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뮌헨과 파리가 정말 가고 싶어
또 여느 때처럼 무작정 짐을 꾸려 떠났다,
독일은 이전에 프랑크푸르트와 그 거점으로
하이델베르크, 퀠른을 다녀온 적은 있지만
뭐 크게 감동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퀠른 성당은 감동적이긴 하다.
또 한 하이델베르크 역시 도시 전체가
정말 아름답고 좋았지만 내가 갔던 3월의
독일은 으스스 춥고 비도 자주 와서 관광을
하게엔 좋은 시점은 아닌 거 같다. 그리고
당시 퀠른 대성당을 보고도 크게 감흥이
없었던 건 성당이 공사중으로 외관이 여러
철근과 검은 천막으로 둘러 쌓여 그 아름다움을
뽐내기에 약간 부족함이 있었지만, 철근과
천막 사이로 보이는 그 웅장함은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성당 하나만을 보러 퀠른에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이다.
사실 나는 프랑크프르트에서 기차를 타고
퀠른에 갔는데, 갑작스런 일정에 기차표를
당일 역에서 끊다 보니 왕복 2시간쯤 되는
ICE 기차값이 약 15만 원 이상 들었던 거같다.
물론 나처럼 아무런 계획없이 다니는 사람이
할인이나, 그런거 생각도 못했지만, 미리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좀 더 저렴하다고 하니
기차표 정도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아무튼 친절하게도 당일 티켓부스에 앉아
있던 여자분이 빠르면서 비싸게 끊어준 기차
덕분에 당일치기로 잘 다녀오긴 했지만
유럽의 기차값은 한국인인 나로선 상상하기
힘든 가격이긴 하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에서
부산을 우등석을 타고 간다하더라도 이정도
이지 않을 거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그전에 갔던 독일은 시간이 너무 오래
전이고, 나는 갑자기 뮌헨을 가고 싶었기에
별다른 루트도 없이 우선 숙소 예약만 하고
떠났다.
뮌헨의 11월의 호텔값은 10월에 비해 반값
정도 하는 거 같았다, 10월은 뮌헨에서 하는
세계적인 맥주 축제 덕에 그때는 호텔값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꼭 그 축제에 참여할 의도가
아니라면 10월을 피해 가는 게 좋겠다란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나는 11월에 방문이다
보니 뮌헨 중앙역 바로 앞에 깨끗하고, 편리한
호텔을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뮌헨 공항에서 탄 리무진 버스는 호텔
맞은편인 중앙역에 멈춰 섰고, 내리자마자 바로
맞은편엔 내가 예약 사이트에서 봤던 호텔이
떡하니 있어 여행의 피로감을 덜기에 이만한
숙소가 없겠다 싶었다.
여행을 길게 가면 모를까 나처럼 짧게 가는
유럽여행은 최대한 중앙역과 가까운 게 최고다,
그렇지만 역과 가까운 유럽의 호텔들은 이게
호텔이야 싶을 만큼 낮은 컨디션에 호텔 값은
오지게 비싼 거 같은데, 특히 파리가 역이나
에펠탑 근처 호텔들이 내 기준에선 꽤
비쌌던 거 같다.;;
내가 본 뮌헨은 공업도시답게 뭔가 유럽의
예쁜 감성은 막 없고, 전차와 자동차로 도로는
거미줄처럼 차와 전선이 여기저기 얽매여있고,
비수기라 그런가 관광객들도 많이 없었
좀 더 휑해 보이는 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한텐 복잡한 것보단 관광객이 적은
지금이 나에게 장점이지만 말이다...
내가 사진찍으니까 지나가다 손흔들어 줌~그리고 나한테 너무 웃픈 추억을 안겨줬던
기억도 하나 있는데 모든 역이 다 그렇진
않았지만 그 역은 출구 앞에 티켓팅 기계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그 기계가 너무 높아서
표를 살 수가 없었다는... 나에게 비애를 안겨
준 역을 마주하기도 했다... 그 걸 보는 순간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아직도 그때의 당혹감이 잊히지 않는다.
