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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Cho May 14. 2024

토리야 너의 나쁜 과거는 너의 기억 속에서 없었으면 해

토리 이를 7개나 뽑았어요..

토리를 입양하면서부터 스케일링은

한 번 해줘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금액도 금액이지만,

전신마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출, 퇴근길에

눈여겨봤던 개원을 한지 얼마

안된 거 같은 동물 치과 병원에

전화를 해보았다.


우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인데,

전화를 한 것은 동물병원 이름에

사람이름이 붙어 있었고, 뭔가 자기 이름을 

내걸고 진료를 하면 좀 더 책임감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내 예감이 맞았는지 전화를 해보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병원이지만

뭔가 동물을 돈으로만 보지 않는 거 같은

느낌이 들었고, 더욱이 이렇게 개인병원

에서 치과병원이라고 분업화된 병원

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토리한테

좋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토리를 입양한 지는 5개월이 되어 가지만,

벌써 동물병원을 이번이 세 번째로 병원을

바꿔 가게 되는 곳이다.


처음 갔던 곳은 상담도 길게 자세히

해주지만 집에서 좀 멀기도 하고해서

집 근처에 병원을 갔었는데, 그 수의사는

매우 노련한 척하면서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는 거처럼 보였지만,

진료비를 낼 때마다 그냥 강아지를

돈으로만 보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본인 시간 들여 돈 벌려고

하는 일이겠지만, 그 느낌이 좀 강하게

들었고, 무엇보다 강아지를 올려놓고

보는 진료대를 자신의 입을 닦은

물티슈로 닦는 것을 보면서... 뜨아

동물병원도 병원인데,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 새로

병원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나는 토리의 세 번째 병원이

될 곳에 전화를 해서 몇 가지 궁금한 것을

상담받았고, 금액은 아무런 문제가 없이

스케일링만 하면 35만원이라고 했다.


35만원이란 돈이 나도 자주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한 번해야겠단 마음을 먹은 김에 

바로 예약을 했고,   후 며칠 뒤,  

예약된 날짜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어서  차를 타고 갔다.

병원로비, 뭔가 아기자기하다.

미리 도착해서 토리와 먼저 병원 근처를 

한바탕 산책을 한 뒤, 토리는 아직 다행히도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은 없는지 소란 없이 

병원에 잘 들어갔고, 먼저 온 강아지 손님과 

인사도 잘 나누고 얌전히 있었다. 


수의사는 먼전 육안으로 토리 이빨 상태를 

보더니 이빨이 많이 없다고 하면서 부러진 걸 

수도 있고, 선척적으로 이가 안 난거일 수도 

있다고 했다. 

수의사는 토리 안쪽 어금니도 보더니

흔들려서 빼야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나는 빼야 되는 거면 빼달라고 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 보호자가 있으면

아이들이 더 긴장하고 치료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토리 스케일링 예약 시간이

10시였는데, 마취가 풀리고 병원에서도

경과를 봐야 한다면서 나보고 집에

갔다가 3시에 다시 오라고 했다;


당연히 마취 전에 사전 검사로 심전도, 피검사

여러 가지를 한다고 하지만 나도 수술 경험이

많은지라 생각보다 긴 대기시간에 나는

걱정과 긴장되는 마음으로 병원문을

나왔지만, 쉽게 집으로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아서 병원 근처에서 한 40분을 대기하다가

집에 가는데, 마침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넘어서 수술방에서나 들리는 맥박과

산소포화도 등을 나타내는 기계에서 내는

일관적으로 들리는 삐 소리가 몇 초 간격으로

들려왔고, 토리가 마취상태란 걸 알 수 있었다.

수의사는 차분하게 아까 본인이 말했던

토리 이빨이 없는 게 아니라 4개가 부러져서

뿌리만 남아있는 거였고, 그 뿌리가 계속

있으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이미 염증이

생긴  뿌리도 있다며 4개다 뽑아야 한다고 했다.


거기다 위로 올라온 어금니도 금이 가서

흔들리거나, 아니면 부러진 상태로 남아있는

것들도 있고 해서 추가로 3개를 더 뽑아야

한다며, 총 7개를 뽑는다고 했다.


'아;; 토리야 대체 너는 어떤 인생을 살아

왔길래 벌써부터 이를 7개를 빼야 하는 거니...'

나는 토리가 걱정되는 마음에 더 궁금한 게

있었지만 토리한테 안 좋을 거 같아 남아있는

것들이  토리한테 좋지 않은 거면 다

뽑아달라고 하고,  토리 치료에 방해가

될까 봐 얼른 전화를 끊었다.

