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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직업으로 삼지 말라고 하는 이유

’그냥 하는 사람’이 제일 대단해 보이는 요즘

by jh Sep 27. 2024

요즘 자격에 대한 생각이 부쩍 늘었다. 무대를 오르는 사람의 자격, 춤을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 댄서의 자격.


그동안 나한테 자격은 기준과 다름이 없었다. 채용 공고를 보면 자격요건과 우대사항으로 지원여부를 결정했고, 자격요건 여러 개 중 하나만 충족이 안되어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 - 자격이 안 되면 고려도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 기회가 주어질 때 의심이 없었다. 합격이란 자격이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고, 난 그 기회를 누리면 되었다.


춤은 조금 다르다. 쉽게 말하면 누구나 무대에 오를 수 있고, 누구나 수업을 가르칠 수 있는 요즘이다. 이론적으로 누구든 춤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나처럼 춤 관련 전공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아도 “선생님”으로 불릴 수 있고, 댄서로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다.


진입장벽이 없다는 사실로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아팠다. 내가 춤을 가르칠 자격이 있나? 내가 무대에 오를 자격이 있나? 나를 댄서라고 소개할 자격이 있나? 서울대생이라는 타이틀보다 댄서라는 타이틀이 나한테 훨씬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 자격요건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없으니 머릿속으로 자격요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자격미달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감이 서서히 떨어졌다. 알게 모르게 내 질문들로 내 자신을 위축시키고 있고 그 결과 불안한 마음에 연습을 더 열심히 하지 못할망정 춤을 피하게 됐다.


최근 내가 만든 안무로 수업을 진행할 기회가 생겨서 감사한 동시에 불안했던 이유다. 인정을 받아 기회가 주어진 셈이지만 그 기준을 모르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난 취미로 춤을 췄을 때랑 다름이 없는데 무엇이 바뀐 걸까 - 스스로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은 맞지만 타인은 그걸 알 리가 없다.


발레만이 명확한 답이 있고, 그 외의 춤은 답이 없는 예술이다. 그래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활동이지만 그래서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청자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실력이 결정되는 활동인 만큼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왜 잘 추게 느껴지는지 사람마다 다르다. 누가 딱딱 정해주면 마음이야 편해지겠지만 가능할까? 법적으로도 무용, 안무, 춤에 대한 정의가 없는 이유일 것이다. 사람마다 정의하는 바가 다른데 하나로 합의를 절대 못할 것이다. (법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를지언정 이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답을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때 답이 없다고 결론을 지어도 되는 것 같다. 누가 잘한다고 하면 의심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마음. 누가 기회를 주면 그 기회를 누려도 된다고 하는 마음. 일단 하고 보는 마음. 그 모든 걸 소중하게 여기고 즐기는 마음. 이게 제일인 것 같다. 결국 자신감 있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표현이 좋은 춤이 아닌가?


내가 내 자신을 진심으로 믿는 데에는 자격요건과 같이 외부 근거가 없는 게 이상적이고, 너무나도 어렵다. 순수하게 나라서, 나니까 할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최면을 걸어야 하는 것 같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한 것처럼.


잔말 말고 연습실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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