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한국인의 힘인 라면을 열심히 빨아들이며, 두 눈을 컴퓨터에 고정했다. 많은 템플릿들이 있었지만 딱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좀 괜찮아 보이는 것들은 유료 거나, 좋은 디자인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했다. 결국 참고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많은 내용을 알차게 정리할 수 있을까?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내가 리서치를 통해 제작한 CV의 구조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보기 전에 참고: CV는 자기소개서와 비슷하다. 하지만 경력과 기타 활동을 일목 요연하게, 1-2페이지 이내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넣어야 할 내용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개인의 특성이 드러나므로, 직종에 따라서는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1. 첫 페이지 키워드: 사진, 이름, 신상, 프로필, 교육, 교외 활동, 능력, 취미, 언어.
(글씨가 잘 안 보이면 눌러서 보기)
2. 두 번째 페이지 키워드: 교외 활동(경력 포함), 프로젝트 미니 포트폴리오.
(위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눌러서 보기!)위의 그림들은 개인적인 정보들을 제외하고, 실제 내가 제출한 CV와 최대한 비슷한 구성으로 만들었다. 저렇게 떡하니 올려놓으니 왠지 결론부터 얘기하고 시작하는 느낌이 드는데, 당시 내 심정에 대해 조금 풀어놓고 싶다. 사실 저런 모양으로 CV를 만드느라고 어도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붙잡고 거의 반나절 이상 앉아있었다. 리서치, 디자인, 문구 구상, 사진 편집 등 신경 쓸 부분도 많았다. (퍼진 나의 엉덩이를 어찌하리오…. 흑흑.)
원래 디자인을 하다 보면 억울할 때도 생긴다. 클라이언트들은 쓱 보면서 ‘아, 그렇군.’ 하고 넘어가지만, 처음부터 뭔가를 구상한다는 게 막상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재작업에 들어가야 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게다가 처음 시도하는 디자인에는 의구심이 든다. 내가 과연 잘하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곤 하기 때문이다.
CV를 만들 때가 딱 그랬다. 그래도 디자이너로 기업들에 지원하는 것인데, 면접을 보기도 전에 마치 내 실력을 얼굴처럼 보여준다는 생각에 더 떨렸다. 심지어 임팩트 허브의 1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마저도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흠, 누구에게 보여주고 조언이라도 받아야 하나?”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슬프게도 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교수님은 바쁘시고 (심지어 나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도 같고), 그나마 친한 학생들 또한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는 데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실력과 판단을 믿기로 했다. 내가 나를 못 믿는다면, 그 어느 기업에게 어필할 수 있겠는가?
“좋아, 못 먹어도 고!”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심정으로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정말 그날 밤은 잠이 안 왔다. 그래서 새벽 세시쯤에는 결국 작은 소리로 혼자 노래를 불렀다. “자장자장, 우리 주영이. 잘도 잔다, 우리 주영이.” 문득 내 모습에 스스로 웃음을 터트리다가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드디어 미쳐가는 건가, 하하.
며칠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다. 나보다 늦게 프로그램에 신청하려는 다른 학생들이 CV를 써야 한다며 내 것을 보여달라고 왔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인데. 거절에 좀 약한 편이지만 입 꾹 다물고 놉! 했다. 필요할 때만 친구랍시고 찾아오는 사람은 멀리하는 거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유학 생활 몇 년이 안겨준 교훈이었다. 외로움은 기본이라 치지만, 피해까지 보지 않으려면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야 했다. 나는 그런데에 좀 모자란 편이어서 꽤 많이 당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에휴.)
놀라운 소식은 일주일 정도 후에 들렸다. 감동스럽게도 합격이었다! 다행히 임팩트 허브 측에서 내 CV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도 모르게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그래, 기업들하고 미팅 잘해서 한국 디자이너의 힘을 보여주겠어! 아자!’ 왜 외국에서는 더 애국심이 높아지는 건지. 아무튼 신이 나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직 1차만 간신히 합격해 놓은 것이지만, 그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진짜 놀라울 일은 그다음 주에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첫 만남이 이루어졌으니까. 그 일은 기업들과의 ‘스피드 데이트’를 하며 벌어졌다.
다음 글에서는 임팩트 허브에서 이루어진 짧은 면접인 스피드 데이팅, 그리고 장래 나의 상사가 된 치프(Chief)의 핸섬했던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다.
#고군분투 #스위스 #CV #자기소개서 #나홀로고생 #유학 #취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