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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황하는 기이이린 Nov 12. 2021

3년간의 공시생을 접고 시작된 험난한 취업기(2편)

공시생에서 콘텐츠 마케터까지

1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1편을 보지 않으셨다면 1편부터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어언 마케팅 공부를 시작하고 블로그를 운영한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생각보다 이룬 것이 별로 없음을 알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블로그였지만, 생각보다 포스팅들의 조회수는 낮았고 어느 순간 반짝 오르더라도 금방 식어버렸다. 조회수를 올리고 싶어서 다양한 기획도 해보고, 사람들이 관심 있을만한 콘텐츠들을 열심히 고민했지만 딱히 성과가 나는 것이 없었다. 얼굴이라도 까야하나 싶었지만 잘난 얼굴도 아니기에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시간은 더더욱 빠르게 흘렀고, 나는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중소기업 온라인 강의들이나 여러 강의들도 듣고 운영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서포터즈 활동도 열심히 넣었지만, 국비 온라인 강의들은 그렇게 큰 공부가 되지는 못했으며, 서포터즈도 정작 붙는 활동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기업들의 서포터즈 활동이야 아무 경력도 없으니 붙지 못하리라는 건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중소기업들의 서포터즈 활동까지도 다 떨어지고 나니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아무래도 나이도 어리고, 뭐라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서포터즈에 붙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뭐라도 하지 못한 채 나이만 먹은 나 자신은 아주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러다가 아무도 나를 쓸모 있게 여기지 않으면 어쩌지...?



내 주위에는 회사의 높은 자리에 있는 어른들도 없고, 연줄도 없었다. 어떤 길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어떤 직무든지 맨땅부터 헤딩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런 불경기와 청년 실업 시대에 이만큼 해온 것이 없는 상황이라니! 왜 공무원 시장에 진입했을까 하는 후회가 매일같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하겠는가. 최대한 빠르게 스스로 먹고살 길을 찾는 수밖에. 최대한 다양한 길들을 보고 어떤 직무가 나에게 가장 적합할까에 대해서 차근차근 논의해보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대학교 졸업 전까지 그래도 확실한 직무를 정하고 그에 맞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인턴조차 힘들다는 것을 난 알 수 있었다. 뭐라도 해서 20대 후반에 인턴이라도 뚫을 직무 경험을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공시생으로 다시 돌아가던가 혹은 백수로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다. 뭐라도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해야 했다.


코로나 시대에 내가 열정을 가질 수 있으면서, 또 혼자 할 수 있으면서 기업들에게도 어필할 거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 끝에 트렌드 소개 유튜브를 시작했다. 옛날부터 유튜브만 하루에 몇 시간씩 보던 사람이었고, 항상 유튜브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영상 편집과 포토샵을 배우고, 그걸 바탕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도전하다 보니 중소기업의 서포터즈도 하나 둘 붙었다. 그래, 다시 열심히 해보자.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노력을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사이 시간은 또 흘러갔고, 어느새 복학할 때가 된 나는 마지막 학기를 보내러 학교에 재학 신청을 했다.


대학으로 다시 돌아가니 요즘 대학생들은 나와는 다르게 정말 빠르고 효율적으로 삶을 꾸리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자신의 길을 정해놓고 차근차근 준비해 가는 학생들도 많았고, 졸업 전에 인턴 경험을 가지는 사람들이 거의 대다수인 것 같았다. 취직이 더더욱 어려워지며 나타난 현상일 것이다. 그들을 보며 나는 적지 않은 현타를 느꼈다. 현재 내 상황으로는 나에게는 인턴 경험, 대기업 대외 활동과 같이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어떤 길을 위해 노력해온 흔적들을 보여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일까. 그들을 보며 너무 뒤처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나를 받아줄 기업이 도대체 누가 있을까? 지금부터 뭘 준비해야 사회에서 나를 받아주지? 짧은 시간 안에 도대체 뭘 이룰 수 있을까? 안 되면 다시 공무원 시장으로 돌아가야 하나? 여러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 내 머릿속을 떠다녔다. 학교를 다니면서 불안한 마음이 점점 증폭되었다. 인턴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인턴 또한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다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는데, 나이만 많아서 인턴부터 너무나 불리하겠다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뚫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이 겹쳤다.



