를 하면서 어떤 부부와 친하게 되어,

서로 얘기도 하며 다녔는데, 여자분께선

같이 다니는 내내 나한테 계속 부럽다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그냥 혼자인 날 위한

위로의 말인지, 뭔가 혼자인 내가 갑자기

부러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좀

민망함이 살짝 들긴 했다.


휴가를 오래 낼 수가 없어, 호놀룰루 만 2박

4일로 한 번, 3박 5일로 한 번 다녀왔는데 늘

이렇게 기간이 짧다 보니 2번이나 갔던 게

아닌가 싶다.


하와이는 비행기로 8시간 정도 걸린다,

화산섬이다 보니 바닷가로 둘러싸여 있어도

바닷가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그리고 가이드 분이 얘기해 줬는데,

화산섬에는 뱀이 없다고 한다, 혼자 다니면서

잔디밭에 앉아 여러 번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았는데 진심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갑자기 하와이에 꽂힌 이유는 어느 날 가수

김완선 씨가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안 좋은 일들로 오랜 연예계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갔던 곳이 하와이였는데,

하와이에서 맞는 바람에 그동안 쌓였던

'모든 것이 치유되는 거 같은 기분이었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아 매일 회사-집만 반복하며

살아가다 번아웃이 올 즈음 당장 내가 갈

곳은 바로 저기다 싶어 무작정 떠났던 곳이

하와이였다.


북태평양 가운데 있는 하와이는 미국의

하와이주에 속한다고 한다, 날씨는

일 년 내내 온화한 편이지만 11월부터

3월까진 우기라고 하고, 실제로 내가

크리스마스 때 갔을 때 비가 소나기처럼

하루 두어 번 쏟아지긴 했지만 비가 그치면

다시 맑은 날씨를 볼 수 있었고, 10월에

갔을 땐 날씨가 정말 좋았다.


한국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오면 하와이에

오전 11시쯤 도착이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고 나오면 12시가 좀 넘었던 거 같다.


처음 공항 밖을 나와 내가 받은 느낌은 여기가

바로 하와이다란 느낌은 막 없었고 좀

어수선한 느낌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약간

시골에 온 느낌... 공항이 약간 터미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든 나는 미리 신청한 호텔 픽업 셔틀

투어버스를 찾는 게 급선무였기에 공항을

배회하다 물어물어 버스 타는 곳을 찾았고,

내가 예약한 버스는 호텔로 돌아가기 전에

시내를 1~2곳 둘러 가는 반나절 데이투어

버스라서 예약한 손님이 다 타고 떠나,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이 하와이에서 제일

크다는 월마트였다.

일정이 짧은 나는 이틀 동안 먹을 식량과

선물 몇 가지를 샀고, 그러고 나서 시청사를

들렀다 호텔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비행 스케줄이 호텔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다 보니, 호텔 체크인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 그런 투어 정도로 두~군데만

아주 잠깐씩만 들리는 정도였다.


하와이에서 호놀룰루가 가장 큰 도시이고,

유명 관광지답게 바닷가 주변에 호텔들이

많이 몰려있었다. 내가 그나마 저렴하게

예약한 호텔도 바닷가 가까이 있어서 있는

동안 바닷가는 원 없이 볼 수 있었다.

나도 노년엔 이렇게 둘이 여행을 다녀도 좋을 거 같다...


정신없이 체크인을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와 저녁을 먹고 비치에 앉으니 청명한

하늘에 붉은 노을이 대비라도 되듯 예쁘게 지고

있었고, 거기에 그림같이 외국인이 서핑하는

모습과 시원한 바람과 주변으로 보이는

키 큰 야자수 나무들을 보니, 마치 내가 컴퓨터

윈도우 바탕 화면에 들어와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와~내가 정말 하와이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키키 비치, 걸어 다니다 마켓에서 산 저렴한 샌들

그렇게 첫날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데이투어를

위해 일찍이 잠자리에 드니 여기가 천국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나는 그 전날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가서 저녁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이곳에 오전에 도착을

해서 투어까지 하고 와서, 근 20시간 만에

누웠으니 말이다, 비로소 내가 중력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은 그냥 가만히 있어도 좋았다.

아무튼 다음날 투어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투어여서 언어에 대한 부담 없이 이곳저곳을

알차게 구경했는데 단체 투어다 보니 내려

사진만 찍고 다니는 정도여서 다음에 또

오게 되면 필히 렌터카를 예약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 날은 하와이 아웃렛을 가기로 했고,

이것도 왕복 버스를 같은 여행사에서 예약해서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크게 생각 없이 갔는데

생각보다 아웃렛이 컸고 뭐 비싼 가방이나

그런 건 사진 않았지만, 그만큼 내손에 자잘한

여러 브랜드의 쇼핑백이 여러 개 들려있었다...

어쩌면 아웃렛 크기보다 내 물욕이 더 커서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이 다소 길어졌던 거 같다.


'아웅;누가 그런 거야 여행의 묘미는

쇼핑이라고;' 이런 말로 늘 여행지에서 나의

쇼핑을 합리화한다..;


아무튼 이게 내가 처음 하와이를 갔을 때

일정이었고, 두 번째 갔을 땐 아웃렛은 가지

않았고, 자연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시간이 좀 소요되는 다이아몬드 헤드도

가고, 아쉽게도 정상까진 못 갔지만 중간에서

보는 다이아몬드 헤드도 가는 길에 이색적인

풍경만으로도 오길 잘했다란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갔던 중간까진 길도 잘 정비가 되어있긴

한데 햇빛을 가릴만한 큰 나무가 없어 가는

동안 땡볕을 맞으며 걸어가야 해서 그 부분이 좀

힘들었고, 물은 충분히 챙겨 가는 게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바라본 다이아몬드 헤드 뷰


하와이도 생각보다 버스 노선이 잘 되어있어,

노선만 잘 보고 타면 필요한 곳은 버스로 쉽게

갈 수 있었는데 시내를 좀 벗어난 곳은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시간을 잘 보고 다녀야 낭패가

없을 거 같다.


이렇게 뒤돌아보면 다 좋은 생각만 떠 오르니,

갔던 곳을 자꾸 가게 되는 거 같다. 다음엔 필히

여유 있게 가서 근처 다른 섬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하와이 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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