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번의 계절을 지나며
가족이 무너지고
몸이 무너지고
직장이 무너지고
정신이 무너져 내렸다.
18번의 끊임없이 몰아치는
어떤 날은 지진이었고
어떤 날은 폭풍이었고
어떤 날은 바닥 없이 추락하는 날이었다.
기댈 곳 하나 없이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서
나는 수천 번도 더 물었다
정신은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의 의미란 있는가
신이 있다면, 나는 왜 버려졌는가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내 몸과 마음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온 듯 지쳤지만,
그러나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를 작게나마 일으켜 세운 건
책도, 누군가의 말도 아니었다.
가장 큰 목소리는
오직 내 안에서 들려왔다.
여전히 절망스럽고
여전히 까마득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또렷해진다
수없이 무너지고 살아낸
나의 마음이 내게 내민 것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렇게 버틴 마음을
내 어깨 위에 조용히 달아주는 일
그래서 살아남은 것들은
말없이 강인하고
어쩌면 너무나 찬란한 빛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