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허브에서 날아온 메일 한 통

스위스 스타트업들의 창의적 네트워킹 시스템

by 이서후

“안녕하세요, 취리히 국립 예술대학의 학생 여러분. 스위스 스타트업의 창의성이 모이는 임팩트 허브입니다. 혹시 올여름, 취업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임팩트 허브에서 온 메일에는 스타트업과 학생들을 연결해 주는 ‘여름 기업 프로그램 (Summerpreneurship program)’이 담겨 있었다. 동공이 커져서 링크된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니, 몇 년 간 유학 생활 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신선한 정보들이 가득했다. 스크롤을 내리던 나는 이마를 탁 쳤다. 아이고, 여태껏 과제에 시달리며 학교와 집만 오가던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그래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의사 출신 작가이신 버니 시겔(Bernie Siegel)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하지 않는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라고! 마음을 가다듬고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서 컴퓨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곧 임팩트 허브의 ‘여름 기업 프로그램’이, 인턴쉽의 기회를 찾는 대학생들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기회라는 걸 알아냈다. 딱 감이 오는 게 느껴졌다. “좋았어. 여기서 일자리를 찾아봐야겠구나!”


마치 돼지꿈을 꾸고 부푼 마음으로 복권을 사는 사람처럼 신청하기 버튼을 눌렀다. 벌써부터 임팩트 허브에서 멋진 기업들과 만나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 그런데 신청만 한다고 바로 기업을 만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뭘 준비해야 하는 거지? 눈을 껌벅이며 임팩트 허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살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하, 열정만 앞서서는 될 일이 아니구나. 일단 임팩트 허브에 대해 파악하는 게 중요해.'




그럼 여기서 잠깐, 스위스 스타트업들의 성지인 임팩트 허브(Impact Hub)와 그들의 네트워킹 시스템에 대해 소개해 보겠다.


임팩트 허브가 뭐지?


임팩트 허브는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공동체다. 특히 지속 가능한 개발을 목표로 하며, UN에서 정의한 17가지 글로벌 챌린지 달성을 목표로 삼는다. (기아 문제 해결, 양성 평등, 인프라 구축 등.) 또한 스위스의 첨단 스타트업들을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 간의 연결, 기업과 인력의 연결, 나아가서는 개인과 사회의 연결을 지원한다.


임팩트 허브의 네트워킹 방법


나는 시각적인 동물이기에 글쓰기에 앞서 한번 그려 보았다.

Impact Hub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녹여 만든 다이어그램


1. 온라인: 멤버를 구성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기업, 학생, 구직자 등이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서 신청할 수 있는 창구다. 멤버가 되면 임팩트 허브 내에 사무실 자리를 문의를 할 수 있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스타트업에서 여는 각종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가들의 모임,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각종 트레이닝 코스, 첨단 기술을 연구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등 참여 가능하다.) 물론, 온라인에서만 진행되는 이벤트도 있지만 대부분 오프라인 미팅으로 연결된다.


2. 오프라인: (당시는 코로나 사태 전이라 좀 더 활성화되었다. 안타깝다.) 온라인으로 모집된 각종 프로그램의 지원자들이 직접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심지어 오프라인 미팅 장소를 임팩트 허브 내의 회의실에 예약할 수도 있다. 다른 임팩트 허브 지사들과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공간적 제약을 최소화한다. Limmat Platz에 있는 본점의 경우, 네트위킹에 최적화된 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건물 내부를 리디자인 했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1층에서는 면접과 스피디한 미팅 등이 이루어진다. 방을 따로 예약하여 회의를 할 수도 있고, 때때로 열리는 세미나에 자유롭게 참가할 수도 있다. 2층은 회의실 및 사무실이 있는 좀 더 조용한 공간이다.


3. 프로그램: 임팩트 허브의 꽃! 창조적 콘텐츠다. 나에게 메일이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대학생 및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많다. 이 그룹을 위한 프로그램은 두 가지로 나뉜다. 취업 준비, 창업 준비. 전자는 위에서 언급한 ‘여름 기업 프로그램’처럼 기업과 직접 매칭 기회를 제공해 준다. 또한, 다양한 기업의 세미나 혹은 워크숍 등을 통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CEO들을 직접 만날 수도 있다. 후자는 펀드 레이징,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하기, 그리고 실제 창업가들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멘토링 등이 주를 이룬다. 기업과 기업을 연결해 주는 구조의 프로그램도 많다. 이 모든 콘텐츠의 특징은 매우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4. 최대 강점: 이후 임팩트 허브에 내 집 드나들듯 하며 느낀 점이지만, 이 곳은 정말 분위기가 최고다. 스타트업 사장님과 직원들이 서로 어울려서 친구가 되고, 다른 직장의 사람들도 허물없이 서로에게 다가가서 정보를 공유한다. 유연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셜 네트워킹을 이룰 수 있으면서도, 취업과 이직 관련해서 진짜배기 꿀팁을 들을 수 있다. 외국인이 많아서 독일어를 못해도 영어로 소통할 수 있고, 인종차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주변이 있어서 그런지 맥주가 맛있다. (비록 내가 술은 잘 못하지만.)


사진 출처: 취리히 임팩트 허브 웹페이지(https://zurich.impacthub.ch/)


아무튼. 그래서 이 호그와트 마법학교만큼 멋진 곳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준비할 사항이 있다. 그게 뭘까?


지원 자격과 신청서 작성 시 유의 사항을 읽어보며 중얼거렸다. “… 지원하시려는 분은 CV를 우선 준비해 주세요? CV가 뭐지?” 포트폴리오는 준비해 본 적이 있는데, 이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전혀 감이 안 왔다. 자기소개서 같은 느낌일 것이라는 모호한 예상이 들 뿐이었다. 암튼 이 CV로 임팩트 허브 측에서 1차 합격 여부를 거르고, 스타트업 기업들과 만날 기회를 준다고 했다.


난제로다, 난제야. 머리를 싸맸다. 내 인생은 왜 맨날 맨땅에 헤딩인 걸까. 혹시 모험적 기질이 강하셨던 외할아버지를 닮은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리서치를 해 보니 다양한 템플릿들이 많이 나오기는 했다. 이제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서 어떤 걸 골라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했는지 참으로 용케도 성공적인 CV를 작성했다. 심지어 내 첫 직장에선 내 CV만을 보고 컨택을 해 왔으니….


초보 중 왕초보인 내가 어떻게 첫눈에 띄는 CV를 만들었을까? 다음 글에서는 그 생생한 과정과 꿀팁, 그리고 약간의 에피소드를 나누고자 한다.


다음 글: 3. 왕초보도 성공하는 CV 작성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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