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도 괜찮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by 윤슬하


그전까지도 힘든 날은 있었다.
아침이면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낮에는 웃고, 만나고, 일하고, 밥을 먹었다.
밤엔 텅 빈 방에 몸을 눕혔다.
그게 사는 거라 믿었다.
그래서, 진짜 무너질 줄은 몰랐다.

너무 힘들 땐 서점에 갔다.
“무너져도 괜찮다”는 책,
“아파도 된다”는 책을
마치 부적처럼 한아름 안고 돌아왔다.
그렇게, 무너져도 괜찮은 줄 알았다.
정작 무너지기 전까지는.

일상의 작은 균열은
그저 피곤함이나 기분 탓이라 여겼다.
하지만 진짜 무너짐은 달랐다.

붙잡던 모든 것이 거짓처럼 느껴지고,
존재의 이유조차 사라진 곳.
그곳은 시간조차 흐르지 않았다.
언어도, 온기도 닿지 않는 곳에서
과연 내가 붙잡을 게 있었을까?

하루하루가 아니,
하루인지조차 모를 시간들.
피 흘리는 발로 유리조각 위를 걷듯 버텼다.

숨을 쉴 때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이 이어졌다.

벌어진 상처가 아물 틈도 없이
멈추면 끝이라는 걸 알기에
다시 그 위를 걸어야 했다.

매일같이 손짓하는 영원의 편안함에
자꾸만 기우는 나를
수없이 일으켜 세우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위를 걸었다.

조금만 나를 놓으면 스러져버리는
매 순간이,
영겁의 고통이었다.

때로는 잠들면 내가 사라지길 바랐다.
하지만 눈을 뜨면, 또다시 살아있었다.
그러니 살아가야만 했다.

그게 진짜 무너짐이었다.

그렇게 오래, 너무 오래
나는 그 줄 위에 서 있었다.

그러다 비로소,
내가 서 있는 곳을 바라볼 용기가 생겼다.
그곳은 경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였다.

두 발로 두 세계를 동시에 디디는 순간,
나는 더 이상 경계에 속하지 않았다.

그리고 끝에는,
그 고통을 끝내 살아낸
나에 대한 처절한 사랑만 남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나의 기록이자,
혹시 같은 길 위에 서 있는 누군가를 위한
작은 손짓이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끝없는 무너짐 속에 있다면
나는 ‘힘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힘내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 건지도 안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고.
오늘도 포기하지 않아 줘서,
살아줘서,
있는 힘껏 버텨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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