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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월 따뜻한 울릉도 여행 일기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햇살을 품다...

by Lena Cho

해외여행은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지만

특별히 국내 여행은 많이 다녀보지 못했다.


직장 특성상 국내 여행은 '회사 관두고

다니자'란 생각에 시간만 나면 짧게

해외여행은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다.


그러던 중 드물게 주변에서 퇴사하고

난 뒤 울릉도를 다녀왔다는 얘기를 들었고,

그러면서 사진 몇 장을 보게 되면서 아~나도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꼭 울릉도는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시간도 시간이지만

나에겐 복병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뱃멀미

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멀미가 참 심해서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놀러 간다는 설레는 마음도

멀미 앞에서 늘 불안했다.


버스 안에서 친구들이 모처럼 싸온 과자며

군것질 거리등을 먹는 동안 나는 최대한 멀미를

참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어서 목적지에

닿기만을 바랬어야 했다.


하지만 멀미도 강도의 세기가 있듯이 뱃멀미는

차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정말 선착장 근처에서 나는 매캐한 석유 냄새만

맡아도 멀미가 쏠리는 기분으로 인해 나는 어디

놀러 가도 호핑투어나, 유람선, 배를 타는

투어는 거의 하지 않았다.


배를 타고나면 멀미로 인해 그날 하루는

온전히 누워서 하루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울릉도는 가고 싶지만, 선뜻 갈 수

없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곳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친구네 가족이 울릉도에

놀러 간다는 얘기를 해줬고, 친구와 친구

신랑은 선뜻 나에게 같이 가자면서 그들의

가족여행에 선뜻 나를 끼워(?) 주었다.


그 제안이 고맙기도 하고, 이 기회에 나도

한 번 가보자란 용기를 내어 간다고는 했지만,

멀미 때문에 가는 날까지 걱정이 참 많았다.


친구네는 울릉도 포함 독도 투어도 예약했지만

나는 거기까진 용기가 나지 않아 독도는

친구네만 다녀오 기로하고 그동안 나는 혼자

울릉도에 남아 있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날 친구네서 하룻밤을 자는 둥 마는

둥하고 새벽에 강릉 선착장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친구네는 아침을 먹었지만 나는 멀미

걱정에 아침밥은 포기하고 멀미약으로 위장을

채우고 있었다.

승선전 강릉의 일출 벌써부터 눈부셔~!

드디어 탑승시간이 되고, 탑승이 완료되자 배는

이내 출발 신호와 함께 출발했고, 출발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배를 삼킬 거 같은 거센 파도에

나의 속 울렁거림도 빠르게 이성으론 컨트롤할

있는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하며, 정신까지

안드로메다로 탈출 직전이었다, 정신력으로

참아보려 했지만, 멀미가 이성으로 컨트롤한다

해서 컨트롤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후 나는

배 안에서 창 밖 한 번 못 보고, 멀미 봉투만

부여잡고 내릴 때까지 있어야 했다.


내려서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출발한 날은

다른 날보다 파도가 훨씬 심해서 많은 사람들이

멀미를 했다고 한다...


우리는 도착한 후 바로 체크인을 하고 한 숨을

돌린 후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나는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해서 목이 아파 음식을 삼킬 수가

없어 도착한 날은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서 하루를 보냈다. 목이 아파 음식을

못 먹을 정도의 멀미는 처음인 거 같다.

마치 위 내시경을 방금 막 마치고 나온듯한

기분...


더욱이 친구도 멀미가 심해서 다음날 떠나는

독도 여행을 바로 취소했다.


도착한 날 본의 아니게 푹 쉰 관계로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서 관광을 시작하게 되었다.


렌트를 해서 다녔는데 아침 일찍 나오다 보니

조용한 울릉도를 친구 가족과 함께 온전하게

둘러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울릉도는 우리처럼 개인적으로 여행 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단체나 패키지로 오는 사람들도

있어서 잘못 단체 관광객과 스케줄이 겹치게

되면 조용히 둘러보는 건 살짝 포기해야 하는

느낌이었다.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힘들게(?) 온 만큼 즐길

권리가 있으니 내가 뭐라 할 권리는 없겠지만,

되도록이면 숙소를 일찍 나서 한가한 오전의

울릉도를 접하길 권해본다.


울릉도는 섬이다 보니 약간 제주도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제주도의 1/22의 크기에

제주도보다 접근성이 쉽지 않아, 확실히

제주도처럼 여행객으로 북적되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내가 간 날이 비수기라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멋진 풍경도 오래도록 볼 수

있었고, 뭔가 제주도보다 덜 인위적이면서

깨끗했다.


친구네도 여행 취향이 나와 비슷해서, 나에게

맞춰준 건지도 모르겠지만 우린 일찍이 나름

한적한 울릉도를 충분히 각자의 방법으로

즐겼다.


울릉도에서 2박 3일이란 일정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좀 더 여유 있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란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그 지루한 멀미 때문에 두 번은 못 올 거

같아 짧은 일정이었지만, 있는 동안 최대한

많이 즐기려고 했다.


특히 해질 녘 나리 분지 산책 코스의 좁다란

오솔길이 정말 좋았다, 그때가 4월 중순쯤

이었는데 초록색으로 여린 잎이 돋아난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저녁 햇살에 나도 여린 나뭇잎도

따뜻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실 4월의 울릉도는 춥다, 특히 이렇게 숲 속

둘레길 코스는 더욱 추웠다.


하지만 여린 나뭇잎 사이로 좁은 오솔길에

비치는 햇살이 아직도 눈에 생생 할 정도로

좋았고, 더욱이 힘들어하는 나를 가까이서

부축도 해주고 발맞춰 가주던 친구의 온기가

전해져 더 따뜻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울릉도의 백미는 울퉁불퉁 솟아난 바위와

이렇게 깨끗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맑은 바다는

사진으로 봤던 거보다 훨씬 좋았다, 그간 답답한

속이 시원하게 뻥 뚫린 정도로 말이다.


2025년엔 울릉도를 비행기로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때가 되면 나도 좀 더 편한 마음으로

다시 갈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도 이렇게 아름다운 울릉도를 또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소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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