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에는 그런 온기가 있었다

핑크감쟈의 몽상일기

by 윤슬하


시계 위 초침이 멈췄다.

기다림이 천천히 나를 감싸고 있었다.


제일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한 진열대 앞.

하나를 집어 들었다.

표지는 마음에 드는데, 첫 문장은 조금 밋밋하다.


다른 책을 들어본다.

이번엔 손끝에 오래 머물게 되는 문장들이 있다.


째깍째깍—

시계 소리는 사라지고,

책 속의 글귀들이 머리 위를 즐겁게 떠다닌다.


흥에 겨운 나머지, 나도 그들의 리듬이 된다.

세상은 점점 고요해지고,

우리의 음악은 점점 커진다.


나는 지휘자인 동시에,

무대 위에서 함께 춤추는 연주자였다.

머릿속 가득 글자들의 합주가 춤춘다.


톡톡—


“늦어서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순간, 글귀들이 다시 책 속으로 쏙 들어간다.

나도 다시, 조용한 쉼표가 된다.


조금 아쉽다.


“아냐. 즐거운 기다림이었어.

천천히 와도 됐는데… 이제 갈까?”


아쉬움이 남은 목소리.

그리고, 반가움이 묻어 있는 눈빛.

기다림의 끝에는 그런 온기가 있었다.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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