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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푸치 May 24. 2024

예비 특수교사 아니, 예비 암 환자였다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 현장 실습을 하는 과목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교육봉사였다. 교육봉사로 60시간을 채워야 했다. 나는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모교였던 시각장애 특수학교에서 교육봉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배정되었던 학급은 시각뿐만 아니라 지체, 자폐, 지적, 청각 등 다른 장애도 수반되어 있는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중복장애학급이었다. 그래서 그곳엔 장애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시는 특수교육실무사선생님이 계셨다.  


그중 한 실무사선생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목에 뭐가 있어 보인다고. 검사는 해봤는지. 갑상선인 것 같다고.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갑상선..?'

20대 초반이었던 나는 갑상선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내 목에는 항상 무엇인가 튀어나와 있었고 그저 초등학생 때 미끄럼틀을 타다가 목 앞쪽을 다친 적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목이 긴 편이라 목에 두드러진 혹이 제법 눈에 띄었지만 아는 것이 없었기에 방치하다시피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실무사선생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해주신 갑상선이란 말을 듣자 당장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곧장 갑상선 초음파와 조직검사 일정을 예약하고 검사를 받았다. 그때 당시 결과는 갑상선 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갑상선 호르몬보다는 비타민D 결핍으로 생긴 결절이라고 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의학 지식으로는 둘의 상관관계를 잘 이해할 순 없었지만 피검사 결과 실제로 비타민D 수치가 8 정도로 상당히 낮았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수치가 30 정도는 올라가야 정상수치라고 말씀하셨고 이 상태라면 30~40대에 골다공증이 올 수 있는 위험도도 높다고 했다. 그 뒤로 나는 비타민D 약을 꼬박꼬박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갑상선 조직검사와 비타민D 수치 검사도 꾸준히 받으며 관리했다.




그렇게 몇 해가 흘렀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교육봉사를 했던 곳에서 특수교사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취직을 하자 학교 일정과 병원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은 예약해 두었던 조직검사 기간을 조금 지나 병원에 방문하여 검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께서는 심각한 표정과 목소리로 왜 이제야 왔냐고 내게 화를 내셨다. 매번 꼬박꼬박 검사를 잘 받으러 다녔었고 그때마다 양성종양이었으며 약도 잘 챙겨 먹었었다. 그런데 그 기간 잠시 학교 일정을 빼기가 어려워 살짝 미뤄진 병원검진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됐던 걸까. 그 사이 상태가 심각해진 걸까. 두렵고 불안해졌다. 그리고 뒤이어 든 생각은 이제 갓 일을 시작한 지 1년 차밖에 안 되었고 한참  다음학년도를 준비하고 있던 중요한 시기였기에 학교 근무도 걱정이 되어 여러모로 혼란스러웠다.


의사선생님은 갑상선 모양이 좋지 않다며 악성종양인 것 같다고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왜 이제야 왔냐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이미 늦었다.'라는 말로 들려 큰 공포심이 나를 휘감았지만 나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담담하게 받아들이자라는 말을 속으로 되새기며 결과를 기다렸다.




검사 결과는 다행히 이번에도 양성이었다. 그렇지만 의사선생님께서는 지금 종양의 크기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암은 아닐지라도 미용상 수술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대로 수술을 하지 않고 지낸다면 종양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식도와 기도를 눌러 음식을 삼키기도 숨을 쉬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나는 음식을 삼킬 때마다 힘이 들었고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숨이 차서 숨쉬기가 어려웠다. 나는 기능적이든 미용을 위해서든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런데 수술을 준비하는 중에 나는 내 몸에 얽혀있던 비밀의 퍼즐조각들을 하나 둘 찾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비정상적이었던 뼈발달과 뼈 안에 생기는 내연골종증이라는 골종양, 그리고 어릴 때부터 발 쪽에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던 원인 모를 아이의 정체는 조직검사를 통해 혈관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연골종증과 혈관종 이 두 질환을 연관해 검색해 보니 올리에르병이라는 병과 마푸치증후군이라는 병이 나왔다.


둘 다 비슷한 증상이기에 판단을 할 수 없었지만 내 증상들을 조합해 봤을 때 둘 중의 하나임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갑상선에 종양이 있는 것도 분명 이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병에 대해 찾아보니 의심이 되는 병들은 병원비지원이 되는 병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종양들로 인해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기에 병원비로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아빠는 우스갯소리로 내 병원비로 차 한 대는 뽑았을 거라는 농담도 하셨었다. 나는 늘 부모님께서 힘들게 번 돈을 병원비로 쓰게 한 것에 대해 항상 마음이 쓰였고 죄송했다. 그래서 나는 병의 진단을 확정받아 갑상선에 있는 종양도 이와 연관성이 있음을 입증해 이번에 받는 수술만큼은 수술비를 지원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병의 진단을 받으려니 내연골종증과 혈관종은 보는 과가 각각 다 달라서 어디서 어떻게 병의 진단을 의뢰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다. 그래서 나는 학교 보건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얻은 정보를 토대로 평소 다니는 대학병원 정형외과에 가서 흩어져 있는 나의 병의 조각들을 모아 진단을 의뢰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흔한 병이 아니기에 논문과 정보를 뒤적이며 살펴보았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내게 "마푸치증후군"이란 진단명을 내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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