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반드시 바른 정신으로

뭔가 기분이 좋다.

by 엄달님

2025.11.07. 금 10:18


잠이 다 깼다 이미. 이미 제정신이지만 글을 거르는 것이 마음에 걸려 모닝페이지를 작성한다. 오늘 아침엔 무언가 머릿속이 맑다. 다 잘될 것만 같다. 오늘은 반드시 도서관에 갈 것이고 운동도 땀이 나도록 할 것이다. 곧 병가가 끝나는 (아니 이미 끝난) 엄마를 데리고 아침 요가를 해야겠다. 엄마는 억지로 시킨다며, 자신을 통제하려 들지 말라며 싫어하지만 알 거 없는 노릇이다. 며칠 전에 아침에 하기 딱 알맞은 요가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축약형의 수리야나마스카라 동작까지 연결되어 있는 영상이다. 한 번 해보니 아침이 확실히 맑아지는 효과가 있다.


햇빛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생각한다. 어둠 속에서 보조 라이트 하나 켜고 모닝페이지를 쓸 때는 갖가지 내면의 깊은 곳의 감정을 끄집어내게 되는데, 아니다 오늘은 정신이 들었으니 불을 켜고 쓰자 해서 불을 켜보니 지하 깊은 글을 쓰지는 않게 된다. 커튼까지 열어야겠다. 갑자기 커튼을 열다/걷다 두 가지를 학생에게 가르치던 어제 일이 생각난다. 그저께던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의 마법이 난 참 재밌다. 물론 열심히 깊이 공부하진 않는다. 오늘은 잠시 미뤄뒀던 중국어 강의를 다시 들어야겠구나 싶다. 미뤄둔 것들이 너무 많은데 오늘은 그것들을 하나씩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날이다. 에너지가 막 생긴 다기 보단 그냥 좋은 기분이 나를 감싸니 그것만으로도 좋다.


집에 국밥이 배달 왔다. 한 손이 불편해서 끼니를 자꾸 거르고 싶어 하는 할머니를 위해 엄마가 아침부터 국밥을 주문했다. 집에 이렇게 거한 배달음식이 배달 오는 것은 처음이라 어이없고 웃기다. 나도 덕분에 모닝 국밥을 때리게 되겠구나. 간단히 오늘은 아침 요가를 하기 전,, 에 국밥을 먹어야겠구나. 국밥을 먹고 요가를 하고. 그리고 도서관까지 걸어가야겠다. 도서관에서 심리책을 읽고 중국어 공부를 하고 경제 책을 읽을 거다. 대본집도 하나 빌려야겠다. 빌려서 내 것이 될 때까지 읽어볼 참이다. 그리고 저녁엔 보완 요청이 온 예술인증명 파일을 제출하고 블로그도 써야 한다. 아, 낮에도 하나 써야 한다. 스시를 할인해서 먹었기 때문에 기한 전에 제출해야 한다.


J와 나는 6개월 전부터 꽤나 합리적이고 똑똑한 데이트를 하고 있다. 블로그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맛집 블로그로 시작해서 지금은 여행글까지 올리고 있다. 블로그의 등수나 등급이 이렇게 까지 오르지 않는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아마 타겟팅은 실패한 것 같다. 뭐든 채널을 운영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인 것 같다. 곧 유튜브를 시작하겠다, 마음먹었는데. 나는 이것저것 올리고 싶은데 어쩌지? 그렇지만 몇 가지 주제로 모아야 하는 것은 맞는 듯. 그래도 우리는 블로그로 매달 데이트 식비를 거의 80% 이상 줄였다. 우리의 지난 시간을 기록함과 동시에 식비를 줄이고 있으니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상관없다. 일단 매일 꾸준히 해보는 것이 목표인데 벌써 6개월이 넘게 그 약속을 둘이서 지키고 있다. 가끔 블로그 때문에 다툴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역할분담이 잘 되어있어 크게 부딪힐 일이 없다. 역시 시련을 겪은 후에 단단해지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미물에게 깊이 자리 잡은 메커니즘인 것 같다.


오늘 펼친 <아티스트 웨이>의 주제. '바른 정신 갖기' 갑자기 할머니 고집으로 다투는 엄마와 할머니 소리가 들려서 바른 정신 갖기가 좀 어렵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주제에 관해 생각해 보자. (할머니는 치매 증상이 진행 중인데, 우울증이 깊어지고 있음이 틀림없다.) 바른 정신 갖기? 지금 이 과정에 있는 내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이 마음을 가지는 과정 자체가 회복하고 있는 길이라 생각해 본다. 오케이, '창조성을 되살리려는 사람들은 소용없을 것 같다는 회의적은 생각을 처음부터 거부해야 한다'라.. 내부에서 외부에서 오는 회의를 몰아내자. 오늘은 확신으로 채워보자. 누군가 모닝페이지를 비판하거나 회의적으로 바라보면 창조성은 파괴된다는데, 다행히 나에게 그런 일은 없다. (누군가 읽어 주고 있으려나, 하는 회의도 집어넣자.)


오늘은 어쩠든 간에 많이 읽고 바른 정신으로 살아보고자 한... 는데 밖에서 또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는 알아주는 고집쟁이다. 알고는 있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나도 할머니랑 부대끼다 보면 울컥울컥 깊은 짜증이 올라온다. 하지만 사랑한다. 연민하는 마음으로 애정으로 돌봐줘야겠다. 오늘은 할머니가 반드시 샤워를 해야 하는 날이다. 데시벨이 높아지는 건 싫은데. 나가봐야겠다.





DSC00979.JPG 어저께 본 수종사 은행나무 풍경. 엄마가 울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관성대로 살 것이냐, 말 것이냐