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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변의 서재 Jan 31. 2022

퇴근일기 7. 회사 어디 다녀요? 변호사에요.

이 직업을 선택한 이유

대학을 졸업하고 공기업에 취업했다.

입사 후 1년이 좀 지났을까, 알 수 없는 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분명 별로 할 일도 없고, 그다지 스트레스도 없는 낙원인데, 

그래서 난 일이 정말 없는 한량인데,,, 

그래서 힘들었다.


하루를 정말 무의미하게 보내고, 이미 잘 정리된 업무매뉴얼에 따라 수동적으로 확인만 하면 되는 이 업무 아닌 업무가 나는 싫었다.


근데 무엇보다도,

‘무슨 일하세요?’라는 질문에,

 

‘한국OOOO다녀요’,

‘네? 아 그렇군요.(그런 회사 난 처음 들어보는데, 뭐하는 곳이지?;;)’라는 반응이 싫었다.


그게 내가 로스쿨을 간 솔직한 이유이다.

회사원이고 싶지 않았고, 처음 들어 본 회사 이름이라는 떨떠름한 반응이 싫었다.


그래서 직업이 뭐냐는 물음에 
변호사에요,라는
속시원한 답이 하고 싶었다.


근데 이거도 몇 번 해보니 별로더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반응이, 

그리고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나의 속내가 거북스러웠다.


어릴 적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써내라 하면, 

‘어른이 되어 언젠가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장래희망을 참 고심하면서 

쑥스럽지만 소중한 마음으로 써냈는데,

 

어른이 된 지금은 남들이 물어오는 질문 하나가 불편했다는 얄팍한 이유로 직업을 선택해버리고, 

보람은 개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직업을 함부로 대하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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