뮌헨 도착 후 얼마 안 돼서 어떤 역에선 한국의
편리한 대중교통만 생각하고 지하철을 타러
갔다가 티켓을 기계에서 동전으로만 살 수
있다는 걸, 수없이 많은 계단을 내려간 후에 알게
되어, 다시 온 계단을 그대로 올라가 물건을 사고
동전을 바꿔 지하철을 탄 후로는 늘 동전을 한
움큼씩 들고 다녔다...
그 후로 여러 유럽의 도시들을 다녀보니, 버스를
타거나 전철 등을 타야 할 때 동전으로 계산을
해야 해서, 늘 요금에 맞는 동전은 필수이다,
아니면 나처럼 온 길을 되돌아가야 하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 차를 놓칠 수도 있고
거스름돈 없이 지폐로 사야 될 수도 있다.
아무튼 큰 역은 지하철역 안에 상점도 있고,
에스컬레이터도 있지만 그 건 큰 역일 때
얘기고, 내가 본 유럽의 작은 역들은
에스컬레이터도 거의 없고 거기다 유럽의
계단은 다 다리들이 길어서 그런가 엄청 높고
길다..;
(공사중)프린우엔 교회, 유럽에서 봤던 여느 성당보다 좋았다.뮌헨은 뭐 크게 볼 건 없어, 당일 치기로
기차를 타고 퓐센을 갔는데 그곳이 정말
정말 좋았다. 뮌헨 중앙역에서 약 두 시간
거리에다 열차 값도 저렴해서 나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퓐센을 간 이유야 대부분 관광객들과 같은 이유
일 텐데 바로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엔슈반가우성을 보기 위해서 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디즈니랜드의 모티브가 될
만큼 정말 아름다운 데다가 내가 간 날, 날씨가
정말 좋아서 깨끗한 하늘 아래 봉긋하게 솟은
성은 마치 3D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호엔슈방가우성도 좋았지만 이 성을 오르기 전에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에 비치는 호엔슈방가우 성이
정말 아름다운 데다가 멀리 알프스 산맥들이
호수에 비치는 모습도 이보다 평화롭고, 물빛이
깨끗할 순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그 호수를 따라 오솔길도 쭉 나있어서
시간만 있다면 조용히 좀 걷다 오고 싶었지만
난 당일치기로 온 거라 살짝 몇 발자국 맛만 보고
이내 돌아서야 했으나, 내가 퓐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이 호수였다.
아무튼 사람 마음은 다 같은지 11월 비수기에
뮌헨에서 보기 힘들었던 관광객들이 여기는
엄청 많아서 버스 타기도 너무 힘들었고, 시간을
여유 있게 가지 않으면 앞에서 줄이 계속 끊겨
수없이 버스만 기다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성이나, 호수를 가려면 퓐센 기차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매표소 근처에서 내려
조금 더 걸어가면 호수와, 호엔슈방가우 성은
볼 수 있지만,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매표소에서부터 한 참을 걸어가거나, 순환
버스를 타면 되는데 그 순환버스 줄이 너무
길어서 기다리는 거랑 걸어가는 시간이 비슷할
정도였고, 그래서 나는 갈 땐 한 40분 정도 걸어
올라갔고, 내려올 땐 버스를 탔는데 분명 줄이
있었는데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새치기를
너무 해서 짜증이 좀 많이 났다.
대부분 유럽 사람들이었는데 여기서 그들의
편견이 확 깨졌다.
퓐센에서 돌아와 뮌헨 시내를 둘러봤는데,
명품거리엔 세계 브랜드란 브랜드는
다 있을 만큼 거리가 웅장(?)했다.
그리고 나는 따로 축구나 차에 크게 관심이 없어
알리안츠 아레나 축구장이나, BMW 박물관은
가지 않았지만, 거리에서 보이는 차들이
우리나라에서 현대, 기아 차가 많이 보이듯이
여기선 대부분 BMW, 벤즈, 아우디 등이 흔했고
심지어 택시나 경찰차도 이 차종들이라 그들
입장에선 당연한 거겠지만 관광객인 내 눈엔
신선해 보였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 경찰차가
BMW나 벤츠 였다간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기
딱 십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유럽이나, 미국, 동남아를 가면
대부분 일본차들이 많이 보이는데 뮌헨은 그렇지
않은 부분도 신선했다.