심란한 마음에 집에 도착해서 병원 통화

내용을 친구한테 간단히 톡을 보냈더니

친구가 갑자기 바로  송금하기로 자기

마음이라며 10만원을 보내왔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거라 갑자기

친구가 보내온 그 십만원을 보면서, 그 돈이

그냥 십만원이 아니라 토리한테 주는 뭔가

따뜻한 위로 같았다.

이것도 니 복이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나도

고맙게 돈을 받았다.


병원비가 얼마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이를 계기로 토리의 안 좋은 추억의 일부라도

싹 씻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토리 없이 혼자서 살아온 날이 훨씬 

길지만, 토리가 없는 집에 있으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나도 아침부터 목이 칼칼하니 아프던 게

감기가 오렸는지 근육통까지 조금씩 면서

식은땀도 나는 거 같아 나는 토리가

오기 전에 얼른 한숨을 야겠다고 

생각하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나의 몸은 

물먹은 솜처럼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일어나서 집을 대충 치운 뒤에

늦으면 안 될 거 같아 3시에 맞춰 병원에

가서 조금 대기를 하다가 진료실로 들어가 조금

있다 보니 토리가 팔에(?) 수액이 꼽힌 채로

수의사가 토리를 안고 와서 토리팔에서

수액을 빼려고 할 때 내가 황급히 '괜히 제가 

일찍 와서 지금 빼는 거냐고 하니까', '찮다'라고 

하면서 수액을 빼고 알콜솜을 덧댄 다음에 

반창고로 한 번 감아주고 집에 가서 떼라고 했다.


토리는 수액을 빼고 나를 보자마자,

의자에 앉아있는 내 쪽으로 달려와

올라오려고 앞발을 들어 나의 다리를 할퀴(?)고

이리저리 뛰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 토리도 진정시키고 수의사

얘기도 들을 겸 토리를 들어 무릎에 앉히니

얌전히 앉아 있었다. 좀 힘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걱정과 달리 마취에서 잘 깨어난

모습을 보니 그제야 나도 안심이 되었다.

수의사는 사진과 엑스레이 영상으로

토리의 상태를 보여줬는데 내가 전화로만

듣던 상태보다 이빨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다.


전화통화로 말한 이빨은 다 뽑아서 잇몸은

녹는 실로 꿰맸고, 시간이 지나면 실은

자동으로  없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동물병원에서  토리사진과 함께

토리 건강검진한 결과를 자세히 톡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눈물 알러지가 있는 토리, 관련 영양제를 몇 통을 먹어도 낫지가 않는다...

이빨을 제외하면 뒷다리 슬개골이 약간

문제 이긴 하지만 마취 전 건강검진

상으론 전반적인 건강상태는 좋은 편이고,

성격도 온순해서 집에서 데리고 있기에

훌륭한 강아지라고 했다.


치료비는 총 95만원이라고 했고,

유기견은 20%를 할인해 준다고 했다.

처음 내가 들었던 35만원과는 괴리감이

드는 금액이지만 할인도 받고, 친구가

준 돈도 있으니 나머지 돈은 내 카드로

하나도 아깝다는 생각 없이 시원하게(?)

긁었다. 동물 병원비 비싸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그게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퇴원하는 토리, 오늘도 안전운전~!!

토리를 차에 태워 집에 오니 토리는

다른 때보다 얌전히 있었고, 뭔가

크게 아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가만히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의 컨디션은 점점 더 안 좋아져서 

그날 저녁부터는 몸에 오한이 오면서 

극심한 근육통으로 앉아 있기도 힘들고, 

밥을 한 숟가락이라도 먹으면 토하게 되고, 

목도 많이 아파왔다.


나는 그러는 상황에도 실외배변만 하는 

토리 산책이 걱정이 됐고, 그다음 날은 비까지

오는 마당에 문만 열어도 추워서

어지러울 정도로 기운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나는 옷을 껴입고 토리 배변을

위해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사실 토리가 없었다면 마냥 누워 있었을

테지만, 토리가 있다 보니 안 넘어가는

밥도 한 숟가락이라도 더 챙겨 먹게 되고,

다리에 힘이 없어 서있기도 힘든 마당에

억지로 일어나 산책을 나가는 나를 보면서

책임감이란 게 이렇게 무섭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토리는 어금니를 거의 빼서 이제 손톱으로

눌러서 들어가는 음식만 주라고 해서,

기존에 사료에 물을 약간 섞어서 약간

말랑말한 사료와 반씩 섞어 주니 마취

하느라 굶어서 배가 고픈지 기존과 다른

급여에도 사료 한 알 남기지 않고 잘 먹었다.

또 하루간 변을  봐서 좀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그다음 날 좀 묽긴 하지만 배변을

잘했고, 아직까진 특이사항 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나에 대한 집착이 좀 심해진 거 같긴

하다.


토리야 엄마 직장 그만둬도 병원비 걱정 없이

살게 우리 둘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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