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호텔식 결혼식
참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얼렁뚱땅 내 결혼식을 치르고 나서,
이제야 지인들 결혼식을 자주 가고 있는데.
세상에 힘 있는 집안 자제들이 뭐 그리 많은지.
내가 멋모르고 자랑질하거나 은연중 무시하며 가볍게 놀렸던 입만 생각난다.
쥐뿔도 없는데 무지한지라 자신감 넘쳤던 것일까?
호텔결혼식에 갔더니 테이블 위에 있는 팻말로 신랑/신부의 이력서를 확인할 수 있더라.
00외고, 00대학교, 00로스쿨, 법무법인 00, 00대학병원, 00클리닉
와 그저 같은 모임의 지인들을 같은 테이블에 배치하기 위한 것이었을 텐데,
아 이 친구가 무슨 외고를 나와서 무슨 대학을 나왔으며, 아버지는 00대학병원 교수이고. 어머니는 또 어느 대학을 나오셨고까지.
쓱 한번 둘러보기만 하면 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 유행하기는 하나, 굳이 주례선생님이 신랑/신부의 이력을 읊어줄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거기다 500명은 족히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콘서트마냥 주인공을 저 멀리서 보거나 스크린화면으로 구경할 뿐이다.
내가 자라온 지방에 있는 호텔 하나는 영 오래된지라 난 뭐 호텔결혼식 별거 있나 했는데,
개구리는 황급히 제 우물로 돌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