독일 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게 맥주데,
나름 여러 도시에서 맥주를 마셔보았지만 여기선
그냥 아무 펍에서 마시는 맥주도 진짜 따로
안주가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안주도 없이 대낮부터 맥주를 그렇게
마시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독일 맥주 부심 인정~
이렇게 이틀이란 짧은 시간 동안 뮌헨을 둘러본
뒤 나는 파리로 갔고, 그렇게 해서 파리는 나의
총 두 번째 방문이 되었다.
처음에 갔을 때 파리는 너무 겁을 먹고 가서,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열쇠고리 사기단, 각종 소매치기, 불친절한
파리지앵의 경험담까지... 하지만 두 번째인
만큼 좀 더 자신감 있게 즐기고 싶어 다시
방문하게 된 것이다.
에펠탑 위에서 내려다본 파리 풍경파리도 11월엔 비가 자주 내린다, 물론 맑을 때도 있지만...
두 번째 방문인만큼 좀 더 그들의 기세에
눌리지 않게 어깨를 활짝 펴고, 처음 왔을 때
해보지 못한 에펠탑 투어도 하고, 오르세
뮤지엄도 갔다. 나는 딱히 그림에 조예가 깊지
않아서 처음 왔을 때 오르세나, 루브루는 가지
않았다. 나의 일정이 너무 짧았고, 끝도 없는
줄을 서가며 박물관 앞에서 버리는 시간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두 번째 방문인만큼 오르세 정도는
방문을 해줘야 할 거 같아 갔는데, 의외로
크게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그전에
방문했을 땐 6월이었는데, 베르사유 궁전을
갔다가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진심 놀란
뒤로는 웬만한 박물관은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로마는 갔지만 바티칸, 콜로세움은
가지 않았다...
그나마 줄이 덜긴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뮤지엄과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 또 박물관은
아니지만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정도는 줄을 서서라도 볼 만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줄이 길지 않아서
천천히 둘러보기 좋았다, 런던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뉴욕과 바르셀로나도 10월에 방문을
했었다.
다만 암스테르담에 갔을 때 고흐 박물관은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나의 짧은 여행 일정으로
여기도 줄이 길다 하여 가지 않았는데 여기를
가보지 않은 건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나는 좀 더 파리를 즐기고자 에펠탑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고, 아침부터 밤까지
에펠탑을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이른 아침에
사람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나 홀로 마주하는
에펠탑은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 주변을
산책하고 나서 그냥 길가에 아무 카페에 들어가
라떼와 크루아상을 하나 먹으면 내가 바로
파리지앵이 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커피와
빵이 정말 맛있어서 있는 동안 매일 갔다.
파리 새벽거리 풍경그런데 오며 가며 이렇게 실컷 에펠탑을 보니,
내가 회사에서 매일 보는 N타워와 별반 다를게
뭔가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파리에 있는 동안은 오직 파리 안에서만,
대부분 걸어 다녔는데 걷다가 강 둑에
기대고만 있어도 막 감성 포텐이 터지고,
곳곳에 크고, 작은 잔디 광장에 앉아만 있어도
한 10년 산 사람 같은 느낌이 막 들기도 해서
그냥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아침에 열리는
시장 구경도 하고 테라스가 있는 식당에 앉아
맥주나 와인 한 잔 하면서 멍 때렸던 시간도
참 좋았다, 파리는 딱히 뭘 하지 않고도 그냥
있어서 더 좋았던 곳이다란 생각이 든다.
같은 곳에 같은 사람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왔을 뿐인데 보고 느끼는 것이 이렇게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음에 한 번 더 오자'란 생각까지 든 걸 보면,
파리가 참 호불호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에겐 호인 거 같다, 안녕 파리 너는 나에게
호인 거야~, 세 번째 방문에는 루브르는 꼭 가자,
See you 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