점점 조바심이 났다. 블로그 조회수는 생각보다 더 오르지 않았고, 서포터즈 활동들은 그다지 의미 있는 활동들이 아니었으며, 새로운 트렌드 소개 유튜브 채널에도 사람들은 무관심하리만치 관심을 주지 않았다. 포토샵, 프리미어 프로, 까먹었던 엑셀도 열심히 배웠지만 결국 와서 보니 그렇게 높은 수준도 아니었다. 완전 아마추어 수준밖에 되지를 않았다. 공모전들도 하나하나 시간 들여 잠깐씩 도전해봤으나 수상작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이는 많은데 뭐라도 크게 강점으로 보일만한 것이 없으니 참으로 답답했다. 지금부터라도 뭐라도 하나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생각은 들었지만 노력한 것들에 비해 결괏값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더 마음이 쪼여오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겠는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위 친구들은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갔다. 다른 직렬이지만 공무원을 합격한 친구들도 한 둘 늘어갔고, 인턴을 거쳐 대기업, 중견기업에 취직한 친구들도 여럿이었다. 고학번으로 학교를 다시 찾은 나에게는 주위에 대학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나와 비슷하게 실패를 겪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 또한 어디로 꽁꽁 숨었는지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직장인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점차 공감을 하기 힘들어지고, 돈도 없기에 누구 만나기도 점점 어려워졌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고립되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겪은 상황과 비슷한 실패를 겪은 이들이 없었기에 내 아픔에 대해 진정으로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내 고민을 듣고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나만의 겪은 일이고, 스스로 혼자서 개척해나가야 할 길인 것이다. 결국 매일같이 커지는 답답함과 불안함을 혼자서 삭히고 달래며 지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잠에 들지 못하고 가슴이 두근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잠을 자고 싶어도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에 쉽게 들지 못했다. 너무나 피곤해 당장 곯아떨어질 것 같음에도 현실의 암울한 상황과 불안감으로 인해 잠이 가시고 다시 눈이 떠지기 십상이었다. 지금이라도 코딩 학원에 등록을 할까? 아니면 공시생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결국 새벽 4시에나 잠드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도 이놈의 생각들은 멈추지를 않았다. 혼자서 끙끙대고 고민해봐야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머릿속에서는 불쑥불쑥 불안감이 떠올라 나를 괴롭혔다. 나는 점점 더 지쳐갔다. 답이 없는 길이기에 더더욱 미래가 어두웠다. 단지 합격만을 위해 달려가던 공시생과는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겪어보지 못한 길이기에, 또 이제 마지막 기회라고 느껴지는 도전이었기에 부담감이 더 컸다. 이 길이 과연 맞는 걸까 자꾸만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한 길이었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다시 시작하는 길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지금까지 해온 게 아깝다며 내가 공무원을 다시 시작하시기를 바랐다. 매일같이 주위 합격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내가 마음을 다시 돌리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아는 형들도, 친구들도, 해온 것이 너무 아깝다며 한 번 더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권했다. 지금 와서 취직 준비를 한다 한들 취직으로의 길이 너무나 멀고 험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어필하면서 말이다. 그래, 사실 공무원을 향한 발걸음이 어쩌면 제일 정답 같은 길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공시생의 삶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지금의 일상도 물론 답답하고 힘들지만, 도저히 삶에 그다지 도움되지도 않는 배배 꼬인 판례문을 공부하거나 평생 보기도 힘든 영어 단어, 국어 한자와 맞춤법을 다시 달달 외우는 삶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 선택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이 들더라도 결국에는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아무것도 모를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을 안고 달려갈 뿐이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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