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이유

by 윤슬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나는 늘 무언가로부터 쫓기는 기분이었다.


설명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보여줄 수도 없는

무형의 괴물.


그게 내 안의 불안이었다.


약을 먹어도 잠들지 못했고,

집에 가만히 있어도 숨이 막혔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가방끈을 꼭 쥔 채

세상으로 나갔다.


지하철이 무서워도,

사람들이 두려워도,

나는 한 걸음씩 걸었다.


가만히 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으니까.

불안이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걷고 또 걷던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온 거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루를 버텨내는 걸까?’


그 질문은 오래 맴돌았다.

그리고 일주일 뒤,

나는 다시 진료실에 앉아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오랫동안 눌러 두었던 말을 꺼냈다.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말은 분명했고 단단했다.


“선생님,

‘강한 사람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이 강한 거다’라는 말...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사람들이 바쁘게 살고,

살면서 점점 누군가에게 마음을 닫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한없이 자기를 내어주기도 하고.


그랬던 모든 것들이

그렇게라도 살아내고 싶었던 몸부림이었어요.


누군가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사랑받고 싶어서,

그렇게 뭐든 다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던 거예요.


선생님은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인가요?”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작지만 단단하게 대답했다.


생의 의지요.


그 말에,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작지만 단단한 생의 의지로

한 걸음씩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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