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한테 명품백이 내가
있는지를 물었고, 친구는 한 개도 없다고
하면서 본인도 사고 싶으면 하나 샀겠지만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자기 회사 동료가 구찌 지갑을
사서 책상 위에 올려놓은 걸 자기가 아는 척을
못해주자 그 사람이 구찌 모르냐면 얘기를
하면서 이 지갑이 백만 원 넘게 주고 샀다란
얘기를 해서 자신이 '구찌 지갑에 돈 넣으면
두 배로 불려주냐고'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든 생각은 원래
친구가 평소에 그런 거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태연하게
그런 사치품(?) 연연하지 않고 대답을
하는 친구의 말에 놀랐고, 여타 고가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찌'정도를 몰랐다는 거에 한 번 더 놀랐다.
물론 지금은 그 정도 브랜드는 안다고
했지만 말이다...
나는 친구도 형편이 아주 어렵지 않으니,
크게 관심은 없지만 그런 고가백 하나 정도는
당연히 있을 줄 알고 물었던 건데, 하나도
없고 앞으로도 살 마음이 없다고 해서
내가 요즘 눈여겨 보던 가방에 대해
나의 마음을 싹 닫았다.
우리 회사 사무실엔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고가백도 모자라 옷에 액세서리까지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도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나도 뭔가 좀 있다고
뽐내고(?) 싶어서 그런 가방하나 들고
나도 퍼포먼스를 하고 싶은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들이 비단 가방뿐만 아니라,
차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승차감을 넘어 '하차감'이란
말이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차에서 내릴 때 집중되는 타인의
이목에서 느낄 부러움의 시선에서
느낄 뿌듯함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건가 싶지만 우린 이렇게 타인의
이름 모를 시선에 우리의 아까운
시간과 돈을 혹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비하는 건 아닐까도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사실 나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를
하고 어린 마음에 여행을 가기 전에
회사 근처 면세점에서 가방을
산적이 있다. 심지어 그 면세점은
우리 회사에서 점심시간에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서, 긴히 점심시간에
내방을 해서 가방을 사고 결제를 하자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 출국할 때
그 가방을 받을 생각에 더 셀렌적도 있었다.
그렇게 그 가방을 갖고 출국을 하면서
받았을 때 느꼈던 뿌듯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
반면에 그 가방을 갖고 입국할 때
뿌듯함이 도를 넘었는지(?) 세관에
걸려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면세점에서
구매한 보람도 없이 백화점 구매가보다
세금을 더 낸 적이 있다...;;
그 가방 브랜드가 바로 '프라다'이다,
오래전인데도 면세점가가 200만 원이
넘었고, 거기다 나는 세금까지 추가로
더 냈으니...;;
아무튼 고가백이 하나도 없던 시절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란 영화가
유행을 했었고, 나도 취업도 했겠다
왠지 커리어 우먼이 되려면 프라다 가방
하나 정도는 매 줘야 할 거 같아
샀는데, 처음엔 너무 작고 소중해서
잘 들고 다니지도 못했는데, 이젠
열심히 들고 다니고 있다.
반면에 짐이 많은 날은 3~4만 원짜리
에코백도 열심히 잘 들고 다니고 있고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내가 당근에 올린
그냥 평범한 백화점 브랜드의 재킷을
만원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올린 지
얼마 안 돼서 그 재킷을 사겠다고
연락이 왔고, 약속시간을 정해서
구매자를 만나러 가니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줌마가 렉서스 차에서
내리면서 옆에는 귀여운 프라다 미니
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런 아줌마가
내가 중고로 올린 만 원짜리 재킷을
사러 온 것도 본인이 입으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다.
참으로 세상엔 알다가도 모를 일들도,
사람도 참 많다. 그 속에서 내 나름의
중심을 잘 잡고 사는 것도 참 중요하다란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