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훈장을 품고서

by 윤슬하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계절을 지나며

가족이 무너지고

몸이 무너지고

직장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18번의 끊임없이 몰아치는

어떤 날은 지진이었고

어떤 날은 폭풍이었고

어떤 날은 바닥 없이 추락하는 날이었다.


기댈 곳 하나 없이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나는 수천 번도 더 물었다

정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의 의미란 있는가

신이 있다면, 나는 왜 버려졌는가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온 듯 지쳤지만,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를 작게나마 일으켜 세운 건

책도, 누군가의 말도 아니었다.

가장 큰 목소리는

오직 내 안에서 들려왔다.


여전히 절망스럽고

여전히 까마득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또렷해진다

수없이 무너지고 살아낸

나의 마음이 내게 내민 것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렇게 버틴 마음을

내 어깨 위에 조용히 달아주는 일


그래서 살아남은 것들은

말없이 강인하고

어쩌면 너무나 찬란한 빛임을...

토, 일 연재
이전 24화그게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