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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미국 여행기 feat.LA VEGAS

어서 와 미국은 처음이지?

by Lena Cho

시간을 거슬러 나의 첫 번째 미국 여행은

2008년 5월쯤 이였을 것이다, 항공사를

입사하고 1년쯤 됐을 때인데, 그땐 전자비자도

없을 때라 광화문 근처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해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고,

그래서 아침 일찍 간다고 갔는데도 이미

늘어선 줄에 놀라 얼른가 나도 그 줄에

합류했지만 이미 그 줄은 대사관을 한 바퀴

돌고도 남는 줄이라 줄서는 것만도

시간이 많이 소요 되었다.


그런데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내가 비자를

잘 받을 수 있을지, 혹시나 거절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기대감으로 초조히

기다렸던 생각이 난다. 게다가 혹시나

내 앞에서 업무가 마감이나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한 몫했었던 거같다.


그런 여러가지 걱정과 고민중에 어느덧

내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갔는데 의외로

걱정과는 다르게 몇 마디 하지 않고 10년짜리

비자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무슨 이민 비자를 받은 것도 아닌데 '비자 하나

받은 게 이렇게 기쁠 일이야?!' 하는 마음은

전에 했던 걱정은 온데간데없이 이미 마음은

미국에 있는 거처럼 '와우, 브라보'라는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절로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그렇게 좋아할

만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땐 세상을 다 가진듯 좋았던 거같다.


그렇게 비자를 준비하고 나는 어느 날

11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LA에 갔다, LA엔

조카가 살고 있어서 다른 건 크게 걱정 없이

미국에 무사히 도착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LA공항에 내리니 수많은 인파에 한 번 놀라고,

영화에서나 봤던 거대한 흑인(African

American)들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고,

무엇보다 '이것이 진짜 미국 영어구나' 싶은

말들이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심지어

방송에서까지 끊임없이 귓전을 때렸다.


그제야 왜 때문에 나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하는 회한과, 후회가 들었지만,

당장 거기서 후회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이내 깨닫고 앞으로 곧 닥칠

이미그레이션이란 관문을 어떻게 잘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욱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때만 해도 대사관 가서 비자받기, 미국

입국하기 등이 까다로웠기 때문에 인터넷에

미국 비자받기, 입국 성공기에 대한 글이 엄청

많았는데 나도 그런 것들을 보고 시연까지

해가며 연습까지 해서 갔을 정도이니

그 문장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어찌어찌 나는 이미그레이션 앞에

서있었고, 열심히 준비한 몇 가지 문장을 질문에

맞게 대답을 하고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해 짐을

찾고 나오니 그제야 '와~내가 진짜 미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혼잡한 인파를 뒤로하고 마중 나온

조카를 만나 미국에서의 첫 번째 일정이

시작되었다.


연차를 쪼개서 온 거라 일정이 길지 않아, 집에

대충 짐만 풀어놓고 당시 한국에서도 유명했던

인 앤 아웃 햄버거를 사서 할리우드 영화에도

종종 배경이 되는 산타모니카 비치에 갔다.


비치도 비치지만 날씨가 정말 정말 좋았다,

딱 내가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날씨~쾌청하며

따뜻한...물론 햄버거도 매우 신선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모든 게 좋다고 하지만, 퇴근하고

한국에서 저녁 8시 반 비행기를 타고 10시간을

넘게 날아오니 미국은 같은 날 오후 4시였고,

눈과 입은 즐거웠지만 머리는 멍했고, 자꾸 뭔가

눈꺼풀을 밑으로 잡아당기는 듯한 무거운

중력은 모든 게 아무리 좋다 해도 이기기

어려웠다.


그 와중에 해변 드라이브까지 하고 첫끼는

한인타운에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너무

피곤해서 매콤한 국물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뉴스에서 한인타운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머나먼 이국땅 거리 곳곳에 내 눈에 들어온 너무

익숙한 상호명들이 있는 것도, 이 음식을 먹는

것도 그땐 이것마저도 신기했던 거 같다, 이렇게

미국에서의 첫날을 마무리했다.


아침부터 LA. 의 햇살은 강렬하게 창문을

두들겼고, 빠듯한 일정 때문에 아침부터

베버리힐스와 게티뮤지엄 구경을 하고 CPK에서

밥을 먹고, 저녁엔 디즈니랜드에서 불꽃놀이 쇼

구경까지 하니 둘째 날도 정신없이 지나갔다.

셋째 날은 세도나와 브라이언 캐니언까지 가야

해서 또 아침부터 준비를 하고 장거리 여행에

나섰다.


가는 길에 보이는 사막과 어느 하나 가리는 거

없이 탁 트인 고속도로는 한국에선 볼 수 없는

진귀하면서 와 진짜 여기가 미국이라는 게 실감

났고,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보면서 '이래서

사람들이 미국 미국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도로 중간중간에 작게

휘몰아치는 회오리바람과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자그마한 식물도 너무 신기했다.


