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서후 Aug 23. 2021

눈빛으로 밝혀 주었으면

#글쓰기 #그림 #시 #심리 #외로움 #벌써가을인가

<눈빛으로 밝혀 주었으면>


창문 밖에서 구조 신호를 보았다.


깜박깜박, 나를 좀 봐 주세요.

이 외로움을 혼자 견뎌내고 있어요.

이 어두움을 더는 버티기가 힘들어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이지만

모두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세월에 찌들어 바싹 야윈 가로등 하나


깜박깜박, 나는 네게 눈빛으로 전한다.

누구에게나 외로운 순간은 찾아온단다.

살다 보면 좀 더 어두운 밤도 있단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겠지만

모두에게 사실 소중한 존재인 너는

세월을 견디며 살아내는 은은한 빛.

 

방전된 삶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

꺼져가는 누군가의 불빛이 보인다면

다정하게 눈빛으로 밝혀 주었으면



작가의 잡담.


여름의 끝자락에서 가을을 맞이하는 비가 내리는 날이네요.

무더위가 지나고 곧 서늘함이 찾아올 거라는 묘한 기대감이 들어요.


어젯밤도 그런 마음으로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 봤어요.

어둠 속에 혼자 서 있는 가로등이 깜박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왠지 낯익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너무도 가까운 곳에 있기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신호들.

어쩌면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빛이 바래가는 소중한 것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차분한 빗속에서 시작된 일상의 월요일,

여러분의 마음은 오늘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발칙한 생쥐가 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