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하지만 정신은 제대로 잡힌 것 같은 아침
2025.11.6. 목 8:32
아침루틴을 잘 못 지키고 있다. 아빠와 사이가 소원해서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핑계로 남겨두겠다. 그래도 오늘은 30분 뒤 있을 수업 전에 반드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비몽사몽 하다. 아직 잠에서 덜 깼는데, 너무 판타지스러운 꿈은 금방 깨버린다. 현실적인 꿈은 안 잊어버리는데. 꿈에서는 GOD와 내가 어떤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관계였는지는 바로 생각이 안 난다. 가끔 정말 난데없는 꿈을 꾸곤 한다.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지 이제 며칠차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동안 내가 변한 점이 있나. 우선 아직까지는 방이 깨끗하다. 카메라는 산다, 산다 하고 눈여겨만 보고 있고 아직 지르지를 못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책들을 생각했다. 어쨌든 꽤 오랜 기간 동안 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제 하필 나 보란 듯이 한 동영상에서 20대에 모든 걸 바꾸는 노력을 해서 그렇다 할 성공을 맛보지 못했다면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사실 인생은 비슷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은 나이가 들어서 성공의 길이 절대 열리지 않는다는 뜻은 분명 아닐 거다. 내가 지금껏 살아온 것과는 반대로, 열정을 다해서 노력할 의지가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었겠지. 그렇게 살 수 있는가. 20대에도 그런 노력을 하지 못하는데 30대, 40대가 되어서 일이나 성격 사회생활이 자리를 잡은 후에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할 수 있겠느냐.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스물여덟의 막바지가 되니 불안감이 확실히 늘어난다. 그런데 내 불안의 80% 이상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오는 것 같아서 내가 왜 실천하지 않는가에 의문이긴 하다. 게을러서 그런가. 어제는 멀리 경기도 의료원 의정부까지 유방암 검진을 받으려고 마음을 먹고 나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방암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 전화를 해보니 이미 예산 소진으로 사업이 조기 마감되었단다. 어디는 저번주 금요일에 끝났고, 더 멀리 파주까지 갈 각오로 전화를 해보니 파주 의료원은 어제 끝났단다. 9월에 시작한 사업에 얼마나 예산을 적게 편성했으면 10월 말에 끝나버리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나를 탓했다. 나는 왜 인생의 적절한 타이밍에 올라 타지를 못 하는가. 마침 주식과 코인 폭락장에 투자를 시작한 게 아닌가 하고 고민하던 차였는데 유방암 검진도 어제 마감되어서 받질 못 하다니. 이러다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가 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쓸데없는 고민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너무 서글픈 마음에 J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J는 (집에 왔더니 엄마도) '내가 돈 줄게. 가서 검사받아. 괜찮아.'라고 했다. 괜찮다고 말하면 정말 다 괜찮은 게 되는 것만 같은 마법이다. 사실 주식도, 유방암 검사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 것들이다.
암이 생겨나는 것은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반은 그럴 수도 있고 반은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진정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잘 자고, 잘 먹고, 운동을 잘해야 하는데 내 삶의 루틴을 보면 그다지 건강하고 싶은 사람의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마음먹으면 통제할 수 있다. 주식? 이것 역시 통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그리고 너무 도박성에 빠지지 않게 스스로 판단할 수 역시 있다. 그렇다면 유방암 검사, 암이 생기는 것까지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3,000원이면 되었던 검사가 73,000원이 되었다 한들 나는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12월까지 마감이었던 사업이 한 달이 넘게 먼저 끝나버린 것은 원망한다면 할 수 있지만 충분히 안 해도 될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껏 살던 관성대로 살지 않고 새로이 살아보고자 마음을 먹겠다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삶을 대하는 내 태도가 되겠구나, 싶은 아침이다. 방금 아빠가 방 문을 열고 불을 켰다. 일어나라는 신호겠다. 일단 오늘은 단풍여행을 간다. 아빠 얼굴도 며칠은 보기가 싫어서 어떻게 가나, 싶었는데 어제 엄마 덕(?)으로 화해가 아닌 화해? 아니 사과 아닌 사과를 받았으니 이제 그러려니 넘어가려고 한다. 60년이 넘게 가지고 있었던 삶의 태도를 자식에게 실수를 했다고 해서 고칠 수가 없는 거구나. 결국에 반복되는 거구나. 아주 조금은 변한 것 같다. 예전과 비교하면. 뭐. 그들도 늙어버렸고, 나도 너무 커버렸으니까.
나 스스로 60 넘어서까지 이걸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게 있다면 나는 지금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각이야 많이 하는데, 내가 실천할 수 있을까? 의심은 한다. 잘 까지는 아니라 중간 까지는 나가는 배우라 치면 이미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 공연이 한 두 개쯤은 정해진 상태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는다. 내년엔 어떤 삶을 꾸릴지 생각해 본다. 방에 가만히 드러누워 있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내 피 같은 스물아홉이 침대 위에서 서서히 증발되기를 기다리지만은 않고 있겠노라.
늘 0부터 시작하는 게 습관이다. 13시 32분에도 공부를 시작하지 못했다면 33분에 그냥 시작하면 되는데, 나는 그걸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지 못 했다. (지금은 공부와는 담을 쌓았나) 늘 14시, 그다음 14시 30분, 15시 이렇게 정시에 공부를 시작한다고 미뤄왔다. 방이 완전하게 어질러진 후에야 청소를 시작했고, 계획은 상, 하반기로 나누어 갈아엎었다. 꼭 새해에만 무언갈 시작했다. 지금도 아직 11월 6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새해에는 어떻게 하겠다, 로 마음이 가는 것이 무섭다. 이런 게 내 평생의 습관인 거다. 습관적으로 새해로 미루고 있다.
모닝페이지는 역시 미래지향적이 되어서 좋긴 한 것 같다. 그런데 좀 민망하다. 매번 계획만 세우고 있자니. 올해 모닝페이지든 내 일기장이든 어디든 썼던 내 계획들을 웬만하면 새해로 미루지 않고 11월 안에 시작하거나 마무리해야겠다. 꼭 이것만큼은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어날 때 아침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겨울이 왔나 보다 싶은 마음에 벌써 난 연말의 마음가짐이 되었나.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하는가. 그런데 어제는 2025년 중 처음으로 옷 쇼핑을 했는데. 코트를 구입했는데. 물론 전부 다 중고의류다. 새 옷 사는 것을 언제부턴가 잘 못 하게 되었다.
시간이 다 됐다. 양치하고 머리 단정히 빗고 수업하러 가야지.
우선 오늘 예쁜 단풍을, 가장 젊은 날의 부모를 잘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