그렇게 장거리 운전 후에 첫 번째 도착한 곳은

세도나였다, 워밍업으로 간단히 둘러보고 나서

모뉴먼트 밸리, 브라이스 캐니언 등을 둘러봤다.


처음 보는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한 광경에

한국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지형들이 마치 화성

안에 있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강렬히 내리쬐는

햇살에 울긋불긋 솟아난 바위들은 더욱 내게

이국적으로 다가왔다. 이래서 그렇게 연예인들이

이런데 와서 화보를 찍는구나 하는 생각에

비슷한 포즈로 찍어봤지만 연예인들이 찍었던

사진과는 괴리감이 커서 이내 포기하고 관광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시차에 적응할 시간도 없이 세 번째 날을 보내고

내일 라스베이거스로 가기 위해 좀 일찍

잠이 들었다.


셋째 날부턴 점점 시차가 적응되면서 피곤함이

덜했고, 역시 바쁘다 바빠 미국 여행 넷째 날도

일찍이 호텔을 출발해서 라스베가스를 가기 전에

이곳에 오면 누구나 간다는 남부 캘리포니아

최대 아웃렛인 팜스프링스에 갔다.

사막 위에 덩그러니 있는 아웃렛 크기에 압도되었고,

여기를 다 둘러보다간 라스베이가스는커녕 집에

돌아갈 경비까지 탕진할 거 같아 대충 몇 군데를

둘러보고 중간에 후버댐까지 둘러본 뒤 베가스로

출발하니 이미 날은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좀 더 가다 보니 도로 위는 자동차 불빛 말고는

불빛 한 점 찾기 힘들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렇게

한참을 더 달리다 보니 어느 한 곳에만 마치

우주선이 착륙했나 싶을 정도로 불빛이 환하게

비추는 곳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라스베가스였다, 멀리서

보는데도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 한

부분만 저렇게 밝을 수도 있나 싶을 정도로 밝은

곳을 보니 도착도 전에 설레었다, 마치 극강의

자본주의를 뽐내는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도착해서 보니 그 밝은 네온사인 불빛은

더욱 화려했고, 스트리트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붐볐다, 우린 체크인을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나서 그 유명하단 그날 마지막

벨라지오 워터쇼를 앞에서 보기 위해 시간보다

미리 가서 자리 선점을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분수 쇼타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엄청

몰려들었다, '미리 자리를 잡길 다행이다'란

생각과 함께 시작된 분수쇼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이 실제로 내 눈앞에서

연출되니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라스베가스는 네바다주 사막 위에 지은 곳이라

낮동안은 엄청 뜨거웠다, 이것을 보상이라도

하듯 갖가지 호텔들은 시원한 실내에 카지노는

물론이거니와 온갖 쇼핑몰, 식당이 즐비해있었고

호텔 하나가 마치 하나의 박물관처럼 갖가지

테마로 꾸며져 있어 볼 것들이 정말 많았다.

트럼프 호텔
벨라지오 호텔 분수쇼

이 날은 수영도하고 사막 위에 선베드에 누위

태닝도 하고 싶었지만 호텔 하나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됐고, 그래서 수영은 일찍이

포기하고 3~4군데를 둘러보니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시차 적응하자마자 그날 다시 LA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에 이것으로 나의 설레는 짧은 첫

번째 미국 여행은 끝이 난 것이다.


미국에서 한 치의 쉼도 없이 바쁘게 여행을

마친 뒤에도 한국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해야 했는데 한국 오기 하루 전 적응된

시차 때문에 돌아와서도 일주일간 고생을 한 거 같다;


또 첫 번째 미국 여행을 마친 뒤 한 가지 병도

생겼는데 바로 약도 없다는 바로 미국병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틈틈이 내가 미국 이민 갈 수 있는

방법 등을 검색하며 몇 달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결국 딱히 이민 갈 방법을 찾지 못한 나는

분풀이(?)라도 하듯이 첫 번째 여행 이후로

LA는 세 번 더 간 거 같고, 앞으로도 종종 더 갈

생각이며, 이 외도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를 더 다녀왔다.


꽤 시간이 지난 여행인데도 끄집어내어 보니

내가 이렇게 여행을 전투적으로 다녔었나 하는

생각과 그때의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거 같아 지금과는 사뭇 다른 여행 패턴에

신선하기까지 하다.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특히 기억에 남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라스베가스이다, 이렇게 나의 첫 번째 미국

여행은 나에게 신기하면서 추억을 남겨 준 곳이고,

그래서 그 이후 언니들과 라스베가스, 그랜드

케니언을 짧은 투어로 다녀오기도 했는데,

짧은 일정이다 보니 제대로 둘러보지 못해서

꼭 같이 다시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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