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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푸치 May 31. 2024

마푸치증후군

마푸치증후군


다발성 내연골종증과 혈관종이 동반되는 희귀한 질환으로 골격이상과 다양한 양성과 악성 종양의 발생을 보인다. 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중배엽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병이 처음 발견된 1881년부터 15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도 약 160례정도밖에 보고되지 않은 희귀난치병이다.




마푸치증후군. 내 몸에 얽혀 있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그런데 워낙 세계적으로도 발생 확률이 낮은 병이라 검색을 해봐도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것도 병에 대한 정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푸치증후군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관련 신체 기관 중 눈이 있었지만 그에 대한 정보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만약 마푸치증후군이 시각장애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라면 내가 눈이 나쁜 이유가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눈 또한 마푸치증후군에 의한 것이라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많지 않은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눈이 나쁜 이유와 갑상선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에 종양이 많은 이유가 마푸치증후군에 의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병원에 찾아가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마푸치증후군이라고 하는 몸에 종양이 잘 생기는 희귀난치병이 있는데 갑상선에 생긴 종양도 이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의사선생님께서는 갑상선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가 눈이 나쁜 이유도 마푸치증후군의 관련 신체 기관에 눈이 있어 그런 것 같다고 상관관계 여부를 의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어릴 때부터 다녔던 대학병원을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기기로.





마침 며칠 내내 열심히 검색을 한 결과 국내에 유일하게 방송을 통해 알려진 마푸치증후군인 사람의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분은 동네에서 ‘구슬손아주머니’로 불리며 아낌없는 선행을 베푸시는 분이셨다. 성격이 매우 밝았고 울퉁불퉁 다 변형이 되어 불편한 손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서 도와주시는 분이셨다. 방송에서는 아주머니의 원인 모를 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대학병원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아주머니는 마푸치증후군이란 진단명을 알게 되었다.


꽤 세월이 지난 영상이었지만 나는 구슬손아주머니께 마푸치증후군이란 진단명을 내려준 그 대학병원 정형외과 의사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그분이라면 조금이나마 병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고 부탁을 해서 구슬손아주머니와도 소통을 하고 싶었다.




드디어 진료날이 되어 그토록 만나 뵙고 싶었던 의사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의사선생님께 방송을 통해 의사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그때 당시 마푸치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은 구슬손아주머니를 기억하시는지 물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다행히 구슬손아주머니를 기억하고 계셨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의사선생님께 부탁했다. 병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은데 인터넷에 검색을 해봐도 나오는 것이 많지 않아 같은 병을 가진 사람과 조금이라도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며 지내고 싶다고. 그 아주머니는 혹시 어떻게 지내시는지.


그런데 의사선생님께서는 내게 참담한 말을 남기셨다. 그분은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암으로 결국 돌아가셨다고.


겨우 국내에서 같은 병을 가진 사람을 찾았는데 결국 그분은 종양으로 돌아가셨다. 허무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나는 다시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그 대학병원에서도 좀 더 나은 치료법이나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별다를 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또다시 움직였다. 다른 대학병원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곳에서 나는 갑상선도 눈도 마푸치증후군에 의한 것임을 입증받아 진료, 검사,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특히 최종적으로 옮긴 대학병원은 협진을 활발하게 잘 연계해 주었다. 증후군의 특성상 여러 가지 질환을 가지고 있고 여러 개의 진료과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각 과의 소통과 협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감사했다. 나라는 존재를 단면적인 부분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입체적으로 살펴보려고 노력하는 그 병원과 의사선생님이. 의료비도 지원되어 희귀난치병으로 인한 병원비는 10%만, 암으로 인해 생긴 중증환자코드로는 병원비 5%만 부담하면 되어 병원비 걱정도 크게 덜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병원비로 몇백은 족히 깨지지만. 이 또한 감당할 수 있는 재정적 여건이 뒷받침된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나는 나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병과 사이좋게 융화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존재이기에 몇억 분의 확률에 선택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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