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수많은 나, 하나의 나

by 윤슬하


열 개여서

온전한 줄 알았던 나.


열 개는

하나의 완성이었다.

그리고 그 완성된 하나의 얼굴로,

그 아이는 오랫동안

세상을 살아남았다.


그러다 알았다.


열한 개의 내가 되는 순간,

그 아이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는 걸.


그 안의 수많은 아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그 모든 감정을

허락해 줘도 된다는 걸.


처음이었다.


그건

있는 그대로 살아도 된다는 허락과도 같았다.


그 뒤로도

그 아이는 더 많은

내 안의 아이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열두 번째, 열세 번째…


그렇게 그 아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수많은 나를 만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었다.


그랬다.


산다는 건,

내 안의 수많은 나를 만나며

그 아이들을 조용히 안아주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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